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께서 너무 힘들어하셔서 합가를 했다가
며칠 전에 와이프와 아기만 분가를 시켜놓은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와이프를 따라 나가야 되는 걸까요?//
어머니께서, 지금 자기 어머니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아직 충분히 정신적인 안정이 안 됐고 또 건강도 안 좋고
그러니까 어머니 모시고
우울증이 있으면 정신과에 가서 진단하고 약을 좀 드시도록 하고
그다음에 최소한도의 생활하실 수 있도록 정리해 놓고
한 일주일이나 2주일
그리고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그러고 부인 따라가야 안 되겠어요?
왜냐하면 자기 집은
결혼한 집이 자기 집이지
이건 엄마 집이지 자기 집이 아니에요.
결혼하기 전이면
자기가 엄마에 소속돼 있으니까 자기 집이지만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자기는 제 가장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가정으로 돌아가는 게 더 맞지 않느냐?
만약에 자기 가정으로 안 돌아가고
어머니하고 이 집에 살겠다 하면
이혼하는 게 낫죠.
그래야 아내도 안정된 가정을 꾸릴 거 아니겠어요?
자기는 한쪽은 어머니고, 한쪽은 아내다, 이렇게 생각하지만은
아내가 볼 때는
남편이 딴 여자, 자기보다 딴 여자를 더 아끼고 관심 있어 하고.
그런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러니까 자기 입장에서는 ‘효도다’ 이렇게 말하지만은
아내 입장에서는 가정을 등한시한 거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사고방식이 정상적이라면
아내와 결합해서 가정을 이루는 게 정상적이죠.
어머니가 아무리 힘드시더라도.
그럼, 어머니는 힘드시면 와서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혼자 살기 어려우시면 요양원에 모셔다 놓고
그렇게 생활해야 안 되겠어요?
근데 어머니를 모시고 살려면
그거는 내 가정의 한 멤버인 아내의 승낙이 있어야 됩니다.
아내가 동의를 해야 그렇게 하지
아내가 동의하지 않는데
내 부모라고 무조건 모신다 그러면
그거는 엄격하게는 혼약에 어긋난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자기도 만약에 아내가 내 허락 없이, 내가 싫다는데도
친정어머니 모셔서 집에 와서 살겠다 그러면 어떻겠어요?
‘이거는 결혼 생활의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거 아니에요.
물론 내가
“장모님 모시고 살자” 이러면 괜찮지만은
“나는 그래서는 못 살겠다” 이러는데도 억지로 모시고 온다 하면 어떻겠어요?
그러고서 못 살겠다고 집을 나가는데
아내는 안 따라 나오고, 자기 어머니랑 같이 산다.
그럼 자기 방법은 이혼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부모 모시는 거는
양쪽이 다 동의하면 아주 좋은 일이에요.
돌보지 못하는 이웃집 노인도 돌보는데
나를 낳아주신 부모를 모시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고,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우선한 가치는
-결혼했을 때는 가정을 원만히 유지하는 것
-자기 가정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는 것
이게 우선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그걸 버리고 하는 거는, 저는 기본자세가 아니다.
자기가 효도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거는
결국 두 집 살림을 살겠다는 거예요.
그건 뭐 세상에서 부인 말고 또 딴 여자, 한 사람 더 주고
‘둘이 같이 살아라. 한 집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는 큰 차이가 없다.
안 그러면 두 집을 왔다갔다 살려고 하는 거와 같다.
이게 딱 분명해야 가정이 유지가 된다.
...
네,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자기 어머니가 많은 고생을 했고
자기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런 정이 있다는 거 하고
그 책임을 아내하고 나누어져야 된다.
‘아내가 이해하고 좀 져라.’
이거는 무책임한 자세죠.
자기가 고생한 건 그건 자기 문제지.
그럼 자기가 그런 정도라 생각하면
결혼을 안 하고, 어머니 모시고 살아야지
결혼을 해놓고 자식을 낳아놓고 그런 핑계 대는 거는
그거 하나의 가정의 한 멤버로서의 책임이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내가 미국에 가서
미국 시민권을 따놓고, 미국 법을 어기고
난 한국 사람이니까 돈도 벌어 다 한국 갔다 주고, 세금도 안 내고
그러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러니까 자기 직분을 다 해야 돼요.
그 옛날 얘기 자꾸 할 필요가 없다.
아내는 그건 자기 사정이지 아내 사정은 아니잖아요.
아내한테 얘기하니까 아내가 그걸 이해를 했다
그러면 괜찮아요.
근데 아내가 그걸 이해 못지 못하겠다.
나는 당신하고 결혼했지,
당신의 그런 사정을 처음부터 내가 알았다면 난 결혼을 안 했을 거라든지
또 알았다 하더라도 같이 지내면 될 줄 알았는데
어머니하고 같이 지내보니 못 살겠다든지
그러면 자기가 여기서 결정해야 돼요.
그러니까 이혼하고
아내를 자유롭게 살도록 해주고
자기가 어머니에 대해서 책임지는 거는 괜찮아요.
근데 결혼해서 자식을 두고, 양다리 걸치는 거는
그러면 자기 아이도 자기 같이 될 거 아니에요.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우고
아빠는 늘 할머니 집에 가 있고, 오지도 안 하고
그 아이는 상처 입고 자라서
또 자기 같은 한 청년이 되겠죠, 뭐.
