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수행자라면 정신 차리셔야 해요.
남편, 아내, 자식, 부모, 직장에 의지해서 산다면 어리석은 겁니다.
그렇게 의지해서 사니까 배우자가 죽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식이 죽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취업을 못해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도 정신을 못 차리잖아요.
의지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내가 먼저 자립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결혼하는 상대를 보고 ‘나의 반쪽’이라고 표현합니다.
반쪽은 반원이에요.
배우자도 반원이고 나도 반원입니다.
둘을 합치면 동그란 원이 되긴 하지만 그 가운데에 금이 딱 가 있어요.
그러니 맨날 싸우는 게 당연하죠.
내가 온전한 원이 돼야 해요.
나도 온 달, 상대도 온 달인데 둘을 딱 겹치면 하나가 되는 거죠.
각자 완전한 상태에서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하나가 죽어도 다른 하나는 여전히 온전합니다.
상대가 죽든지 떠나든지 거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아요.
하루쯤 섭섭할 수는 있어요.
같이 산 세월이 있으니까 약간은 섭섭하겠죠.
그렇지만 감정의 흔적은 없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흔적이 없는 분이에요.
우리는 흔적이 좀 남더라도 하루 이틀에 끝내야 합니다.
옛날부터 사람이 죽으면 3일장을 하잖아요.
그 이유가 ‘3일까지는 슬퍼하는 모습을 봐주겠다’라는 뜻이에요.
49제를 지내는 이유는
‘그래, 좀 늦게 잡아서 49일까지는 슬퍼하는 모습을 봐주겠다’라는 뜻이고요.
자식에게 뭘 해주고, 남편에게 뭘 해주고, 아내에게 뭘 해주고
부모에게 뭘 해드리기 전에 우선 자기한테 잘해야 해요.
자기가 온전해야
어떤 부모, 어떤 자식, 어떤 배우자, 어떤 직장을 만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정작 자기가 여기 가도 못 견디고, 저기 가도 못 견디면서
이 직장 탓하고 저 직장 탓하고,
이 사람 탓하고, 저 사람 탓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수행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수행적 관점이 잘 안 잡히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에요.
그래서 이런 처방이 있는 겁니다.
‘하루 중 아침에라도 정신을 좀 차리자.
눈 뜨자마자 아침부터 헤매지 말고,
눈을 떴을 때만큼은 그래도 조금 총기를 유지해 보자.’
헤맬 때 헤매더라도 아침에 눈 떴을 때는 좀 총기가 있어야 해요.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아이고, 일어나기 싫어 죽겠다. 직장은 어떻게 가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어떻게 행복하겠어요?
아침에 눈뜰 때 벌떡 일어나서 총기 있게 시작해도
하루를 지내면서
이거 보고 저거 듣다 보면 또 원래 내 습관대로 돌아갑니다.
하물며 아침부터 인상을 쓰고 흐리멍덩하게 하루를 시작하면 어떻겠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에 눈 딱 뜨자마자
정진부터 먼저 해라. 나부터 먼저 챙겨라’라고 하는 거예요.
나부터 챙기고, 그런 다음에
아이도 챙기고, 배우자도 챙기고, 부모도 챙기고, 직장도 챙기고, 세상도 챙기는 거예요.
이걸 혼자 알아서 하면 좋지만, 혼자 못 한다니까 같이 하자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면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키가 작아도 행복할 수 있고
혼자라도 행복할 수 있고
결혼해도 행복할 수 있고
배우자가 병석에 누워 있어도 행복할 수 있고
사별을 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죽었다고 해서 내가 불행해야 할 이유가 뭐 있어요?
둘이 살 때는 늘 갈등이 있어서 힘들었는데
이제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래도 누군가 같이 사는 게 더 나아 보인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되죠.
전에는 처음 만나서 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한 번 살아본 경험도 있겠다
욕심 안 부리면 갈등이 있을 이유가 뭐 있어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지 않겠어요?
젊을 때도 같이 살았는데
늙으면 살아본 경험도 있으니 못 살 이유가 더더욱 없잖아요.
눈 좀 안 보이면 어때요?
그동안 많이 봤잖아요.
귀 좀 안 들리면 어때요?
그동안 많이 들었잖아요.
뭐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 야단이에요?
이런 관점을 딱 가지면
누구나 살아있는 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좋은 일도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일을 하면 됩니다.
무슨 대단하고 좋은 일을 하겠다고 또 욕심을 내서
못한다고 죄의식을 가져요?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내가 부족하고 어리석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것은 조금씩 보완해 나가면 되고
어리석은 건 깨우치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 꾸준히 수행을 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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