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역사, 세계사

삼국지 34 - 동탁 & 여포

Buddhastudy 2024. 2. 29. 19:55

 

 

십상시의 계략으로 대장군 하진이 처형되자

분노한 원소가 군사를 이끌고 궁궐로 쳐들어가서

2,000여 명의 환관이 살해당하는

십상시의 난이 벌어졌습니다.

 

원소는 기민하고 주저 없는 판단력으로

무자비하게 환관들을 모두 처치하고서는

권력투쟁의 승리자가 되는 듯하였지만

살아남은 환관들과 어린 황제가 도망가는 대혼란을 틈타

동탁이 황제의 신변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고

동탁은 3,000명의 군사를 대동하여

궁성 주변을 장악하며, 낙양에 입성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동탁의 입성에 대해서

중앙 정부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던 원소, 원술이나

하진이 지휘하던 부대들은

동탁에게 그리 위압감을 느끼지 않았는데

동탁의 병력들이 수천 명 정도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의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군사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동탁의 군세가 어마어마하다고 가늠했습니다.

 

원래는 동탁이 황제의 신변을 장악하였더라도

동탁의 군사들은 중앙 병력이 아닌데다가

풍기는 모습에서도 변방 출신이 느껴져 무시를 당하던 차에

가후가 동탁에게 한 가지 계책을 내면서

다른 이들에게 우리 군세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후는 궁궐에 있는 자들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

휘하 부대 전원에게 밤이 되면 몰래 성을 빠져나가

다음날 낮 시간대에 북을 치며

성으로 진군하라고 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낙양 성내 사람들은

동탁의 군대가 연일에서 계속해서 들어온다고 착오하였고

원소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도 동탁의 군세에 기가 눌렸습니다.

 

끊임없는 입성 행렬을 지켜보던 하진과 하묘의 남은 부대들은

몇 년 전, 서량의 난을 진압하는데 앞장선 이력이 있고

덩치가 크며 대단한 완력을 가진 동탁에게 투항하면서

동탁은 저절로 군대의 규모를 키워나갔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동탁에게 두려움을 느끼던 찰나에도

유일하게 동탁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정원은

많은 수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휘하에 장료와 장양을 비롯한 용맹한 장수들도 다수 있어

동탁에게 맞설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은 동탁에게 대항하기 위해

장료와 장양에게 지방으로 병력을 보충하러 보냈는데

참고로 정원 휘하의 장양은

십상시의 장양과 한국어 발음은 같지만

병주 출신의 다른 인물로, 무용이 뛰어난 자였습니다.

 

 

 

정원의 군대와 장수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인재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무용으로 명성을 떨친 여포는

혼란했던 삼국지 시대를 통틀어서

싸움에서 그를 이길 자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여포는 활쏘기와 기마에 능하고 완력이 뛰어나

비장(飛將)으로 불리며, 사납고 용맹함을 과시했는데

동탁이 멀리서, 정원의 군대를 살펴보다가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면서도 창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맹훈련 중인 여포를 지켜보고서는 걱정에 빠졌습니다.

 

자신도 평생동안 맹장으로써, 이름을 날려온 동탁이었지만

여포에게서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체구와 솜씨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감탄과 동시에 정원의 부대를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싶었던 겁니다.

 

군영으로 돌아온 동탁은

낮에 본 정원 진영의 용맹한 장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니

가후가 답하길, ‘군중에 이숙이란 자가 여포와 동향이며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보고를 올렸습니다.

