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마음의 기술 [삶의 재해석]

직장인 김대현씨의 한 달 월급은 240만원

얼마 전 연말 보너스로 240만원을 받은 김대현씨는

1년 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200만 원짜리 선물을 사주었다.

“좀 비싸지만, 뭐 어때? 보너스인데.”

 

하지만 보너스 240만원을 매달 20만원씩 나누어 받았다면

김씨는 한 달 월급을 다 써가며 비싼 선물을 살 수 있었을까?

아마도 사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돈이지만, 왜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걸까?

바로 돈에 붙은 이름 때문이다.

 

사람들은 힘들게 일해서 번 월급은 신중하게 쓰지만,

공돈처럼 느껴지는 보너스는 쉽게 써버리고 만다.

 

이처럼 똑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벌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사용하게 되는데, 행동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심리계좌라고 부른다.

마음속 회계장부라는 뜻이다.

 

월급 계좌에서 돈을 뺄 때는 두 손이 부들거리지만, 공돈 계좌에서 돈을 쓸 때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러한 돈에 관한 구분은 직관적이고 본능적이어서 착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심리 계좌를 역이용해보면 어떨까?

가난한 지역을 여행하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치자.

지갑은 금세 찾았지만, 현금이 전부 사라진 상태라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머리를 쥐어 싸며 자신을 자책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기부 계좌’를 떠올려 보라.

기부 계좌란 좋은 일에 쓰고자 일정금액을 떼어 놓은 마음 속 계좌다.

당신이 잃어버린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생각하는 것.

이렇게 착각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피할 수 없는 비용,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괜히 마음 쓰며 괴로워할 필요 없다.

그런 돈은 ‘기부 계좌에서 지출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짜증내고 흥분하는 데 쓰게 될 당신의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면서 말이다.

 

붐비는 계산대 앞에 줄 서 있거나 고속도로가 꽉 막혔을 때 짜증이 나는가?

신경질이 나서 진땀이 나고 혈압이 치솟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될 것이다.

 

만약 불필요한 짜증과 흥분으로 심신을 갉아먹지 않는다면

적어도 1년은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최고의 ‘심리계좌’를 꼽으라면 단연코 죽음을 들 수 있다.

 

“사실 넌 이미 죽었어야 했어. 하지만 용케 살아 있는 거라고.

이제부터 주어지는 모든 시간은 선물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 인생을 보람차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실제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 중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시한부 선고 덕분에 오히려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시간이나 돈의 손실을 되돌 수 없지만

새롭게 해석할 수는 있다.

심리 계좌 속임수를 모든 상항에 적용해 보자.

 

의식적으로 생각의 오류를 저지르는 것은

당신이 의미 없는 짜증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좋은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건설적인 해석을 하라.

 

잊지 말길 바란다.

삶이란, 벌어진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