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조울증 진단을 다시 받고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한국에서 20대 때 처음 진단을 받았었지만
잘 조절되고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지금은 약의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시력 문제, 불면증, 저혈압이 발생하고 있어 정말 답답합니다.
신체적인 증상과 함께 감정 기복도 심해져서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치료를 받는다고 할 때 주로 완치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치료에는 완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이 80퍼센트 정도만 치료되는 방법도 있고
현상 유지만 하는 방법도 있고
치료를 받지만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치료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20대 때 생겼던 병이 어느 정도 치료된 것 같지만
다시 또 재발할 수도 있는 겁니다.
병이 다시 생겼기 때문에 충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병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충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건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자주 일어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인생살이가 아니라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을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살이입니다.
지금 다시 조울증이 발병했다고 하면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약물치료라는 것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만약 피부가 가려운 아토피 증상이 약간 있어서 약을 먹는다면
아토피는 조금 수그러드는데 위가 나빠집니다.
조금 더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간이 나빠집니다.
그럴 때 어떤 것이 지금 더 심각한지에 따라서 선택해야 합니다.
위가 나쁘다고 하면
피부약과 위장약을 같이 먹는 방법이 있고요
만약에 그렇게 해도 위 치료가 안 되고 더 심각해지면
피부약을 잠시 중단해야 합니다.
또 간이 문제일 때는
간을 치료하는 약을 먹을 수도 있는데
약으로 해결이 안 되면 일단 피부약을 당분간 중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피부 상태가 일 년 내내 똑같은 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심하고 여름이 되면 괜찮아지는 경우라면
겨울에는 피부약을 중심으로 사용하고
여름에는 피부약을 멈추고
위나 간을 치료하는 약을 중심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본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봐서 조절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조울증은 약을 중단하게 되면
심각한 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의 정도가 심각하면 자살할 위험이 있고요.
바깥으로 심하게 드러나면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약을 먹으면 낫지는 않는다고 해도
양쪽의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막아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병의 현재 상태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위험이 있는 상태라면
눈이 안 보이거나 무기력하게 되더라도 약을 먹어야 합니다.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살아있는 게 더 우선이잖아요.
그러니 현재 내 병의 상태와
약물과 의학의 발전 상태를 보고
결국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마지막까지 길이 있는데
그것은 죽음입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에
우리는 이것저것 다른 선택을 다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병의 재발이 두려워할 일은 아닙니다.
첫째, 의사 선생님과 이런저런 상담을 해가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나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약이 조금 과하면
무기력증과 같은 부작용이 심하고,
약이 조금 약하면 감정 기복이 심합니다.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질문자는 부작용도 있고 감정 기복도 있다고 하니
의사하고 얘기하면서 어떤 것을 더 중심으로 할지
선택해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정 기복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약간 더 약을 높여야 하고요.
다른 부작용이 심하다고 하면 약을 약간 낮추고요.
이런 것은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조절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수행이란
이런 가운데도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저는 이 상태로도 살만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감정 기복도 좀 잦아들고,
약물 효과도 훨씬 더 있게 됩니다.
눈이 잘 안 보이고, 잠을 좀 적게 자고, 어디가 좀 아프다고 해서,
그 부분만 보면
불만이 자꾸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살아있고
이렇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불안한 심리가 안정이 되어 갑니다.
지금보다 더 상태가 나빠졌을 때
지금을 돌아보면
지금은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좋은 상태임을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눈이 조금 안 보이고
몸의 어느 곳이 조금 불편해도
‘그래도 나는 보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있어서 감사하다’
이런 마음을 늘 간직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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