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남편과 이혼했지만 아이가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고 해요. (2023.07.14.)

Buddhastudy 2023. 10. 25. 20:08

 

 

 

저는 현재 이혼을 하고 홀로 7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오랜 암 투병 후 돌아가셔서

저는 현재 세상에 도움받을 사람 하나 없는 처지입니다.

이혼 사유는

남편의 오랜 백수 생활, 술주정, 음주운전, 폭행, 언어폭력,

저주, 분노 조절 장애, 심한 결벽증입니다.

결혼 생활 동안 저는 고통 속에서 살았고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해서 중환자실에 실려 갔지만

남편은 변하지 않았어요.

설득 끝에 남편은 정신과 검사를 받아

중증 장애 확진을 받아 입원 치료 처방이 나왔지만

본인이 거부하여 입원 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작년에 음주 운전하고 접촉 사고까지 낸 후

집에 들어와 아이 앞에서 저를 폭행했습니다.

그 후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신청하였습니다.

남편이 이혼하지 않으려고 버텨서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이혼하였습니다.

남편을 집에서 쫓아낸 지 10개월 정도 되었는데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고, 사과하고, 반성하고, 회유하더니

이제는 자살하겠다며 저를 협박합니다.

지금은 쪽방에서 거지처럼 생활하고 있는데

혹시 남편이 자살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죄책감도 느껴집니다.

7살 아들은 아빠랑 엄마랑 셋이 살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 집은 왜 남들과 다르냐고 웁니다.

하지만 악마 같은 남편과 결코 다시는 함께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과 같이 살고 싶지 않으면 같이 안 살면 되지

뭘 그걸 큰일처럼 생각해요?

둘 다 성인이고, 이혼도 이미 했잖아요.

같이 살고 싶으면 같이 살면 되고, 같이 살기 싫으면 안 살면 돼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인과 같이 살고 싶어 하는 것은

그 남자의 처지고,

같이 살고 싶지 않은 것은 질문자의 입장이잖아요.

입장이 서로 다른 겁니다.

 

그 남자를 욕할 필요도 없어요.

악마 같다는 표현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은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악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편이 악마라면

지금 질문자가 키우는 아이는 악마의 자식이 되는 겁니다.

그 말은 아이가 나중에 크면 악마가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새끼 악마가 자라면 성인 악마가 될 거잖아요.

 

그렇게 된다면 질문자의 인생도 큰 불행입니다.

질문자가 지금 악마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자신을 불행에 빠트리는 생각이에요.

남편은 악마가 아니고 그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돌봐주어야 합니다.

 

남편의 부모가 돌보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다음 순서로는 결혼한 아내가 돌봐야 해요.

그런데 결혼한 아내도 도저히 돌보지 못하겠다면

남편은 불행하게 살다 죽든지, 아니면 사회에서 돌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보호시설에 보내서 보살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돌봐주면

질문자는 좋은 사람이라는 명예를 얻겠지만,

돌보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성인과 성인은 서로 계약해서 결혼을 하고,

또 해약을 하면 이혼을 할 수가 있거든요.

이미 질문자는 해약된 상태이기 때문에

남편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감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이 자살해서 죽었다 하더라도

아이의 아빠로서 장례는 치러줘야 되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돼요.

그렇게 좀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만약 남편이 자살을 하게 되면

질문자에게 큰 고통이 될 것 같다면

지금이라도 남편을 받아들이는 게 낫습니다.

 

그럴 때는 남편을 위해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에요.

남편을 안 받아들였을 때 내가 느끼는 죄책감이 더 고통스러운지

남편을 받아들여서 겪는 갈등이 더 고통스러운지

질문자가 계산해 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사는 것보다는

남편을 받아들여서 갈등을 겪으면서 사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남편에게 집에 들어오라고 하고,

'그가 죽는 것은 그의 자유이고,

나는 더 이상 갈등을 겪으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하는 생각이 들면

단호하게 거절을 해야 합니다.

남편과 이미 이혼을 했기 때문에 단호하게 본인의 입장을 말하면 됩니다.

 

아이 아빠로서는 역할은 인정하지만 부부로서는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당신이 죽고 사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살고 싶지는 않다.

아이는 내가 키울 테니, 아이의 아빠로서 한 달에 한 번 아이를 만나는 것은 허용하겠다.’

 

이렇게 남편에게 말하면 문제 될 것이 없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교육까지 받아서

인권이 무엇인지 다 아는 세상인데

왜 아직도 징징대면서 피해자인 척하면서 괴롭게 살아요?

 

내가 그를 돌볼 의향이 있으면 돌보는 쪽으로 받아들이고,

돌볼 의향이 없으면 안 돌봐도 됩니다.

