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는 장을 보러 마트에 간 적이 있습니다.
진열대의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는 중에
3~4살 정도로 보이는 조그만 남자아이가
자기 엄마를 앞서 총총총 뛰어 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안정감 있게 뛸 정도로
아직 발달이 충분히 된 건 아니라서
뛰려고 속도를 높이는 중에
다리가 풀려 그만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저 살짝 주저앉은 것이라
아이가 물리적 고통을 느끼는 그런 사건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주저앉은 것을 보고 엄마는 바로 아이에게 와서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제 기억으론
거의 3초 안에 일어났던 일이었어요.
요약하자면
아이가 좀 뛰려다 풀썩 주저앉았고
엄마가 재빠르게 와서 아이를 일으켜 주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진심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엄마가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엄마가 조금만 더 참으면
아이 능력이 달라지는데
아이가 훨씬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텐데”와 같은 생각으로 이어졌고
중간에 제가 개입해
그 엄마에게 더 나은 육아 방식에 대해 가르쳐드리고 싶었어요.
예전에 인생극장이라는 단편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청년이 인생의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묘사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였어요.
그런데 그 두 가지 선택 중에 하나 이상은
대체로 나쁜 선택인지라
그 선택 때문에
나쁜 결과가 닥치는 불행을 견뎌야만 했던 것이 인상 깊었어요.
이와 비슷하게 육아 과정에서도
엄마들은 아이와 관련하여 어떤 일관된 선택을 하시게 되는데
아이가 살짝 넘어졌을 때
엄마가 아이를 바로 일으켜 세워주시는 선택을 하신다면
그것이 아이 인생에 손해로 작용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겁니다.
그 선택을 안 하시기만 해도 참 괜찮은데
그걸 하신단 말이죠.
왜냐하면 아이를 사랑하시니까요.
사랑하시니까 아이를 바로 일으켜 세워주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아이가 넘어졌을 때 어떻게 반응하시고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단순히 아이가 넘어졌을 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시고 어떻게 대응하시냐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번 강의에선 아이가 넘어졌을 때
부모는 왜 아이를 결코 바로 일으켜 세워주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바로 일으켜 세워주는 게 올바르지 않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강의 내용을 잘 들으신 후
부모님들이 아이를 바로 일으켜 세워주는 그 선택을 안 하실 수만 있어도
아이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걸 보는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부모가 아이를 바로 일으켜 세워주시면
그것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혼자서 걸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뛰어다닐 수도 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혼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몸을 움직여서 일어서는 경험을 했을 때
비로소 자립심이 길러지는 것인데
아이를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엄마가 아이 몸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셨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일어서 보는 경험을 못해
결국 무능력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됩니다.
이게 더 심각해지면
아이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럽게 여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거예요.
엄마에 대한 의존성이 커질수록
아이는 나이를 먹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을
엄마에게 일일이 해달라고 귀찮게 계속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이가 스스로의 몸을 통제할 기회를
부모가 뺏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를 도와준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아이의 발달 관점에서는
아이가 기회를 뺏기는 겁니다.
이것이 제 눈엔 분명히 보였기 때문에
마트에서의 그 장면이 저는 무척 안타까웠던 거예요.
그 아이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넘어지면 엄마가 개입해서 자꾸 일으켜 세워주시니까
능력을 키울 기회가 없는 겁니다.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가 자신의 몸을 온전히 통제하는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사회성 발달에 더 유리합니다.
그런데 엄마의 사랑의 마음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더 통제하게 만들어 사회성 발달이 저해되는 거예요.
어떤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자꾸 넘어지니까
엄마가 그걸 보고 있다
3~4살 유아를 일으켜 세우듯이 아들을 일으켜 세워줍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짜증 내면서
그걸 굉장히 수치스러워해요.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고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엄마의 행동이 아이가 자립심을 못 키우게 만듭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아이는 이제 열등감마저 느끼게 되고요.
따라서 올바른 육아 방향은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는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는 겁니다.
아이가 뛰는 중에 털썩 주저앉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다치는 등의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이가 이 상황을 충분히 경험해 보고
스스로 일어서 보는 성취를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개입하려는 그 마음을 좀 참으실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 절제의 마음을 형성하시려면
우선 부모님은
아이에게 일어난 사건을
교육의 기회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아이의 사건을
교육의 기회로 해석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는 돌봄의 마음만 앞서
거의 본능적으로 개입하시게 됩니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시고
아예 사건에 개입할지 말지를 결정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
아이에게 주는 반응을 잘 만드셔야 합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가 넘어지면
그게 굉장히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들 떠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고 어떻게 어떻게 아프겠다
엄마가 조심하라고 그랬잖아”와 같이 반응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엄마가 이렇게 반응을 하면
아이는 대체로 울음이 터집니다.
엄마의 그런 반응 때문에
이것이 심각한 사건이고,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해석하기 때문이에요.
사건이 이렇게 발전하는 이유는
아이가 나와 가장 가까운
내가 신뢰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엄마의 반응을
사건 해석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표현과도 일맥상통해요.
아이가 뛰려고 하다가 털썩 주저앉았으면
그냥 무시하시고
사건 처리를 아이에게 온전히 맡기셔도 괜찮아요.
아이와 같이 있는 와중에 아이랑 눈이 마주쳤으면
웃으면서 “아이고 털썩 주저앉았네”라고
가볍게 반응해 주시기만 해도
아이가 이 사건을 결코 심각하게 해석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아이가 온전히 혼자서 해내기 어려울 것 같은 판단이 선다면
아이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그 대화 과정을 이끄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아이에게 질문을 하셔도 좋은데
질문을 하시게 되면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혹은 아이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한 것 같다면
“한번 혼자 일어나 볼 수 있겠어?” 하고 권유해 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의 모습을 관찰해 보시다가
아이가 스스로 일어났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해주시는 거예요.
“우와 우리 아들이 혼자서 잘 일어났네, 멋지다”와 같은 반응을
잘 만들어내시는 겁니다.
아이 관점에서
내가 스스로 일어난 것도 뿌듯한데
그 과정에 대한 칭찬까지 받으니
자기 효능감이 높아집니다.
이런 육아 방식으로 크는 아이들이
단연코 잘 성장하게 되니
우리 부모님들께선
가능한 본인의 마음을 좀 절제하셔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까지 뺏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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