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최전방 GP,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는 그곳에서 벌어진 남북으로 갈린 젊은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경계하고,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때로는 갈등하고..
결국 어느 한순간의 반전에 의해서 비극으로 끝나고 마는
영화는 한국전쟁 이후 오랫동안 비무장지대에서 떠돌던 소문 아닌 소문들
즉 때로는 무시무시하고, 때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적이곤 했던 그 많은 소문들의 극히 일부를 현실의 얘기로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어떠할까?
“북한군 귀순벨 누르고 도망 담력 테스트 취급당한 국군”
몇 년 전에는 가장 경계가 삼엄해야 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벨을 누르고 달아나는 일이 종종 벌어져서 우리 군을 민망하게 했습니다.
“똑똑똑, 북한군입니다. 귀순하러 왔습니다.”
-2012년 ‘노크 귀순’ 사건
지난 2012년 철책선 3개를 넘은 뒤에 GOP 생활관 문을 똑똑 두드려 모두를 황당하게 했던 북한군의 이른바 ‘노크 귀순’
그 이후 귀순하고 싶으면 누르라면서 설치한 이 ‘귀순 유도벨’이
북한군의 담력 놀이로 변질됐었다는 일종의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또다시 마주한 다른 현실
즉 실제상황
“휴대폰 좀 빌려주십시오. 북한에서 왔습니다.”
북방한계선을 넘어선 뒤에 남쪽 바다에서 사흘 밤을 보낸 북한의 목선은
스스로 삼척항에 배를 댄 이후에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며칠 전 그 실제 상황은 마치 7년 전의 노크 귀순처럼
차라리 상황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정도로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를테면 해상판 데자뷔라고나 할까.
그게 무장한 배였으면 어떡할 뻔했느냐는 걱정과 공포는
그 배의, 얼핏 보기엔 유유자적해 보였던 궤적과 반비례해서 극대화됐습니다.
영화 속의 잠시 동안의 낭만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수백 킬로미터를 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언뜻 보기에는 그저 놀잇배 수준으로 보이는
작디작은 목선 한 척이 몰고 온 현실의 무게감이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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