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

지식줌) "대륙"을 이을 수 있는데... 이 짧은 거리에 다리가 없는 이유

Buddhastudy 2025. 3. 19. 19:39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협으로

에리트레아, 지부티, 예멘과 국경을 이루고 있죠.

 

가장 좁은 지점은 고작 21km인데

다리를 건설하기에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닙니다.

21km 이상의 다리는 세계에 이미 37개도 넘게 건설되어 있죠.

사실 멀게 볼 필요도 없는 게

우리나라 인천대교의 교량 구간만 해도 18km가 넘습니다.

즉 인천대교보다 3km만 더 길게 하면 대륙을 이을 수 있는 거예요.

 

또 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운하 두 개를 꼽으면

남미의 파나마 운하와 지중해와 홍해 사이의 수에즈 운하일 텐데요.

 

세계 무역의 핵심적 루트인 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과 대형 유조선은

매년 2만 척 이상입니다.

그리고 이 수에즈 운하를 오가기 위해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곳이

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이곳도 역시 수에즈 운하와 마찬가지로

매일 세계 무역의 약 12%, 석유 100만 배럴, 천연가스의 약 8%

이 지역을 오고 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협이라 할 수 있죠.

 

이 잠재성이 상당해 보이는 프로젝트가

대체 왜 아직까지도 실행되고 있지 않을까요?

 

사실 오래전부터 당연히 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논의는 있어 왔지만

그중 가장 최근에 실제적으로 추진되었던

뿔의 다리 건설 프로젝트를 보며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렉 빈라덴으로

그가 이끄는 두바이에 위치한 중동 개발 유한책임회사

2007년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죠.

 

두바이의 입장에서도 이 다리에서 두바이까지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두바이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고

또 사우디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메카로의 순례 루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이기에

주변 국가들 입장에서도 그리 나쁠 게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차적으론 예멘 본토에서 3.5km 정도 떨어져 있는 페림섬까지 다리를 잇는 것이고

2단계로는 페림섬에서 지부티까지 21km의 교량을 잇는 것이었죠.

누르 시티라고 하는 재생가능 에너지로 운영되는 쌍둥이 도시를

다리 양쪽 끝에 건설하고

2025년까지 예멘 쪽 누르 시티에는 450만 명이

지브티 쪽에는 25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죠.

이후엔 새로운 공항을 만들고

두바이까지 고속도로까지 만들어

아프리카와 중동의 금융, 교육, 의료 허브 도시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부티 대통령은

누르 시티 건설을 위해 500의 용토를 내놓을 만큼

상당한 기대를 가지며 추진되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연기 계획이 발표되며

현재까지도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큰 프로젝트고, 투입되는 자원도 어마어마한 만큼

경제성이 중요할 텐데요.

이 다리가 생기면 며칠에 거쳐야 할 거리를

2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상당한 경제적 이점이 있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프로젝트 계획 당시

매일 약 10만 대의 차량과 5만 명의 철도 승객이

다리를 건널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말대로 실현된다면

매일 오고 가는 인원이 15만 명

연간 인원은 거의 5,500만 명으로 예상한다는 것이죠.

 

비교를 위해 인구 6,500만 명의 프랑스와

인구 6,700만 명의 영국을 잇는 해저 터널을 오가는 승객을 보자면

연간 약 2천만 명의 승객이 오고 갑니다.

 

지부티엔 113만 명, 예멘에 3,500만 명의 인구가 있는데

과연 연간 5,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오고 갈까요?

게다가 원래도 교류가 많은 유럽권과 달리

오랫동안 단절되었고, 아예 대륙이 바뀌게 되는데

실제로 기대했던 만큼의 교류와 경제적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하죠.

 

또 사실 이동이 필요하다면

이미 이 해안선을 따라 항구들이 건설되어 있고

직선 길이도 그렇게 길진 않기에

이미 활용 가능한 저렴한 대안이 있는 것입니다.

 

또 이곳을 이동하는 선박들이 매우 많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리 건설에 있어서는 단점이기도 한데요.

 

우선 해상무역에 이동을 막기에

도개교는 건설 옵션에서 제외가 되어야 할 것이고요.

그렇다면 배가 드나들 만한 충분한 다리 사이의 공간을 확보하고

배의 최대 높이보다도 훨씬 높게 다리를 지어야 하는 것이죠.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컨테이너는 MSC 사의 IRINA선으로

길이 400m, 폭은 약 60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죠.

최대 25겹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고, 그 높이는 건물로 따지자면

거의 22층 수준인데요.

