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아침 일찍 일어나 수행하는 게 힘듭니다. (2023.10.09.)

Buddhastudy 2023. 12. 18. 20:05

 

 

첫 번째 100일 동안은 매우 꾸준히 기도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 내서 정진하기가 더 쉬웠어요.

두 번째 100일 동안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두 명의 십 대 자녀와 함께 있었어요.

그들이 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많았고

계속해서 저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아침 기도에 정말 어려움을 겪었고 실제로 하지 못했습니다.

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수행 연습은 했어요.

제 아이들은 매 순간 저의 관심을 요구하고 상호 작용하기를 원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매일 절을 하지 않는 게 나쁜 건가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좋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러나 10대 아이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있잖아요.

제가 일찍 일어나면 아이들은 아주 늦게까지 잡니다.

아이들이 저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시간은

제가 이미 잠든 시간보다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저는 고민이 됩니다.

이 방법이 괜찮을까요?

아이들이 대화를 원해서 제가 밤늦게 자느라 무척 피곤하지만

새벽 5시에서 6시까지 기도를 해야 할까요?//

 

 

세상 사람들 속에서 수행하려면

자꾸 세상살이와 타협을 하기 때문에 수행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장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지위도 버리고

저처럼 출가 공동체에 들어와서 수행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출가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대신에 출가 수행자는 세상 사람들처럼 생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밥은 남이 버린 것을 얻어먹어야 합니다.

옷은 남이 버린 옷을 주워 입어야 합니다.

잠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자야 합니다.

어떤 것도 남이 쓸 수 있는 것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런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뭔가를 사용하는 것은

남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출가 수행자들이 일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들을 사용하고 향유하는 것은

붓다의 가르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노동력을 뺏어서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많은 수행자가 붓다의 가르침을

자신이 필요한 쪽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세상에 대한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하는 어떠한 생산 활동을 하지 말라고 붓다는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처럼 재화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버린 것이라면 주워서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노동하지 않는 것은 붓다의 가르침대로 한다고 얘기하면서,

소비하는 것은 버린 것만 주워서 사용하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고

온갖 것을 향유한다면

자기 편리한 대로 붓다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있거나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은

수행을 못 할까요?

그런 사람도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재가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 속에서 가족을 거느리고 직장을 다니고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까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붓다는 다섯 가지 삼가야 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세상에서 살아가더라도

절대로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결혼하는 것까지는 인정하지만 성적인 문제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넷째, 남을 속이거나 욕설을 하거나 말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술을 먹거나 마약에 취해서 다른 사람을 혐오스럽게 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더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설령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수행자라면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즉 얻어먹고 주워 입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노동해서 번 것이고 내가 부유하다 하더라도

수행자라면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째, 내가 지위가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겸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셋째, 내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하더라도

사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향락을 즐겨서도 안 됩니다.

마셔라!’, ‘부어라!’ 하는 즐거움을 지나치게 추구해서도 안 됩니다.

 

이렇게 여덟 가지를 지킬 수 있다면

꼭 출가 수행자가 아니라도 재가에서도 수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에 한 시간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고

출가 수행자처럼 딱 수행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이 정도는 지켜야 재가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 수행할 때는

직장이든, 가족이든, 돈이든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안 돼요.

일단 먼저 한 시간은 나를 위해서 수행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그런 다음에 나머지 시간을 돈을 버는 데 쓰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데 쓰라는 거예요.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이름만 수행자이지 그냥 세상 속에서

가족에 집착하고. 돈에 집착하고. 지위에 집착하며.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시간만큼은

수행자의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세상 속에 살더라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아침에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조금 늦게 일어났다면

늦었지만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은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불평을 듣게 된다면 그 불평을 들어야 하고

회사에 지각하게 되었다면 그 손실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런 손실을 봐야 제시간에 일어나게 됩니다.

아이들이 계속 불평을 하면 이렇게 말해야 해요.

 

엄마는 출가해서 집을 떠나야 하는데

하루에 한 시간 수행하는 조건으로 너희들을 돌보는 것이니까

이 한 시간은 엄마에게 불평하지 마라.

자꾸 불평하면 엄마는 출가해 버린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원칙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살면

가족이든 친구든 처음에는 불평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산다.’ 하고 인정을 합니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거기에 맞춰서 나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꾸 세상의 가치관을 갖고 생각을 하니까

번뇌가 자꾸 생기는 거예요.

수행적 관점에 서서 세상을 바라봐야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