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블루엔젤’ 그리고 ‘연꽃’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별칭이 불었습니다.
푸른 혈관을 잘 찾아내서 아프지 않게 주사를 놓고, 한결 같은 성실함으로 환자를 보듬은 동양 출신의 간호사들.
낮선 땅 독일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간호업무 중 가장 험한 일들이었지만
닳고 닳은 독일어 사전을 펼쳐가면서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에
멋들어진 모자를 쓰고 거리를 달릴 때면
휘파람 소리가 거리 곳곳에서 터져나왔제.
흐미, 젊음이 어찌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파독 간호사 이묵순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중
서구 선진국의 의료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여성에게 보다 자유로움이 허용되었던 나라
그들에게 독일은 생존을 넘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의 땅이 되어주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독일 사회가 마냥 포용력 있게 그들을 품어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비유럽 출신 노동자들의 취업을 금지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독일 역시 자국민 우선 보호주의를 펼치면서 한국의 간호사들을 내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흰색 간호복의 한쪽 소매를 찢으며 부당한 조치에 항의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필요로 해서 당신들을 도와줬다.
우리는 상품이 아니며,
우리가 돌아가고 싶을 때 다시 돌아가겠다.”
그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독일 사회에 기여한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지, 그는 진의가 왜곡되어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현실을 이야기한 것
최저임금의 문제가 되는 부분을 형평에 맞도록 하겠다는 것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그러나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던 그의 부연설명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또한 그 말은
독일과 중동 그리고 수많은 타지에서 땀 흘리며 일했던 과거 우리의 노동자들을 다시 소환했습니다.
“우리는 거래 상품이 아니다.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겠다.”
소매를 찢으며 저항했던 독일의 그 우리 간호사들처럼
스위스 출신 극작가 막스 프리슈는 유럽의 이주노동자를 다룬 작품에서
정작 그들의 사회 통합에는 관심이 없었던 국가들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타국의 노동자들에게 사람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책무는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지요.
“우리는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
-막스 프리슈/극작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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