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림동 둘레길 성폭행 사건을 보고 마음이 많이 불안해졌습니다.
혼자 인근 산에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산에도 혼자 못 가는 건 아닌지 답답합니다.
여성이자 수행자로서 점점 범죄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전 세계에서 여성이
혼자서 산행을 하거나
밤중에도 마음대로 산행을 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는
열 손가락이 채 안 됩니다.
그 열 손가락 안에 우리나라가 들어갑니다.
만약에 우리나라 여성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살던 생활 습관대로 지내다가는 큰 사고가 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여성도 외딴곳이나 밤길을 혼자 마음대로 다녔던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인도에 가서도
우리나라에서 살던 습관대로 다니다가 많은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험이 매우 클 뿐이지
치안은 비교적 안정된 나라입니다.
소위 남북 관계만 보더라도 막 전쟁할 듯이 위협적일 때도
테러는 거의 없잖아요.
그러나 중동에서는 테러 단체들이 있어서
적대 관계에 있는 지역에 폭탄 테러를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봐도
무장 세력을 키워 노골적으로 폭탄 테러를 일으켜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고
한반도에 긴장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테러는 거의 없잖아요.
물론 1968년에 북한 특공대가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일상적으로 테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치안은 매우 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묻지 마 폭행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안전한 나라였던 우리나라 치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치안이 불안한 이유는
바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중이 자꾸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여자 혼자 산책하거나
밤에 다니기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해 봤을 때는 아직은 매우 안정된 나라에 속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범죄에 노출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조심은 해야 합니다.
조심은 하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비유를 들자면
코로나 팬데믹을 연상해 보세요.
제가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자마자
초기에 맨 먼저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예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두려워하고 불안해했다면
지금은 대부분이 두려워하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잖아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져서일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와 지금의 차이는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조심은 해야 돼요.
남들이 거리낌 없이 다닌다고
나도 그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면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급사할 가능성도 있고,
사망자는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조심해야 돼요.
그러나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행자라면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방관자로 있으면 안 되고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도움이 되는 실천적 행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묻지 마 폭행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
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부처님께서 ‘여래는 두려움이 없다’ 하고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몸에 집착하면
몸이 다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재물에 집착하면
재물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집착을 내려놓으면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질문자의 두려움은 몸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게 맞아요.
그러나 두려움에 빠져서 불안해하고 있지만 말고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진 곳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 같으면
두려워하고 있지만 말고
주위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거나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혹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호신용 물품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안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상대가 갑자기 위협적인 행동을 했을 때
방어할 수 있는 소형 스프레이나
전자봉 같은 것을 소지하고 다닐 수도 있죠. 그
런데 이런 상황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못 됩니다.
적절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묻지 마 폭행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자들은
상대방이 두려워할수록 더 따라다닙니다.
상대방이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즐기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교실에서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더 쫓아다니면서 괴롭히잖아요.
정신적으로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만
드러나는 현상으로 보면
두려워할수록 더 괴롭히는 건 맞아요.
그래서 두려워하는 것은 절대 도움이 안 됩니다.
산에 가서 짐승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두려워하고 도망을 가면 더 공격을 합니다.
대부분 놀라서 두려워하다가 피해를 더 당합니다.
딱 바로 서서 정신을 차리고 방어책을 갖는 게 현명합니다.
요즘 시골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도망가면
거의 대부분 받쳐서 피해를 입습니다.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는 길에 다닐 때는
우산을 갖고 다니라고 하잖아요.
멧돼지가 다가왔을 때 우산을 확 펼치면
아주 덩치 큰 상대가 자기 앞에 나타난 줄 알고 공격을 안 한다고 합니다.
산에 갈 때 지팡이를 가져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게 유사시에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혼자서 밤늦게 외진 곳을 갈 때는 조심하는 게 필요합니다.
제가 언젠가 설악산에 한 번 갔는데
밤에 여자 혼자서 야간 등산을 하는 모습을 봤어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외국은 낮에도 혼자 등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전에 대해서 둔감한 측면이 있긴 해요.
그러나 이런 흉악 범죄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10대부터 20대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우울증이나 불안증 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서
17퍼센트까지 높아졌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10명 중에 2명은
불안 심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은 대부분 자살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조금 더 진행되면
자기 혼자 죽는 게 너무 억울해서 같이 죽겠다는 경우도 생깁니다.
원한에 사무쳐서 특정인을 죽이겠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량 살상은 안 일어나는 거예요.
미국은 총기 사용이 자유로우니까
수십 명씩 한꺼번에 죽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는
이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를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강력한 처벌과 경찰력 증대 이런 방식으로 대응해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포퓰리즘적으로 인기를 끌려고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대중들은 ‘죽여라’ 이렇게 감정적인 흥분을 하게 되거든요.
미국에서는 경제가 안 좋아지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이민자들을 증오하게 해서
그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방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미리 예방해야 합니다.
사건이 났을 때는 좀 더 신속하게 구제하는 안전조치가 필요합니다.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학교마다 영양사를 배치하고 동마다 보건소를 두는 것처럼,
날마다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요즘 사회에서는
학교마다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읍·면·동마다 상담전문가를 배치해야 합니다.
학생들이나 주민들의 정신적인 이상행동을 빨리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도록 해야 하고,
더 악화되면 바로 병원에 입원시키고 격리해야 합니다.
지난번에 발생한 묻지 마 폭행 사건도
병의 진단을 받아놓고도
치료를 안 하거나 해서 생긴 문제이지,
약을 먹고 치료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약을 먹다가도 중간에 멈추었을 때 극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면
앞으로는 안전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사건이 터져도
지금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정쟁이나 갈등만 일삼는다면
예방책은 점점 요원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자인데
이들을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가 안 되면 격리 조치를 해야 됩니다.
범죄가 일어나는 횟수로 말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두려워할 만큼은 아닙니다.
굉장히 안전한 나라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방심하지 말고 약간은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어날 확률이 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일을 가지고 벌벌 떤다면
그것은 질문자가 예민한 것입니다.
그러니 수행자는 이러한 추세를 이해하고 주의는 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혼자 다녔더라도
이제는 혼자 다니는 것을 조심하는 정도로
유의는 하되 두려워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
완전히 해탈을 했다면 두려움이 없겠지만
설령 두려움이 없는 상태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도록 해나가야 합니다.
저도 아무리 수행자라고 하지만
급하게 길을 가는데 갑자기 뱀이 발에 콱 밟혔다고 한다면
깜짝 놀라거나 가슴이 서늘합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그럴 때도 마음이 차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잘 안 되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인정하고 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두려워서 덜덜 떨게 되면 과잉 대응을 하게 됩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대화를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훨씬 더 적절한 대응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처럼은 안 되지만
자꾸 수행 정진을 해나가면
살고 죽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적으로는 무지한 상태에 빠지거나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두려움이 일어나지만
그걸 알아차리면 금방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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