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선생님의 중학교 시절은 어떠셨나요?
그때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우리 동네 무려 13명이 초등학생 동창이 있는데 그 중에 3명만 중학교에 간 거야.
사실 나는 중학 진학을 못하는 10명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그런 집안이었는데
공부는 최상위급이었고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하신거지.
‘아무리 어려워도 큰놈을 가르쳐라.’
중학교를 들어갔는데, 중학교 때 기억하는 것은 기차 통학 밖에 없어.
우리 동네에서 기착 역까지 어린이 걸음으로 중학생 걸음으로 한 25분 걸려요.
거기서 기차를 타고 신흥역, 안평역, 장성역
장성중학을 들어간 거니까.
지금은 각 면마다 중학교가 있는데, 그때는 군에 중학교가 딱 하나밖에 없어서
장성 중학교를 들어가게 되었는데 학교에 다니는 방법이 3가지가 있어요.
자취, 하숙, 통학
학교와 가까운 친구들은 걸어서 통학을 하고
또 먼데 있는, 기차가 없는 친구들은 버스로 통학을 하고
나 같은 경우는 기차가 있기 때문에 기차 통학을 하는 거예요.
5시 56분 기차,
그러니까 5시 56분 기차를 타려면
걸어가는 시간, 또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시간해서
4시 반에는 일어나야 되는 거야.
그때는 시계가 별로 없었어요.
따르릉 울리는 시계 있잖아. 그걸 뭐라고 그러지?
자명종, 자명종이라 그랬는데,
우리 외갓집 형님이 그 옛날에 중학을 나오셔가지고
우리 어머니가 시계가 없으니 네가 쓰던 자명종을 줬으면 좋겠다.
그 시계를 가져온 게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 전에는 어떻게 우리 어머님이 일어나셔서 밥을 해주셨는지 몰라.
닭 우는 소리로 정하는 거야. 닭울음소리로. 시계가 없으니까.
무서워요. 우리 동네에서 역전까지 가는 데가 동네 동네 지나서 한 15분 동안은 그냥 산길을 가야 되는 거야.
무섭잖아.
그럼 노래를 부르면서 가는 거야.
내가 지금 목소리 좋은 게 그때 노래 때문인 거 같아.
우리 어머니는 노랫소리 들으면서 안심을 하는 거야.
‘아, 지금 우리 아이가 가고 있구나.’
기차 통학을 하고,
거기서 또 장성역에서 내려가지고 20분을 또 걸어서 장성중학교까지 가고.
그러니까 얼마나 배고 가프겠어. 배가 고파.
학교가 끝나고 오면 우리 세대 사람들이 팥빵을 좋아해요. 팥빵. 찐빵을 좋아해.
내가 찐 빵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팥 칼국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중학교 정문에서 한 5미터 오면 빵집이 있어요.
찐빵, 큰 솥에다가 찐빵을 찌잖아.
그럼 학생들이 파한다고 그래. 학교를 파한다 그러잖아.
‘학교 파하고 빨리 오너라’ 그러잖아.
하교할 때쯤 되면, 빵집 어머니가 그 빵을 찌던 뚜껑을 열어요.
그러면 그 빵, 하하하하하.
그 빵의 향기가 30리를 가.
그러니 먹고 싶은데 못 먹는 거잖아요.
내가 젊은이들한테 해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부모님들이 팥빵을 좋아하고, 옥수수 빵을 좋아하는 이유가
먹고 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먹고 싶은데도 못 먹었어요.
그러니까 먹고 자란 사람도 있어.
넉넉한 사람들은 먹고 자랐어.
대다수의 우리 또래의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먹고 싶어도 못 먹었어요.
먹고 싶어도 못 먹은 빵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좋은 거야. 그냥. 좋은 거야....
빵집에 봐봐. 어른들 서 있는 거 봐.
그냥 그것만 봐도 행복한 거야.
사서 먹고 안 먹고를 떠나서 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거지.
팥 칼국수도 마찬가진데, 지금 막 3그릇씩 먹어요.
근데 지금은 먹으면 안 되는 거야. 당 때문에. 나 미쳐버리겠어.
이게 옛날에는 없어서 못 먹었는데, 지금은 먹으면 안 되는 거야.
밀가루나 이런 거 먹으면 안 되잖아. 이렇게.
짠 음식이나 단 음식이나 이건 또 몸에 안 좋다는 거 아냐.
나는 그게 제일 슬퍼.
이제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못 먹는 거야 또.
그래서 영원히 만족은 없나 봐.
‘중학교’ 하면 기차 통학
기차 통학 다니면서 공부 정말 열심히 했어.
기차 속에서 계속 공부했어.
그래서 난 버릇이 되어가지고 차를 타야 대본을 외워. 하하하.
그래서 기차 통학하면서도 소위 명문이라는 광주고등학교를 들어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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