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은데 계속 지칩니다 (2023.07.21.)

Buddhastudy 2023. 10. 31. 19:37

 

 

저는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미술학원에서 강사가 되어 유치부와 초등부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업 화가이면서 유명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고민이 있습니다.

첫째, 저는 그림을 못 그립니다.

극사실주의 측면에서도 부족하고,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둘째,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셋째, 완성하고 나면 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지칩니다.

넷째, 미술을 공부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작품에 대한 철학이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30대에는 미술협회에 가입해서 활동하였지만

어느 순간 제가 돈이 되는 그림을 그리려 하는 모습이 보여 그만두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구름은 바람 없이 움직일 수 없다고 하는데

스님께서 저에게 바람을 불어넣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 만족을 못 하는데

그 그림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내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그린 그림에 대해 아주 흐뭇해해도

다른 사람들은 별로 알아주지 않는 것이 세상인데,

나부터 인정을 못하는 그림을

남들에게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 지나친 겁니다.

어리석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상태에서 유명한 화가가 되어 돈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은

욕심을 넘어서서 과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니까 마음이 지치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입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법륜 스님이 그린 그림과 질문자가 그린 그림을 비교해 보는 겁니다.

질문자는 법륜 스님보다는 그림을 잘 그릴 것 아니에요?

 

그래요.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법륜 스님이 제법 유명한 분인데, 나는 법륜 스님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다

 

이 사실 하나만 해도 자랑스럽지 않나요?

다른 건 몰라도 그림은 내가 법륜 스님보다 잘 그린다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그림이 사실적인 그림이든, 추상적인 그림이든

질문자가 법륜 스님보다는 잘 그리잖아요.

나는 법륜 스님보다 인물이 잘 생겼다

나는 법륜 스님보다 나이가 더 젊다,

나는 법륜 스님보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더 잘 가르친다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서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욕심을 딱 버리세요.

질문자가 그린 그림이 본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은 되잖아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그림 그릴 때

기본 구도를 잡아주거나 색감을 알려주는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도 못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을 해서 번 돈으로

생활비는 해결할 수 있잖아요.

만약 시간이 남으면 본인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으면 안 그리면 되고요.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돈이 될지 이런 것은 따지지 말고 취미로 그려보세요.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쭉 모아 두는 겁니다.

당장 팔려고 하지 말고요.

스스로 나는 예술가다이런 생각도 하지 마세요.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나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생활하잖아요?

질문자도 미술의 대가가 되겠다는 너무 거창한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내 직업이다하고 생각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학원 선생님을 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다른 직업보다 좀 더 많을 것 아니에요?

남는 시간에는 여유를 갖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나중에 그렇게 그린 그림들이 쌓여 있으면

누가 그걸 보고

이 그림들은 그냥 두기에 너무 아깝다.

전시 좀 하자하고 제안을 할 수가 있어요.

그때 전시회를 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호응하면 다행이고, 호응이 없어도 그만이에요.

 

요즘 그림 한 점의 가격이 수 천만 달러가 되는 그림들도

당시에는 술 한 잔 얻어먹고 그려준 그림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밥 한 끼 얻어먹고 그려주기도 하고

하룻밤 머물고 그려준 그림들이 오늘날 명작이 된 거예요.

 

당시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은 때는 백 년도 더 지난 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들의 대부분이

거의 굶주리며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림을 그려서 혜택을 본 게 거의 없었어요.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말하면서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에요.

저처럼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 사람도 질문자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게 무슨 소리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질문자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욕심을 너무 많이 내다보니

자신에 대해 부족감을 느끼게 된 겁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미술 교사로서는

아주 괜찮은 사람입니다.

중학생을 가르치는 미술 교사로서도

아주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것만 해도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게다가 내가 그림 그리는 재주로

밥을 먹고살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겁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거예요.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자꾸 하니까

자기 자신이 초라해지는 겁니다.

누군가가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도 아니고

스스로 헛된 꿈을 가져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그림 실력을 높이지 않더라도 헛된 생각만 버리면

지금 이대로도 질문자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에요.

만약 누군가가 질문자에게 재능이 없다고 하면 이렇게 말하세요.

저는 법륜 스님보다 그림을 잘 그립니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그 유명한 법륜 스님도 나보다는 그림을 못 그리네하면서

항상 자부심을 가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