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대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뇌가 해석하는 그대로 볼 뿐입니다.
-기적수업
전편의 동영상에서 우리는
1979년 미국의 벤저민 리벳 실험을 통해 발견한
인간 행동 반응의 프로세스를 보았습니다.
이 실험의 아이디어 자체는
1965년에 독일의 신경학자 한스 코른후버와
뤼더 테케가 발표한 논문에서 따온 것이었죠.
여기에 [준비전위]라는 새로운 개념이 포함돼 있는데
실제 행동을 할 때
이 행동을 하기 1초 전에
뇌에서 발생한 전기적 변화가 있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리벳은 자신의 실험에서
자유의지가 부정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지만
조금은 완화된 결론을 내놓습니다.
비록 우리가 무의식에서 솟아나오는 의도들에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는 것이었죠.
새로운 실험을 통해 의식적인 결정을 한 다음에
다시 그 결정을 뒤집는 비토 결정을 내림으로써
예정된 행동을 취소하는데
0.2초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리벳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는 없지만
하지 않을 의지는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비토 결정 이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의식적인 결정보다 무의식적인 뇌파가 앞선다면
어째서 의식적인 비토 결정에는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가?”라는 물음이었죠.
결국 비토 결정은 폐기되었습니다.
하나의 가설로만 남았습니다.
과연 계속 그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979년이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PC가 흔치 않던 시절입니다.
리벳의 실험은 당연히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는데
그중 하나는 너무 짧은 시간 간격이었습니다.
수백 밀리, 초라는 너무 짧은 시간 간격으로 보자면
“결정 전의 뇌 활동은 결정을 위한 준비일 뿐이지 않겠는가?” 하는
반박이 제기됐습니다.
2007년에 와서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뇌과학자인 존-데일란 하인즈 교수 연구팀은
리벳 박사의 실험을 새롭게 해보았습니다.
그러자 우리의 인식보다
우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무려 최대 10초 전에 결정을 내린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리벳의 실험은 반박할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이자크 프라이드 박사가
기존의 연구에서 더 나아간 실험을 합니다.
전극을 환자의 뇌에 직접 이식하는 방법으로
우리 뇌의 특정 영역에 있는 개개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한 것이죠.
환자에게 오른쪽과 왼쪽 버튼 두 가지를 손에 쥐어주고
누르는 시간과
실제 뇌에서 반응하는 시간을 측정한 겁니다.
프라이드 박사는
환자가 판단하기 1초 전에 버튼을 누를 것을 결정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어느 쪽 버튼을 누를 것인지를 예측했고
그 확률은 80%였습니다.
프라이드 박사의 결론은
/이미 결정된 판단을
우리 의식이 나중에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
우리의 의식은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통고만 받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벳의 실험에서 보듯
선택이 먼저 일어나고
그것이 좋아서 했다는 해석을 내리게 된다는 점을
조금 더 확증하는 실험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의 자아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는
앞으로 뇌 과학이 찾아내야 할 탐구의 영역이지만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든
자유의지와 선택, 결정에 대한 과정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결론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명백하게
“내가 손을 움직이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것은 잘못된 서사라는 거죠.
그냥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조금 더 사실에 가깝게 다가서자면
“손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이 빠질 수 있습니다.
<브레인 스토리>에서 소재한 그린 필드는
자아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재해석합니다.
“무언가를 하려는 의도가
뇌가 이미 그것을 하기로 결정한 다음에 발현된다면
즉 우리가 결정하기 전에 뇌가 결정을 한다면
우리의 행위는 자유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잠재 의식적 과정에 의해 인도되는 셈이다.
나라는 관념, 머릿속에 존재하는 개인은
어쩌면 뇌가 보여주는
가장 그럴듯한 속임수인지도 모른다.
진짜 지배 세력은 잠재의식인데도
내 눈 의식적 자아가 행동을 지배한다는
환상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수잔 그린필드의 해석에 나오는
지배 세력인 잠재의식은
아직 논쟁 중이며 그 실체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것을
조건화된 카르마라고 부르든, 지배적 잠재의식이라고 부르든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은
뇌의 안이나 바깥에 통제 센터가 분명하게 있고
통제 센터가 정보를 판단해 명령을 내리면
그것에 따라 육체가 반응하도록 되어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뇌를 사실 그대로만 보면
어떠한 통제 센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뇌는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뇌세포의 무수한 신호들만이 쉴 새 없이 깜빡이고 있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두뇌를 인터넷과 같은
신경 네트워크들의 연합이라고 간주하는 견해도 있는데
통제 센터이든, 네트워크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아직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만 확실합니다.
이렇듯 의식에 대해 접근할 때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상식적 견해들은
사실상 수정하거나, 버려야 할 개념이 너무 많아서 별 소용이 없습니다.
뇌과학의 발견이 진행될수록
양자역학과 연결해야 설명이 되는 현상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상식적으로 믿는 개념들은 실상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유식학에서 말하듯 카르마조차 연기된 것입니다.
카르마의 법칙과 원리는 있지만
카르마의 내용은
기계적이지도 운명적이지도 연역적이지도 귀납적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현재까지 인류가 대입할 수 있는
모든 은유적 발상을 넘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하느님의 뜻대로
저절로 일어난다는 표현이 실상에 가깝습니다.
실상에서는 행위자가 없고 행위만 있으며
나라는 자아가 있다고 할 수 없기에 ‘무아’라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뇌과학이 밝혀낸 인지 프로세스 정도만으로도
우리는 일종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진실로 믿으며 살고 있는 셈입니다.
있지도 않은 나라는 자아를 만들어
그것이 행동을 통제한다는 환상을 믿으며 살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문화적 유산이든
뇌가 만들어내는 생리적인 착각이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을
우리 인류는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사실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문학, 철학, 사회학, 윤리학이
제안되고 수용되고 적립되려면
우리 인류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천동설이 아니라 지동설이 밝혀졌지만
그것이 상식이 되는 데 수백 년이 걸렸고
우리는 양자역학의 결과물인 정보통신 기계들을 사용하면서도
이중슬릿실험의 결과에 대해 전혀 무감각한 상태입니다.
만약 리벳이나 프라이드이 실험을
유식학으로 끌고와 해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문제는 비교적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자아를 허상으로 간주합니다.
일단 자아가 없다면
뇌 과학의 실험에서 당혹해 하는 일이 없어집니다.
준비 전의가 먼저든, 의지가 먼저든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일어날 뿐이죠.
자아를 전제하기 때문에
통제센터의 결정이 중요해지는데,
그런 것이 없다면 무슨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나든
큰 이슈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연기된 카르마가 조건화의 모델이라면
의식의 발생과정은
뇌과학이 어렵게 설명하는 모델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질적인 육체에서
의식의 흔적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의식의 발생 위치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유식학에서는 우주의식
즉 아뢰야식을 발생 시작 지점으로 봅니다.
물론 이것이 어떤 물리적 위치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뇌과학의 또 다른 발견인
뇌는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인다는 해석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인지하는 과정도 그러하고
사건에 개입해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 과정도
사실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정반대로
그냥 일어나는 것입니다.
굳이 이유와 원인을 찾으려면
까르마이고 연기입니다.
그래서 기적수업은 말합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오로지 용서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님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이 세상이므로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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