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혼자서 아이 키우는 게 힘듭니다. (2023.04.07.)

Buddhastudy 2024. 1. 29. 20:01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둘째가 13세 남자아이인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제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공부보다는 게임이 우선입니다.

본인 말로는 핸드폰 중독인 것 같다고 합니다.

줄여 보겠다’, ‘안 하겠다하고 말은 하지만

매번 약속을 어겨 그에 대한 실망감으로 힘이 듭니다.

아빠 없이 엄마 혼자 키워서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아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습니다.

가정을 지키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쳐지지 않는 아들의 행동을 지켜보기 어렵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요?//

 

 

그렇게 힘들면 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어요?

스님처럼 이렇게 혼자 살면 웃으며 잘 살 텐데요.

질문자가 선택해 놓고 뭘 그렇게 우는 소리를 해요?

 

아이들은 당연히 놀기를 좋아하죠.

제가 어릴 때는 아이들이 만화방에 가서 하루종일 만화 보는 걸 좋아했고,

시간이 좀 지나서는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오래 보니까

부모들이 텔레비전을 집어던지기도 했어요.

그다음엔 컴퓨터를 오래 한다고 난리였고,

요즘엔 핸드폰으로 게임한다고 난리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은 다 같습니다.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이 저렇게 놀면 인생이 어떻게 될까?’ 하고 걱정합니다.

그렇게 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본인이 어릴 적 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자식에게 훈계를 합니다.

 

질문자는 결혼해서 남편과 서로 뜻을 맞추지 못해 헤어지기까지 했잖아요.

아이가 그런 엄마를 닮았는데 어떻게 엄마에게 맞추겠어요?

질문자는 남편하고 뜻을 맞추지 않았으면서

아이에게는 엄마에게 맞추라고 할 수 없잖아요?

나는 못 했지만 너는 맞춰라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될 수 없는 일이지요.

 

아이들은 원래 놀기를 좋아하고,

뭘 하라고 해도 대부분 한다고 해놓고 못 합니다.

그래서 아이입니다.

그걸 다 제대로 한다면 어른이지 어떻게 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질문자가 남편에게 외도하지 마라했을 때 멈췄다면

이혼까지는 하지 않았겠죠.

다음에는 외도를 안 할 테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하고 말해놓고 다시 외도를 하니

못 견뎌서 이혼한 것 아닙니까?

어른도 그런데 하물며 아이가 말을 잘 들을 수가 없죠.

 

그리고 아이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나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나를 닮았으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서

아이에게 너무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으면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자꾸 이래라 저래라하니까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아빠가 있는 아이들도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아이들은 성질이 원래 그렇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아빠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질문자의 자격지심입니다.

가난하면 가난해서 그렇다’,

몸이 아프면 엄마가 몸이 아파서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면, ‘내가 직장을 다녀서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해 저렇다하고

핑계를 대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이혼을 했는데 지금 와서 어떻게 할 거예요?

 

만약 이혼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전 남편이 아직 재혼하지 않았다면

남편에게 전화해서 내가 잘못했어요.

결혼했으면 그 정도 일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이혼한 것은 내 잘못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다시 합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당신이 영화배우보다 더 잘 생기고

지위가 아무리 높고 돈이 많아도

나는 딴 여자를 만나는 남자와는 같이 살기 싫다

이렇게 주관이 뚜렷하면

미련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 가치관이 그렇다는 겁니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가진다면

더 이상 그 사람을 욕할 필요가 없습니다.

너는 그게 좋으면 그렇게 살아라. 나는 그럴 수 없다하고 입장을 정했으면

아이들은 혼자 키우면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해서

혼자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웁니다.

그런 사람은 아빠가 없어서 아이가 문제다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질문자가

이혼한 것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겁니다.

그렇게 콤플렉스를 가지려면 왜 이혼을 했어요?

이혼을 했으면 혼자서 아이 키우는 것을 당당하게 여겨야 합니다.

또 혼자 사는 게 힘들다면 재혼을 하면 됩니다.

그것은 아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질문자가 열등의식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혼자서 아이 낳고 키우는 사람도 많은데

뭐가 힘들다고 눈물을 흘리고 그래요?

그 자체가 혼자서 살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남편이 바람을 피우든 말든

남자에게 의지해서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같이 살든지요.

그게 싫으면 당당하게 혼자 살면 됩니다.

이 고민은 질문자의 인생관이 이중적이어서 생긴 겁니다.

 

이혼은 큰 죄도 아니고 흠이 되지도 않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할 일도 없습니다.

좀 당당해야 합니다.

아이가 왜 이혼했냐고 물으면

아빠가 바람피워서 그랬다고 말할 필요도 없어요.

