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내가 가꾼 정원에 이웃이 개를 데려와서 오줌을 뉘어요. (2023.07.16.)

Buddhastudy 2023. 10. 26. 20:41

 

 

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자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특히 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작년에 저희는 상태가 좋지 않은 새집을 구입해서

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조경사를 고용해 잔디와 꽃을 심었습니다.

이웃들이 정말 좋아해 주셨고 저희를 인정해 주셨어요.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이웃이

새로 조경된 잔디밭과 부지에 개들이 소변을 보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문제를 야기하는 개는 네 마리입니다.

지난 주말에 저는 이에 대해 매우 슬프고 화가 나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교적인 시각에서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정말로 정원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요?

그것을 망가지게 두어야 할까요?

저와 제 이웃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불교를 실천하는 스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 저도 꽃을 좋아해서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화가 나고 슬퍼졌다면 그것은 본인의 문제예요.

 

수행이란

그런 모습을 봐도 화가 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웃의 그런 모습을 허용할 건지 안 할 건지는

검토해 보고 자신이 결정하면 됩니다.

 

첫째, 정원이 완전한 개인 소유인지,

이웃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인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우선 나는 개가 이곳에 배변이나 배뇨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도 개를 좋아하지만, 정원에 배변이나 배뇨해서 정원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하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 보세요.

 

그런데도 그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자기 의사를 고집한다면,

그럴 때는 방법이 없어요.

만약 이 정원이 전적으로 내 소유라면

내 정원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하고 자신의 권리를 얘기하면 됩니다.

 

이것은 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불교 수행자를 떠나서 시민으로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불교 수행자는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단호하지만 화내지 않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곳은 저의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당신들의 개가 여기 들어와서 정원을 헤치는 것을 저는 원치 않습니다.’

 

만약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곳에 개가 들어올 수 없도록 울타리를 쳐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행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수행자는

화내거나 욕설하면 안 되는 것이지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정원이 공동 소유라고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권리를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원 가꾸기를 포기하든지

개가 정원을 조금씩 망치지만 그래도 계속 가꾸어 나가든지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개가 정원을 망치는 것만큼

나도 정원을 가꾸어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밭을 가꾸고 있는데 계속 풀이 납니다.

아무리 뽑아도 또 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행자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서는 안 됩니다.

풀이 나면 뽑고 또 뽑고 하는 것이 농사일입니다.

개가 똥을 누면 땅을 파서 묻는다든지

오줌을 누어 잔디색이 노랗게 변하면 물을 듬뿍 주어서 씻겨 내려가게 한다든지

농사를 지을 때 풀을 뽑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그냥 정원 가꾸기를 계속해나가면 됩니다.

 

만약 새나 야생동물이 정원에 똥을 눈다면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이웃집의 개다이렇게 생각하니까 자꾸 기분이 나쁜 겁니다.

 

정원이 내 소유일 때는 강력하게 권리를 주장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울타리를 치면 됩니다.

정원이 공동 소유일 때는 그냥 내버려 두거나

도저히 내버려 두지 못하겠다면 정원 가꾸기를 계속하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정원 때문에, 또는 개 때문에 이웃과 다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내가 어떤 것을 원한다고 해서

그것을 나쁘다또는 원하는 것이 없어야 된다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원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데,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집착이라고 합니다.

 

내가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해도

이웃사람들이 그곳에 개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집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가 들어오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웃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동의하도록 해야 합니다.

동의를 하면 문제는 끝이 납니다.

 

그러나 이웃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기분이 나빠진다면,

그것은 동의해야 된다하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움입니다.

 

이웃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때는

그냥 내버려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똥을 내가 치우고 묻고 하면서 정원을 가꿔 나가면 됩니다.

그게 너무 힘이 든다고 생각한다면 울타리를 칠 수도 있습니다.

울타리를 칠 때는 이웃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됩니다.

 

나는 개가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그것을 협조해 주지 않기 때문에 울타리를 칠 수밖에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 울타리를 치면 됩니다.

 

그들이 기분 나빠하더라도 상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안 되니까 기분 나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하면

또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법에 보장된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면 됩니다.

그런 후 비난을 조금 들으면 됩니다.

 

일부러 관계를 나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