그런데 배의 크기도 계속 커지기에

현재 배들의 최대 높이보다 꽤나 높은 수준으로 다리를 건설해야겠죠.

 

또 바다 아래쪽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은데요.

이 해역은 아프리카 판, 소말리아 판, 아라비아 판

3개의 판이 만나기에

아파르 삼중 접점이라 불립니다.

 

대륙 사이에 길게 홍해라는 바다가 있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요?

이 홍해는 아프리카 판과 아라비아 판이 갈라지며 만들어진 바다이고

그에 따라 홍해 열곡대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폭이 그리 넓진 않지만

깊이는 무려 300m가 넘죠.

해상에서 바닥면까지 가는 데만 310m터 정도이고

거기에다 기둥은 훨씬 더 깊게 넣어야겠죠?

게다가 배가 지나갈 수 있는 높이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길이의 다리 기둥을 세워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당시 계획된 주탑 하나당 길이는 무려 700m였는데요.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555m의 롯데타워보다

무려 150m나 긴 주탑 기둥을 해저에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비교를 위해 보자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깊은 기둥을 가진 다리가

깊이 127m의 방글라데시의 파드마 다리인데

700m라니, 쉽지 않다는 게 더 와닿으실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판들이 만나는 지역이란 것은

지질학적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입니다.

 

뭐 사실 불의 고리지역처럼

아주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진 않더라도

실제로 상당수의 화산들이 이 지역에 존재하고

2007년 예멘의 ‘Jabal al-Tair Island’에선 실제 화산 폭발이 있기도 했죠.

대형 교량 건설 부분에 있어선 이런 부분들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2020년에 이 다리 건설을 목표로 했지만

몇 차례 연기가 되고

현재는 아직도 미완성의 상태입니다.

 

근데 뭐 돈이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등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만

사실 제일 큰 이유는

주변 국가들의 불안정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우선 경제적 부분만 보아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지부티의 1인당 GDP3,700달러 정도로

비슷한 국가로 베네수엘라, 부탄, 볼리비아, 팔레스타인 등으로

국제적 기준에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예맨은 훨씬 심각한데 1인당 GDP618달러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수치는 거의 세계 최하위 수준이죠.

 

그래도 지부티는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내전을 겪으며 경제가 파괴되었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나가며

정치적, 경제적, 안정성을 높여가고 있고

또 워낙 이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도가 높다 보니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외국에게 돈을 받고

대신 지부티에 해당 국가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허용하기에

물론 자국 군대는 아니지만

군사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근데 큰 문제는 예멘입니다.

원래도 내전이 계속되었던 예멘에서

2014년엔 아예 후티 반군이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내전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현재 세력 지도를 보시면

서쪽 지역은 후티 반군이

동쪽 지역은 기존의 예멘 정부가

남쪽엔 남부 과도위원회가

그리고 중앙엔 알카에다가 점령하고 있죠.

 

우리가 반군이라고 하면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 게릴라 세력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도로 보았을 때 후티 반군이 상당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

수도뿐만 아니라 알짜배기 중요한 요충지는

대부분 반군 세력이 차지하고 있는 것.

 

지도에 보이시는 것처럼

정부가 차지하고 있는 동쪽 지역의 상당수는

인구 밀집도가 높지 않은 사막 지역이 대부분이고

실제 중요한 지역들은 반군의 영향력 하에 있습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후티 반군을

이란만이 정부로 인정하고 있기에 반군으로 불리는 것이지

최근 미사일을 쏘는 등 여러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절대 만만히 볼 세력이 아니고요.

또 하루 이틀 만에 끝날 내전 상황이 아니란 거예요.

 

이렇게 여러 세력들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무리 사우디의 부자 가문이라도

어느 누가 20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에 하나 이 다리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어떤 사고라도 나면 그 피해가 막심합니다.

 

2021년 수에즈 운하를 지나던 에브기든호가 제어력을 잃고 좌초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수에즈 문화가 정상화되는데 11일 정도가 걸렸죠.

당시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

이 사고로 인해 전 세계 무역 피해가

일주일당 60~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였는데요.

100억이면 현재 한화로 13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만약 다리에 어떤 사고가 나거나

혹은 예멘의 반군이 의도적으로 다리를 봉쇄해 버린다면

세계 무역 흐름에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오늘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그렇게 길지 않은 다리가

왜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아마 제가 말씀드린 부분 외에도 여러 이유들이 많이 있겠죠?

 

여러분들의 생각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시청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