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넘어가고, 다시 넘어오고 그리고 다시 넘어가고.
똑같은 장면이 똑같은 장소에서 다시 이뤄지는 순간을 바라보면서
저 적당한 높이와 너비의 경계선은 이제는 되레 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하게 됐던 어제였습니다.
그런 생각이란 것도 사실 1년이 조금 넘은 짧은 시간 동안에 그 경계선을 둘러싼 변화가 가져다 준 것이겠지요.
분단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모습은 그렇게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사실 각자의 머릿속은 매우 현실적인 복잡한 셈법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당장 내년의 선거가 걸려 있는 것이고
남과 북의 사람들에게 핵과 평화란 그 자체로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누군가는 파격, 즉 격을 파하고,
누군가는 그 파격에 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짐짓 한 발 뒤에 서 있던 것이고요.
그 세 사람을 보면서
역사의 진전이란 우연일까, 필연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한 하루.
지난 5월 남북한이 맞닿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도라 전망대에 그네가 한 대 생겼다고 합니다.
주황빛 기둥이 단단히 뿌리박은 이 그네는 조금 낯선 모양을 하고 있었지요.
서로 다른 이들이 호흡을 맞춰가며 타야 하는 3인용 그네였습니다.
누군가 한 눈을 팔아서도 안 되고,
똑같이 발을 구르며 마음을 모아야만
그네는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데
당연히 쉬울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3명이 눈과 마음을 모은 뒤에 똑같이 발을 구르며 하늘로 올라가면
비로소 시원하게 눈에 담기는 한반도 북쪽의 풍경.
비무장 지대, 북쪽 하늘을 향해 세워진 그 3인용 그네의 이름은
‘하나 둘 셋 스윙!’ 이었습니다.
-수퍼플렉스/자료: 리얼디엠지 프로젝트
그리고 그네가 설치된 지 한 달 만에
공교롭게도 세 사람이 모여서 발 구르기를 시작한 셈이니
이 그네가 설치된 것도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라는
다소 부질없는 생각이 또 떠오르는 하루.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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