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리어왕의 충신인 켄트 백작은 무례한 하인 오스왈드를 넘어뜨리며 말했습니다.
"축구나 하는 천한 놈아!"
셰익스피어의 비극 < 리어 왕 > 1막 4장에 등장하는 장면이지요.
당시에는 축구, 즉 '공을 찬다' 는 의미가 마치 비속어 마냥 사용됐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 축구에 대한 기록은 그리 아름답지 못합니다.
"11세기 영국 노동자들이 오래된 전쟁터 무덤에서 덴마크 병사의 두개골을 차고 다녔다"
- <스포츠와 놀이문화> 1986
적군의 두개골을 발로 차며 복수했다는 그 섬뜩한 시작 때문이었을까.
초기의 축구는 제대로 된 규칙 하나 없이 그저 상대편을 물고 찌르고 걷어차는…
전쟁 같은 놀이였습니다.
부상자와 사망자까지 속출하는 바람에 1314년부터 1876년까지 영국에서는 모두 42차례의 축구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는군요.
축구가 긍정적 의미로 쓰였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축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공은 둥글다'는 정언 같은 그 말처럼 축구는 신분과 계급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평등했기에.
이를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거친 부분을 덜어내고 문명에 알맞은 규칙을 만들어서 축구를 세계인의 스포츠로 거듭나게 만들었습니다.
방금 전부터 이번 월드컵 우리나라의 첫 조별예선전이 시작됐죠.
관심은 예전 같지 않고 약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는 대표팀.
그러나 선수들은 말합니다.
"나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겠다" - 구자철 선수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 - 윤영선 선수
축구가 셰익스피어의 표현대로
"축구나 하는 천한 놈아"가 아닌 사랑받는 스포츠로 진화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겠지요.
축구는 그렇게 세상을 읽어내며 아름답게 진화했는데…
다음 말씀은 사족으로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대승했거나…
대패했거나…
그들 모두가 세상을 잘 읽어내어 진화하기를…
저작권: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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