더 이상 질문자의 책임이 아니에요.

 

나는 지금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드니까,

아이 하나 키우는 것으로 내 책임을 다하겠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아빠가 환자든 장애인이든 같이 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심리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면 됩니다.

 

네가 아빠를 좋아해도 엄마는 아빠랑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너의 아빠로서는 존중하지만

남편으로서는 더 이상 관계를 맺지 않기로 했단다.’

이렇게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남편만 본인이 정신 질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도 남편을 정신 질환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서로 싸우게 되는 겁니다.

남편을 환자라고 생각하면 싸울 일이 없어요.

그릇을 때려 부수면 또 발작을 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왜 그릇을 부수냐?’ 하고 문제를 삼게 되는 거예요.

걷지 못하는 환자에게 왜 걷지도 못하냐?’ 이렇게 얘기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정신 질환자로서 치료를 받으면 좋지만

치료를 안 받는 걸 어떡해요?

 

선택은 내가 해야지 남편을 나무랄 이유는 없습니다.

네가 치료를 안 받으면 나는 너와 못 살겠다하고 같이 안 살면 되지

악마라고 욕할 필요는 없어요.

그 사람을 두고 내가 어떡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돼요.

같이 살려면 환자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남편이 어떤 짓을 해도 발작을 했구나!’ 이렇게 받아들이고

나는 웃으면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아들도 아닌데, 남의 아들을 내가 돌보면서 살 게 뭐 있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관계를 딱 끊으면 됩니다.

죄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같이 살면서 상대를 욕할 필요도 없어요.

같이 살아도 괴롭고, 헤어져도 괴로운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걸 집착이라 해요.

 

질문자는 지금 헤어져서

남편에게 사고가 생기면 죄책감을 가질 것이고,

같이 살면 맨날 싸울 겁니다.

다른 길이 없잖아요?

 

수행은

헤어져도 괴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괴롭지 않은 것입니다.

 

죽든지 살든지 그의 인생입니다.

같이 살려면 남편은 환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정신적으로 병들어 그런 것이니 불쌍하다하면서 같이 살든지요.

질문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

 

그런 식으로 남 핑계 댈 필요가 없어요.

전화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잖아요.

전화가 오면 안 받으면 됩니다.

설령 전화를 받게 되면 얘기를 잠깐 나누면 됩니다.

욕을 하면 들어주면 되고, 애원하면 듣고 나서

알았다. 그건 당신의 마음이고, 나는 당신하고 같이 살기 싫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남편이 죽겠다고 할 때

그래, 죽어라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그런 뒤에 죽어버리면 질문자의 책임이 돼요.

 

그래서 아무리 죽겠다고 해도

그래도 죽으면 안 된다이렇게 가볍게 얘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죽어도 남편의 책임이지 질문자의 책임이 안 돼요.

 

만약 남편이 죽으면 아이한테 한 소리 들을 각오는 해야 합니다.

아이가 크면 질문자 마음대로 할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아이를 야단치면 아이는 반드시 그걸 물고 늘어져요.

엄마가 그러니까 이혼했지’,

아빠가 죽는데도 엄마는 내버려 뒀잖아?’

이렇게 따질 겁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질문자는 아무렇지 않아야 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엄마가 부족해서 그렇다.

그런데 엄마가 네 아빠를 죽인 건 아니야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지금은 질문자와 같이 지내면서

한편이 되어 있어 괜찮지만

나중에 커서 질문자와 싸우게 되면

반드시 아버지 문제를 끌어낼 겁니다.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고 질문자와 싸우게 되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엄마가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려고 아버지 문제를 반드시 끌어낼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의 속이 뒤집어집니다.

 

지금 한 행동이 10년 후에는

그 과보가 어떻게 나타날지 미리 예측을 하고 있어야 해요.

아이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래, 네 말이 맞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이렇게 말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때 질문자는

내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네가 그따위 소리를 하냐?’ 하면서

남편과 싸울 때처럼 아이와도 똑같이 싸울 가능성이 높아요.

아이와 싸울 때는 남편과 싸울 때보다 속이 더 뒤집어질 겁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해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별일 아니에요.

남편이 죽어서 연락이 오면 장례를 치러주면 됩니다.

 

사람들이 질문자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죽어라하는 소리는 하지 말라는 거예요.

 

남편은 죽으라고 한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

죽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안 죽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죽으란 얘기를 하고 남편이 죽게 되면

질문자에게 엄청난 타격이 와요.

 

그래서 아무리 감정이 상하더라도

그래, 죽어라이런 소리를 하면 안 됩니다.

남편이 죽겠다고 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일단 죽지 말라고 말해야 해요.

속으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말로는 죽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질문자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