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출장이라 쓰고
외유라 읽는다.
오늘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농담 아닌 진담,
그러나 씁쓸한 진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장은 출장인데 놀러가는 출장이라면 사실은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지요.
그 로망과도 같은, 놀러 가는 출장을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들은 평소에도 그리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들은 무척 억울해하지만 그들이 생각하기엔 이상하게도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들 중의 상당수는 최소한 1년에 한번 이상은 해외 출장을 가는데, 그 중의 일부가 가는 출장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당연한 얘기지만 이 출장에서 그들은 자기 돈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출장이니까요.
현지에는 바로 그들이 감독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있고, 그 직원들은 현지 사정에 매우 밝아서 그 주변의 유명한 관광지를 잘 안내합니다.
여행사 직원 못지않은 아주 훌륭한 가이드인 셈이지요.
동행한 배우자는 또 다른 현지 직원을 대동한 채 고가의 명품가게와 보석상을 방문하고는 합니다.
설마 여기에 들어간 비용마저 출장비는 아니리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그 현지 기관은 바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가난한 나라를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는 기관입니다.
그러니까 이들이 쓰는 돈은 전부 우리의 피땀 흘려 낸 세금이라는 얘기지요.
그들이 시찰과 격려라는 명목으로 현지에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기관은 꼼꼼하게 관광일정을 준비하고 비용을 지불합니다.
안내를 잘한 직원의 경우에 승진까지 보장된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니까 그 기관, 코이카는 국회 여행사란 별칭이 붙을 만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그들의 자조적인 하소연
“(우리는 그들이) 개발도상국을 관광하기 위한 하나의 ‘툴’로 활용됐다.”
-KOICA 관계자
그렇게 사용된 총액은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총 12억원
우리가 이 폭염 속에서, 혹은 저 혹한 속에서 일해서 모아준 돈입니다.
그래서 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니면 로망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말
“출장이라 쓰고
외유라 읽는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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