이게 대물림으로 같이 된다.
그러니까 자기 대에서 이걸 끊어줘야죠.
그러니까 어머니에게는
자기가 혼자 있을 때도 어머니에게 속 많이 쓰겠다 그랬잖아.
그래 놓고 왜 갑자기 결혼해서 애까지 낳아놓고
이제 어머니 속 안 썩이겠다고 그래?
그때도 실컷 그렇게 썩이고 살았는데
지금도 썩이고 살면 되지.
왜 갑자기 사람 된 것처럼 그렇게 변명하고 그래요.
결혼하기 전에는 그래 속 썩이고
결혼해 놓고 왜 갑자기 그렇게 속을 안 썩이겠다고 해서
또 아내를 또 속 썩여요.
자기는 불효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효하고는 관계없는 거예요.
자기의 무책임에 들어간다.
결정을 하세요. 결정을 해서
인생이라는 거는
성인이니까 자기가 결정해서 하면 될 거예요.
어머니가 자기를 아무리 보살펴줬다 하더라도
자기가 결혼했으면
새 가정에 책임을 져야 된다.
그리고 아내의 허락 범위 안에서
과거의 은혜를 갚으면 된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도저히 그 과거에 은혜를 갚는 게 나한테는 더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를 다른 사람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자기는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이렇게 하든지
아내가 그러면 안 와도 좋으니까 기다리겠다 하면
그럼 이혼은 하지 말고 별거를 하고 어머니를 모시든지
자기 필요할 때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거는
옳지 않다는 거예요.
그 두 집 살림 사는 사고방식이다.
정리를 딱 하세요. 어느 쪽이든.
자기가 어머니를 실망 안 시키는 거는 의무고, 책임이고
아내를 실망 안 시키는 건 책임 아니에요?
그런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 있어요?
책임을 진다면 아내에게 책임을 져야죠.
개인적으로 은혜 입은 걸로 따지면 어머니한테 은혜를 더 입었어요.
그러나 사회적인 책임은
아내에게 새로운 가정을 꾸린 것에 대한 자기 책임을 다하는 거예요.
...
어른들이 들으면
스님이 “부모를 모시지 마라” 그러냐?
이렇게 혹시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에요.
결혼했으면
둘이 합의한다면 길 가는 사람 모시고 살아도 돼요.
둘이 합의한다면 제2의 부인을 모시고 살아도 돼요.
두 분이 합의한다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도 돼요.
그러나 두 분이 합의가 되지 않고
상대의 동의가 얻어지지 않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기본적인 혼약의 정신에 어긋난다.
이렇게 보는 게 맞지 않느냐?
그것은 남자 쪽이든 여자 쪽이든.
내가 어릴 때 부모로부터 은혜를 입은 거는
그건 내 개인의 문제지
그 빚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것은 올바르지가 않다.
상대가 거기에 동의해서
남편의 어머니, 아내의 어머니를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그분도 모시겠다
이렇게 동의하면
그건 참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러나 그걸 일방적으로
내 필요에 의해서 하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 사람을 자기가 은혜를 갚는다고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것과 같다.
옛날에는 여성의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남자와 결혼하면 완전히 남자가 시킨 대로 해야 되기 때문에
남자의 가족, 남자의 어머니를 모시는 거는 의무사항이 됐다.
그건 결혼할 때 이미 각오했다는 거예요.
근데 지금 결혼은 그렇지가 않다는 거예요.
결혼할 때 그게 결혼의 조건 안에 포함이 안 돼 있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그럼 왜 그랬냐?
그건 결혼 조건에
‘결혼을 하면 그렇게 살아야 된다’는 게 사전에 포함이 돼 있다.
계약서 안에.
지금은 계약서 안에 안 들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꾸 옛날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스님은
노인을 모시고 사는 거를 기꺼이 권유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느 게 더 중요하냐 할 때는
[결혼을 했으면 결혼 생활이 더 중요하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
네, 이제까지도 대못을 많이 박았는데
뭐 하나 더 박으면 어떻겠어요?
그런 핑계로 혼약 정신을 어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천륜이라는 이름을
자기는 그러면 엄마는 천륜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천륜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그런 말이 다 유교적인 관습에 들어갑니다.
엄마하고는 피를 섞었으니까 천륜이고
아내는 피를 안 섞었으니까 이건 바꿔도 되고, 천륜이 아니다
이런 게 [혈통적 사고 방식]이거든요.
결혼이라는 건 사회적 계약이에요.
그러면 짐승들 보세요.
어릴 때는 어미가 새끼를 목숨을 걸고 보호하지만은
다 성체가 돼서 날아가면
더 이상 부모도 자식을 돌보지 않고
자식도 부모의 은혜 갚는다고 따라다니는 일이 없다, 이 얘기예요.
이게 자연이에요.
자연의 입장에서 볼 때는
결혼과 자기 자식에 대해서 충실한 게 천륜이다
오히려 이렇게 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니까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니까
과거에 나에게 은혜를 준 사람을
현재의 가족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은혜를 갚는 거는 정말 칭찬받을 일이다.
이런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모든과정이 원만해진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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