 

동탁의 부름에 달려온 이숙은

여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여포는 여태 1:1 싸움에서는 져본 적이 없고

전장터에서도 그를 가로막을 자가 없을 정도로 싸움에 능하지만

생활에서는 재물에 대한 욕구를 채우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옆에서 듣던 가후는 계책을 꺼내 들어

정원은 평소 생활이 검소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여

아무리 여포를 인간적으로 잘 대해준다고 하나

여포는 적은 급료에 불만이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포에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파격적인 대우와 명마를 함께 보낸다면

분명 그를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동탁이 여포에게 보낸 말이 적토마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적토마는 동탁이 여포를 매수하는 이 시점에 처음 등장하여

훗날, 관우가 조조에게 적토마를 받았을 때

빨리 형님을 만나러 갈 수 있겠다는 유명한 장면이 있으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적토마는

실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작가 나관중이 독자의 흥미를 부여하기 위해 가상으로 만들어낸 말입니다.

 

정사 삼국지에서는

여포가 타고 다니던 말이 체력이 뛰어나고 붉은색이 비치는 듯하더라

아주 잠시 언급이 되고서

더 이상은 등장하지 않으며

그 시대상의 붉은 빛이 감도는 말의 종으로는

한나라가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하면서

종종 들여온 아할 테케종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동탁은 가후의 계책에 따라 이숙을 보내

여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였고

여포는 바로 정원의 목을 베어 동탁에게 바쳤습니다.

 

그리고, 동탁을 유일하게 견제했던

정원의 정예부대 또한 여포를 따라가게 되면서

동탁이 하진과 하묘의 부대, 정원의 부대까지 모두 흡수하여

거대한 세력이 되자, 원소 등의 소수 세력들은

그저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포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준 동탁에게 감동 받고

동탁은 천하무적의 맹장을 손에 넣어 기쁜 나머지

서로 양아버지와 양아들로 부자(父子) 사이가 되었는데

소설에서는 여포의 배신에 좀 더 무게감을 두기 위해

정원이 여포의 원래의 양아버지였다고 설정하면서

여포가 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아버지조차 죽이는 인물이라 각색하였습니다.

 

 

 

3,000명으로 입성했던 군세가

금세,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손쉽게 정권을 장악한 동탁은

가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사공 유홍을 면직시키고

대신 자신이 그 직을 대행할 것이라 조정에 통고했습니다.

 

정원 휘하에 있었던 장양은

1,000명의 병력을 보충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원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낙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후, 여러 지방들을 다니며 세를 늘려갔습니다.

 

장료 역시 하동군에서 약 1,000명의 병사를 모병했는데

자신의 상사였던 여포가 동탁에게 귀속되면서

자연스레, 동탁의 세력에 합류하였습니다.

 

한편, 하진의 기도 위로 임명되었던 포신 또한

태산군에서 천여 명의 병력을 모집해 낙양으로 돌아와

바로 하진과 가까이 지냈던 원소를 찾아갔습니다.

 

포신은 원소에게 앞으로 동탁이 더 날뛰기 전에

이제 막, 낙양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피로도가 심할 때, 그의 부대에 일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원소는 동탁과 정면 승부를 하면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할뿐더러, 자신도 패배할 수 있다고 여겨

일을 벌이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포신은 몸을 사리는 원소를 보며 실망하였고

자신이 이끌고 온 병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정권을 차지한 동탁은 유협을 보며

생각했던 바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지금의 황제 폐립을 주장하자

이를 듣던 원소가 참다못해

!”하며 칼을 뽑아 들고

천하에 힘 있는 자가 동공 하나만은 아니다라는

삼국지에서의 유명한 명장면을 남겼지만

이 또한,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각색된 장면으로

동탁에게 대항하는 원소가 대담하게 미화된 묘사였습니다.

 

정사에서는 동탁이 원소에게 황제 폐립을 주장하자

숙부인 원외와 의논을 해보겠다.’라는 정도로 그쳤으며

이제 동탁을 막을 수가 없다 판단하여

그 길로 궁궐을 빠져나와 기주로 망명을 떠났다고 합니다.

 

 

오늘은 삼국지 34번째 시간으로

동탁이 낙양으로 입성하는 과정에서의 가후의 계략

그리고 여포와 부자지간을 맺는 내용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