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아내가 신내림을 받았습니다.
막상 상황이 벌어지고 나니 인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자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저는 아내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조울증이라는 병이 있고 약을 평생 먹어야 합니다.
정신병원에 세 번이나 입원했었던 젊은 시절에 아내는 제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아내 곁을 지키려고 마음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천일 정진을 하겠다며
여든에 가까운 시부모님께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맡기자고 했습니다.
이 일로 아내와 또 갈등을 빚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제가 키우려고 했지만
직장이 멀리 있고 이사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아내에 대한 안타까움이 겹쳐서 마음이 매우 괴롭습니다.
그리고 굿을 하고, 법당을 차리는데 많은 빚을 져서
경제적인 압박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끔 주위에서 결혼해서 함께 살다가
한 명이 수행하겠다고 해서 이혼을 하고 출가하는 경우를 보게 되죠.
남자도 그런 경우가 있고, 여자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반대를 하며 갈등하다가
대부분이 인정을 하잖아요.
그런데 부인이 신내림을 받고 굿당을 차리는 것에 대해
질문자가 인정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질문자가 사회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내는 자기 나름대로 하나의 신앙을 갖고 있는 거예요.
신내림을 받는 사람은
신의 어떤 계시를 세상의 무엇보다 우선합니다.
‘이혼해라’ 하고 암시가 오면 이혼을 하고,
‘자식들과 떨어져라’ 하면 자식들과 떨어집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르죠.
신내림을 받는다는 것은 신의 종이 되는 겁니다.
‘신에게 무조건 복종한다’ 하는 믿음을 가져야
계시를 받는다든지 초능력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되거든요.
그걸 거부하면 몸에 병이 나기도 합니다.
아직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완전히 밝혀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내림이라는 것은 일종의 무의식 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내림을 받아서 무의식의 혼란으로부터 안정을 찾는 것이거든요.
이것을 옛날처럼 종교적으로 보느냐와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느냐와 상관없이
어쨌든 정신 불안의 한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신내림이라는 전통적 방법으로 심리적 안정을 갖는 방법도 있습니다.
질문자의 아내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많은 심리적 불안으로 방황하거나 몸이 아프게 돼요.
그래서 질문자의 아내는 차라리 신내림을 받아서 자기 건강도 찾고,
그 능력으로 굿당을 차려서 수입도 갖는 방법을 선택할 수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굿당을 차리는 것은
아내의 정신적인 불안과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굿당을 차리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로 봐야 해요.
요즘에 절이나 교회에 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듯이
전통 무속신앙에도
믿음을 갖고 찾아와 돈을 내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신내림을 받는다고 해서 꼭 굿당을 차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거액을 들여서 굿당을 차린다는 것은
마치 요즘 신도가 별로 없는데
큰 절을 짓거나 교회를 지어서 빚을 지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굿당을 차리는 문제는
종교와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그런 경제 능력이 없다면 아내에게 얘기해야 해요.
‘당신이 신내림을 받고 수행하겠다는 것은 당신의 자유야.
하지만 아이들도 키워야 하니
당신이 굿당을 차리는 경제적 지원은 내가 할 수 없어.’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질문자가 질문자의 아내를
아이들의 엄마로서 보호하고 존중하겠다는 것과
아내에게 굿당을 차려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아내의 신내림 여부와 상관없이 굿당을 차리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과
아내에게 주식투자나 도박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잖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도박자금을 대든지
사랑하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댄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질문자가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는 자세는 좋지만
그런 경제적 부담은 수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의 양육 문제의 경우
아내가 못 키울 상황이 되어 이혼하게 되면
어차피 질문자가 키워야 돼요.
그렇게 되면 가능한 질문자가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현재 질문자가 그럴 형편이 안 되고
아내는 신내림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질문자의 부모님이 돌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 보여요.
아니면 아이들을 위탁 시설에서 돌보게 하는 수밖에 없죠.
질문자의 가족들이 아이들을 돌볼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위탁 시설에 맡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노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기는 것보다는
오히려 양육기관에 양육권을 위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옛날 가족관계에서는 노인이 주로 아이들을 돌보아왔지만
80세가 된 노인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만약 부모님께서 힘들어도 손자들을 돌보겠다고 하시면,
경제적인 지원은 질문자가 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파출부를 보내어 힘든 일을 도와드리는 방식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점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지금 일이 좀 복잡해진 것밖에 더 있어요?
아내가 신내림을 받고 나서 자기 나름대로 일을 찾아서 갔어요.
그래서 아내가 돌보던 두 아이가 질문자에게 맡겨져서
일이 좀 많아진 것뿐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감당을 못해서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아이들을 맡긴 것입니다.
이런 정도의 일인데
거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의심될 만한 게 뭐가 있어요?
아내가 질문자에게 떠넘기고 가버린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이냐는 문제밖에 없잖아요?
...
지금 질문자가 괴로워한다고 해결이 되겠어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지해서 잘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싸워서
어느 한쪽 발을 떼는 것이 만만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이런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는
정신을 차리고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현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발을 떼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한미일 연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취하는 것이고,
이전 정부는 균형 외교라는 이름으로
양쪽 발을 다 못 떼고 머뭇거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처님한테 빌면
미국과 중국이 안 싸우고 사이가 좋아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보다 주변 환경이 못해졌지만
그래도 죽을 일은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질문자가 마음의 안정을 찾아서 손실을 감수하고
어떤 선택이라도 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삶이든 국가의 진로든 다 마찬가지예요.
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선택을 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편리하게는 살고 싶고, 그것 때문에 기후변화는 일어나고,
기후변화는 우리 삶에 고통을 가져다줍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소비를 줄여야 하고,
소비를 줄이면 생활이 불편해지는 모순 속에 사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럴 때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선택에 따른 결과가 손실이든 이익이 되든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다면
어떤 상황에 부닥쳐도 괴로움 없이 살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질문자에게 일어난 일은 별 일 아니에요.
‘아내가 신내림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과는 달리
신내림을 받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에요.
또 노모한테 맡길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늙은 부모님께 마음의 짐을 주게 된 거예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20대와 30대를 거쳐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아내와 아이들 문제까지 내가 감당해야 하나!’ 하면서
남 탓을 한다면 결혼을 안 했어야죠.
내가 결혼해서 생긴 아이들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으면
질문자는 또 병이 들어요.
병이 재발하면 집안에 엄청난 혼란이 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편안히 하고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어머니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좀 맡기고
주말에는 내가 가서 돕고
집안일을 돕는 파출부를 좀 부르고
이렇게 대안을 세워 나가면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수행해서
집안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내가 수행했기 때문에 이렇게 극복할 수 있었지
수행을 안 했으면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기도록 해야지
믿음이 도리어 혼란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겨요.
일이 생길 당시에는 다 큰일입니다.
남이 볼 때는 별일 아닌데 자기한테는 다 큰일이에요.
그러나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 조금 여유를 갖고 대응하면
여러분들의 삶이
지금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할 것입니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 과로를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을 하려면? (2023.08.26.) (0) | 2023.11.22 |
---|---|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 초등 교사이지만 빚이 많고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습니다 (0) | 2023.11.21 |
[법륜스님의 하루] 사람들이 평화에 관심을갖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2023.08.24.) (0) | 2023.11.21 |
[법륜스님의 하루] 묻지 마 성폭행 사건을 보니 마음이 불안합니다. (2023.08.23.) (0) | 2023.11.21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63. 유튜버로 성공하고 싶어요 (0) | 202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