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수행의 경지는 어떤 것인가요? (2023.07.03.)

Buddhastudy 2023. 10. 17. 19:47

 

 

오늘 읽은 경전에

태어남은 다했고 청정한 삶을 살았도다.

할 일을 다 마친 지금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도다하는 문구를 읽으며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이 경지는 어떤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일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하며 경전대학 진행도 하고 있고

주위를 보살피며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수행을 하지만

아직도 라고 생각하는 아상을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남에게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태어남이 다했다는 말을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것은 인도 전통 사상의 관점에서 문구를 해석한 것입니다.

 

여기서 태어남이 다했다하는 말은

이제는 괴로움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욕망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괴로울 일이 없고

내가 옳다는 주장이 일어나지 않으니 성낼 일이 없어진 겁니다.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이 다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청정하게 살았다는 말은

결혼을 안 했다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남을 해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살생하거나 폭력하거나, 훔치거나, 뺏거나,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술을 먹고 취하는 행동은 나쁜 행동입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청정하다고 해요.

, 계율을 잘 지키면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고,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청정한 삶이라고 합니다.

결국 계율을 잘 지켜서 청정하게 살았기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움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말은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뭐 먹고 싶다’, ‘나는 어디 가고 싶다’, ‘나는 이러면 좋겠다하는 욕구가

싹 없어져 버렸다는 것을 두고

할 일을 다 마쳤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기 전에

자재천왕이 원하는 것을 다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하고 대답했습니다.

바라는 바가 없으면 할 일이 없어지는 거죠.

선불교에서는 이것을 할 일 없는 도인이다하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욕구에 끄달리는 존재이니까

뭔가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할 일이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가 목장에서 풀을 뜯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배부르면 누워 있고, 꼬리로 파리를 쫓다가 다시 배고프면 일어나 풀을 뜯지요.

목장에서 한가하게 풀을 뜯는 소가 심심하거나 바쁠까요?

소는 바쁘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고, 부지런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배고프면 풀을 뜯고, 배부르면 누워 있고, 파리가 오면 꼬리로 파리를 쫓을 뿐이에요.

 

그것처럼 부처님은 아무런 할 일 없이 한가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와서 괴롭다고 물으면 마치 거울처럼 비출 뿐이었습니다.

나무가 오면 나무를 비추고, 바위가 오면 바위를 비추듯이

그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을 일러주셨죠.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서둘러 뛰어다니지도 않으시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귀찮다고도 내치지도 않으셨어요.

저기에 중생이 있으니 빨리 뛰어가서 구제하겠다고 서두른 적도 없습니다.

그냥 배고프면 밥을 얻어 드셨고

밥을 준 사람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었어요.

한 동네에서 계속 얻어먹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려워지니까

이웃 동네로 늘 이동을 하셨고,

비가 오면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하셨습니다.

 

마치 산에 사는 사슴이 인연 따라 이리저리 길을 가듯이

그렇게 평생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언가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 경지입니다.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될 일이 없어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 것 역시

아무것도 안 하는 할 일을 갖고 있는 것이에요.

 

부처님은 이렇게 한가한 가운데 만 가지 일을 하셨습니다.

만 가지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나무 밑에 앉아있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