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어요. (2023.05.11.)

Buddhastudy 2023. 7. 26. 19:55

 

 

 

작년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저는 회사 생활 30년 차 중간 책임자인데 상사의 부름으로 모인 자리에서 저와 친하게 지내는 후배를 포함해 동료들까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저를 몰아붙였고

저는 우여곡절 끝에 지점을 옮겨 잘 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잘 지내다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면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까요?”//

 

 

뉴스를 보면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이 힘이 세요? 야당이 힘이 세요?

 

...

 

얼마 전에 정권을 잡은 여당 안에서도

온갖 공격을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봤습니까?

 

...

 

질문자와 비교해 보면

그 사람도 그 집단 안에서는 질문자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거잖아요.

이것을 왕따라고 봐야 해요? 권력 투쟁이라고 봐야 해요?

 

...

 

권력 투쟁은 인간의 속성입니다.

인간의 속성이 나타난 것일 뿐이에요.

직장 동료들은 제일 힘이 센 사람의 눈치를 보고 그 사람의 편을 드는 것입니다.

학교 다닐 때도 주먹이 세든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있으면

또래들이 그 아이를 따르잖아요.

만약 그 아이의 말을 안 듣는 아이가 한 명 나타나면

쟤하고는 친구가 되지 말라하게 되고

아이들이 그 옆에 가까이 안 가잖아요.

 

회사에서든, 정치에서든, 종교에서든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종교 안에서도 방향이 다르거나 조금 다른 얘기를 하면 이단이라고 배격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이 하는 따돌림은 몹시 나쁜 짓이라고 여기고

정치인이나 한 나라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둘 다 그 속성은 똑같습니다.

 

질문자가 왕따를 당한 것은

윗사람이 보기에 질문자의 행동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지 않겠어요?

밑에 사람들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함께 비판한 것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서 보면 가끔 정치 현장이나 사회 곳곳에서

윗사람이 조금 싫어해도 바른 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없어요?”

 

...

 

그런 사람들은 소속된 당이나 조직에서 늘 소외되고 소수로 삽니다.

그게 싫으면 적당히 눈치를 봐 가면서 오늘은 이쪽 무리에 붙었다가

내일은 그 사람을 비판했다가

위에서 그 사람을 좋아하면 모레는 칭찬을 했다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들인 국회의원들도

패를 모아서 왕따를 시켰다가 상황이 바뀌면 격려하고

더 높은 사람의 눈치를 보고 행동합니다.

다른 당도 마찬가지이고요.

 

제일 큰 권력 기관에서도 그런데

일반 회사의 작은 조직 내에서 일어난 일이 무슨 큰일이라고 그래요?

지금 세계에서 미국도 자신들의 말을 잘 들으면 편을 들어주고,

자신들의 말을 안 들으면 왕따시키는 행동을 하잖아요.

 

수행적 관점에서 질문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지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중생이 사는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면

천하가 뭐라 하든 나는 내 길을 가면 됩니다.

다수의 무리에 끼어서 살고 싶으면

적당히 눈치를 보고 살면 되지 왕따니 뭐니 그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 질문자는 비굴하고 싶지는 않고,

렇다고 소수로 핍박받고 살고 싶지도 않은 겁니다.

한마디로 욕심이 많아서 이런 괴로움이 생긴 겁니다.

저도 지난 30년 동안 불교계 안에서 온갖 왕따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왕따를 당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만 나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죠.

 

그러니 이 문제는

질문자가 자기 인생의 중심이 안 잡혀서 생긴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다수의 무리와 어울려 살려면 요리조리 줄을 잘 서든지

줄 서기가 싫으면 이런저런 비판을 들으면 됩니다.

이런 문제는 질문자 스스로 해결해야 되겠어요?

세상 사람들에게 해결해 달라고 해야 되겠어요?

 

...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그렇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세상을 바꾸려면 정토회처럼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토회는 지난 30년 동안 외롭게 이 길을 걸어왔잖아요.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문제라고 해도

스님은 그런 세상을 욕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다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 사람은 더 낫지 않느냐?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늘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고 그럽니다.

그것이 안 좋아 보이면 나부터 안 하면 됩니다.

그것이 너무 지나치게 심해서 공동체가 큰 위험에 빠지겠다 싶으면

그때는 저도 비판을 합니다.

당장 개선하지 않으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준다거나

불교계 전체에 너무 큰 영향을 준다거나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비판을 좀 해요.

그래서 욕도 좀 먹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판할 때는 욕먹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욕을 좀 얻어먹고 살면 됩니다.

밥을 여러 명이 같이 먹어야 할 필요가 없어요.

혼자 먹으면 더 맛있고 좋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면 뭐해요?

술자리에 안 가면 내 건강에 더 좋아요.

옳은 일이 아니면 그 자리에 굳이 참석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승진하면 뭐해요?

월급 조금 더 받는 것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아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럴 정도가 아니면 적절하게 눈치 보며 사는 길도 있어요.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내가 선택하면 됩니다.

만약 나도 한자리 끼고 싶다면

자기 생각을 조금 버리고 고개도 숙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왕따 문화를 개선해야 됩니다.

그렇게 해서 개선이 되면 정말 좋지만,

개선이 안 되더라도 나는 또 살아야 되잖아요.

왜냐하면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도 나는 평화를 유지하고 자기 삶을 살아야 됩니다.

그것은 왕따라고 보기보다는 내 선택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질문자는 남의 눈치는 보기 싫고, 그 속에 끼고는 싶은,

그런 모순된 마음이 있는 거예요.

먹고는 싶고, 살은 안 찌고 싶은, 그런 심리와 똑같아요.

살이 안 찌려면 먹지 말든지, 먹었으면 살이 찌든지, 둘 중에 하나입니다.

달리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