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남편과 싸우고 각방을 쓴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2023.05.12)

Buddhastudy 2023. 7. 27. 20:20

 

 

 

남편과 싸우고 각방을 쓴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남편은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 시간이 지나면 또 풀리겠지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꽤 오래갑니다.

밥을 차려놓고 먹으라고 하면 먹지 않습니다.

반찬을 사 와서 먹거나, 밥을 혼자 먹고 들어옵니다.

술을 먹고 들어와 욕을 한 적도 있습니다.

대응하진 않았습니다.

남편에게 말을 걸어도

나는 더 이상 당신한테 필요한 사람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하고 말합니다.

수행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남편의 행동은 그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씩 화와 불안과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제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질문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문제겠죠.

남편이 술을 먹고 와서 행패를 피운 것은 문제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각자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각자 방에서 살고, 각자 밥 먹으면서 한번 살아보자하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이렇게 사는 게 불편하고, 같이 밥도 먹고 대화하는 걸 원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편이 먼저 기분을 풀고 사과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감나무에 감이 익으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따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바닥에 누워서 입만 벌린 채 감이 떨어지도록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왜 감이 안 떨어질까? 오늘은 떨어질 때가 됐는데

이런 생각만 하고 누워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방법은 두 가지예요.

첫째, ‘감이 스스로 떨어지면 그때 주워 먹겠다.

떨어지지 않으면 먹지 않겠다이러면서 그냥 사는 겁니다.

 

둘째, 그게 싫으면 나무 위로 올라가서 감을 따 먹으면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좋고 나쁜 건 없습니다.

 

 

질문자는 이미 결혼 생활도 해봤잖아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각방을 쓰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왜 답답한가요? 남편이 빨리 사과하기를 기다리는 건가요?

 

...

 

감을 떨어뜨리기 위해 감나무를 몇 번 찼는데 감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죠? 그래서 감이 문제라는 겁니까?

발로 차서 떨어지지 않으면 장대를 쓰면 되잖아요!

직접 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딸 수도 있습니다.

왜 감 탓만 하고 있습니까?

질문자가 먼저 사과할 수도 있잖아요.

한 번 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하면 됩니다.

고개를 숙여도 안 되면 엎드리면 됩니다.

엎드려도 안 되면 무릎을 꿇으면 됩니다.

무릎을 꿇어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더 노력하면 됩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상대방의 기분이 풀어지길 기다리니까 답답해지는 겁니다.

기다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1년이든 2년이든 기다린다는 자세를 갖고

조급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예전에는 보름이나 한 달이면 풀렸는데

한 달이 넘어도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상처가 좀 커졌다는 뜻입니다.

 

질문자는 남편을 예전과 똑같이 대하지만

남편은 상처가 컸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남편은

나는 너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니 앞으로 내가 먼저 너에게 고개 숙이지 않겠다하면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경쟁해서 남편의 자존심을 꺾으려면 버텨야 합니다.

내 자존심을 세워서 상대를 이기려면 그냥 그렇게 버텨야 해요.

그러나 이 일은 자존심 싸움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질문자가 먼저 가서 사과하고 껴안아야지요.

 

결혼한 부부 사인인데 남편 혼자 자는 방에 몰래 가서 껴안는다고 해서

성추행은 아니잖아요.

그런 노력이라도 해 보든지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답답해하기만 하면 어떡해요?

남편이 이번에는 좀 큰 상처를 받았구나하고 느껴진다면

옛날보다는 좀 더 노력을 해야죠.

 

...

 

그렇게 자존심을 세우려면 외로움에 처하는 과보를 받아야죠.

결혼을 하려는 남자가

예쁘고 재능도 있고 싹싹하고 나만 쳐다보는 여자를 찾으려고 한다면

쉽게 결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려면 나이가 오십이 되도록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반면에 나이도 상관없다’, ‘여자면 된다이런 관점을 가지면

내일이라도 결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기 선택의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자존심을 세우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는 게 좀 지치면 자존심을 버려야지요.

그런데 부부지간에 자존심 세운다고 해서 누구한테 이득이 될까요?

 

...

 

이익이 안 되는 짓을 계속하는 사람은 바보예요.

그러니 갈등을 풀고 싶으면

오늘 가서 남편에게 딱 엎드리세요.

누가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따지지 말고

우리 남편이 이번에 상처를 좀 크게 입었구나!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풀어줘야겠다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설령 남편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고 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하면서 큰소리치면 안 돼요.

그렇게 해서 당신의 자존심이 세워지면 그렇게 하십시오하면서

완전히 탁 내려놓아야 합니다.

 

감을 먹고 싶으면 작대기를 가져와서 감나무 가지를 꺾어 감을 따먹어야죠.

작대기가 없네이런 얘기를 하면서 상황을 탓하면 안 돼요.

 

스님이 남의 부부생활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잖아요.

 

제 얘기의 요지는

갈등을 빨리 풀고 싶거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그러기 싫거든

혼자서도 사는데 이렇게 왜 못 살겠느냐하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지내라는 겁니다.

 

...

 

어느 쪽을 선택할래요?

 

...

 

그렇게 조금 노력하는 수준으로는 갈등이 안 풀립니다. 파격적인 노력을 해야지요.

 

...

 

해보시겠어요?”

 

...

 

선택은 잘하고 못하는 게 없습니다.

선택을 하면 그에 따른 과보가 있을 뿐입니다.

자존심을 세우는 선택을 하면 좀 기다리는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이 문제를 빨리 풀고 싶으면 자존심을 좀 죽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어느 게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이것을 하면 저것을 버려야 하고, 저것을 하면 이것을 버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