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하시는데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게 되어 민망합니다.
저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은 지 3년째입니다.
일과 수행을 병행하면서 치료하고 있고
나름대로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행과 봉사를 해서 그런지
예전보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저는 연구소에 다닌 지 17년째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원인도 모르게
공황장애 같은 신체 증상이 일어나는데
그럴 때마다 좌절감과 두려움이 올라옵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직장을 다녀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직장을 그만두면 더 빨리 좋아지려나 하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
현재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직장을 그만두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내가 결정한 이상 견딜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혹시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과 수행을 잘 병행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과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그런 어려움을 갖고도 하루하루 잘 살아가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매일매일 우울해지고 죽고 싶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것이 아니고
3개월마다 한 번씩 증상이 일어난다니까 그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3개월마다 한 번씩 그런 증상이 일어나는 것은 일 때문이 아니에요.
만약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어도
3개월마다 한 번씩 그런 증상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그것은 병의 증상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울증은 계절이 바뀔 때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이라든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월이라든지
이렇게 환절기에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최소한 1년에 두 차례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봄은 누구에게나 좋은 계절이긴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봄마다 꽃가루 때문에 늘 콧물을 흘리고 살아야 합니다.
첫째, 이처럼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해야 해요.
둘째, 자신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어떤 호르몬이 신경에 자극을 주면서 정신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긴장이 되거나 불안해지면 어떤 호르몬이 자극을 주어서
더욱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게 됩니다.
또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그것이 나타나게 되는 거예요.
언제 발병하는지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고, 먹는 음식과 같은 요인도 있고,
누가 화나게 한다든지 하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요인에 의해서
한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는 거죠.
질문자는 석 달에 한 번 정도 나타난다고 하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상태에서 보면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도 그런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자기가 자기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죽고 싶다거나 혹은 직장을 그만둘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아, 병이 또 발병했구나’ 이렇게 알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복용하는 약의 양을 약간 늘려야 해요.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약을 끊었다면
1년에 몇 차례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비상용으로 약을 갖고 있다가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 대응해야 해요.
저의 경우 무리를 하면
가장 문제가 많이 생기는 곳이 기관지입니다.
저는 법문을 매일 하니까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또 원래부터 기관지가 약하기도 해서
몸에 무리가 오면 편도가 부어오르면서 나중에는 편두통이 생깁니다.
그러면 진통제를 먹어도 진정이 안 되고
병원에 가도 치료를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나름대로 연구를 했어요.
그래서 통증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먼저 몸에 약간 한기가 돌면서
목이 칼칼해지는 증상을 거쳐서
나중에는 머리까지
통증이 오는 순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몸에 약간 한기가 돌면서 목이 칼칼해지는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약을 먹습니다.
여러 약을 먹다 보면
특별히 이 증상에 잘 듣는 약이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증상이 있는 날은
아무리 바빠도 일찍 잔다든지 해서 자기 몸을 조절해 나갑니다.
왜냐하면 목이 아픈데도 미련하게 무리를 해서
편두통이 발병을 한 뒤에는
아무리 약을 먹어도 진정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재빨리 대응하고 조절하니까
예전에는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1년에 몇 차례였는데
요즘은 횟수도 줄어들었고 기간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물론 강연이 계속 이어지고
강연 사이에 방송이 있는 데다가
갑자기 피치 못할 어떤 미팅이 계속 잡히고
그래서 밤에 잠을 못 자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면
결국 발병을 할 때도 있습니다.
병이 없을 때는 밤에 잠을 못 자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발병을 한 데다가 바쁜 스케줄이 겹치고
또 그 상황이 하필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주말에 벌어져서
병원에 갈 수도 없게 되면
많은 고통을 겪게 되죠.
이렇게 자기가 자기를 조절해 나가는 연습을 해나가야 됩니다.
특히 질문자는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돼요.
약을 먹는 것에 대해
‘언제까지 먹어야 되나?’ 이렇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밥도 한 그릇씩 끼니마다 먹는데
약 한 알 먹는 게 뭐가 어렵습니까.
그것도 하루에 한 번 먹는 것이니 쉬운 일이잖아요.
밥을 먹듯이 약을 매일 정기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증상이 조금 심할 때는
약의 양을 조금 더 늘려야 해요.
너무 졸리고 정신이 없다 싶으면 약의 양을 조금 줄이되
안 먹지는 않으면서 적절하게 대처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기 병을 자기가 조절해 나가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병을 가진 사람이
정상인처럼 행동하려고 하면
그것은 문제라는 겁니다.
만약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연세가 많은 사람이라면
젊을 때처럼 산을 빨리 오른다든지
높은 산을 오른다든지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면 후유증을 앓게 됩니다.
그럴 때는 하루나 이틀 정도 푹 쉬어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물론 항상 컨디션이 좋고 건강한 상태에서만 일할 수는 없겠죠.
몸이 아픈 중에도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일하다 보면 낫고
또 일이 과해지면 다시 아프고, 아프지만 또 일을 하다 보면 낫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또한 인생이죠.
조금만 몸이 아파도 여러분들은 두려워하는데
몸이 아프다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프면 치료를 받으면 되지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어떤 연구과제가 있는데
늘 독촉을 받거나, 그 일을 언제까지 해야 되는 마감에 쫓기거나
심리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어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때는 직장을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직장으로 옮긴다든지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이 아니라면
직장 때문이 아니라
질문자가 가진 병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해요.
그럴 때는 직장을 옮겨도 증상이 똑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병을 자각하지 못하고
직장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직장을 자꾸 바꾸거나,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을 자꾸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하고 결혼하고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봐야
증상은 똑같이 반복됩니다.
결국 문제는 나로부터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나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체적인 병이면 육체적인 병으로 대응하고
정신적인 문제라면 약물도 복용하면서
자기가 자기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증상이 나타나는구나’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구나’
이렇게 자각하면서
자기가 자기를 조절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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