엄마 성질이 좀 더러워서 그래하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아이가 아빠와 같이 살면 안 되냐고 물으면,

엄마는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그리고 아빠에 대해서는

아빠는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아빠와 결혼했지하고

아빠를 추켜세워 주고요.

그런데 왜 이혼했냐고 물으면

아빠에 대해 욕은 하지 말고

성격이 맞지 않았다고 말해주면 됩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놀고 싶지? 그럼 놀아.

엄마가 혼자 벌어 자식 공부시키기도 힘든데

네가 대학을 가지 않으면 돈도 안 들고 좋지.

네가 효자다.

어린 나이에 벌써 엄마를 생각할 줄 알고!’

이렇게 농담하면서 지나가면 됩니다.

 

아이가 게임만 하고 있으면

게임하고 싶지? 엄마도 어릴 땐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

그런데 지나 놓고 보니까 조금 후회가 되더라.

너도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네가 이해는 되는데 공부를 조금 해보면 어떨까?’

하고 부드럽게 말해주면 됩니다.

 

열 번 한다고 해놓고 열 번 다 못하는 게 아이예요.

어른도 결심한 일을 다 못하는데 아이가 어떻게 다 하겠어요?

그러니 약속해 놓고 왜 안 하니?’ 하며 아이와 싸울 필요가 없어요.

몰래 딴짓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래도 엄마에게 하겠다고 말이라도 하는 아이는 대단한 아이입니다.

엄마 앞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하고 뒤에 가서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런 아이는 아직은 엄마 말을 듣는 아이입니다.

 

열네 살이면 사춘기가 다 되었잖아요?

사춘기에는 엄마의 말을 안 듣고

좀 자기 마음대로 해야 앞으로 큰 인물이 됩니다.

저도 열일곱 살에 집을 나와 스님이 됐습니다.

부모가 볼 때 저는 문제아였겠죠.

엄마의 말만 잘 듣는다면

마마보이라고 할 수 있지 자유인이 아닙니다.

 

남자가 필요하면 남자를 새로 사귀어야지

아들을 남편 대용으로 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키워야 합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고등학교 졸업한 후 일찍 직장을 잡도록 도와주면 돼요.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혼자서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무슨 대학까지 보내고 유학까지 보내려고 해요?

아이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학교를 가겠다고 하면

밥해주고 빨래해 주고 지원도 해주면 되고,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하세요.

 

이렇게 툭 터놓고 지내보세요.

내 인생의 미래를 아이에게 기대면 안 됩니다.

혼자서 인생을 개척을 하든지

그게 잘되지 않으면 남자를 구해서 같이 살면 되지

왜 아이를 못살게 굽니까?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지어주면 안 됩니다.

아이는 자유롭고 가볍게 살도록 풀어줘야 합니다.

 

아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거나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다시 하는 게

뭐 그렇게 큰 죄입니까?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죽인 것도 아니고,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성추행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걸 가지고 자꾸 아이를 나무라면

아이가 위축되어 기를 못 펴게 됩니다.

게임을 안 하면 좋겠지만

그 정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어린아이와 싸우는 수준이니

어떻게 결혼해서 살겠어요?

과거에 결혼생활 하면서

서로 맞추지 못한 것은 반성을 좀 하고,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지 말아야죠.

남편에게 하던 버릇을 아이에게까지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 키우고 사느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못해줘서 죄송합니다.

누가 결혼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좋아서 결혼했고

누가 아이 낳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결정해서 아이를 낳았고

누가 이혼을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이혼을 했잖아요.

 

그러면서 괴롭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것은 전생의 죄도 아니고, 하나님의 벌도 아니고, 사주팔자도 아닙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내가 선택했으면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스님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이 외로워서 못 살겠다고 하고

고기 못 먹어서 힘들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그만두고 밖에 나가서 살라고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엄마의 노예는 되겠지만 자유인이 되지는 못합니다.

 

제가 볼 때는 아이가 문제라기보다는

질문자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아이에게 너무 많은 간섭을 하고 있어요.

 

만약 질문자가 남자 친구를 사귄다면

아이에게 쏟는 관심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게 오히려 아이에게는 나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너무 못살게 굴지 말고 그냥 놔두세요.

 

 

듣고 보니 별일 아니지요?

별일 아니라고 자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별거 아닌데 내가 괜히 힘들게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해요.

 

...

 

남편에게 기대했다가 남편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아들에게 기대하면

남편에 대한 실망보다 열 배는 더 큰 실망이 돌아옵니다.

 

질문자의 눈에 지금은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이미 예약되어 있어요.

아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더 큰 불행을 겪지 않습니다.

 

남편에게서 느낀 불만족을 아들에게 덧붙인다면

남편에게 받은 실망의 열 배도 더한 고통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아야지

남에게 의지하면 실망만 커질 뿐입니다.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