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역사, 세계사

삼국지 42 - 조조의 위기

Buddhastudy 2024. 3. 28. 20:18

 

 

 

원소가 선봉으로 임명한 왕광군이

동탁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전멸당하자

연합군 세력 중 10만의 병사가 모여있는

장막, 유대, 교모 등의 산동 주력군은

동탁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전투에 나갈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답답해한 조조는

자신이 이끄는 소수의 부대보다

수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있는 자사와 태수들에게

이 많은 병사들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제후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조조는 그만 화가 나, 혼자서라도 단독 출병을 하기로 결심하여

얼마 전에 만난 위자와 조조를 믿고 따르던 포신을 데리고

수천 명의 적은 병력으로 전장으로 나섰습니다.

 

한편, 동탁은 왕광군과의 전투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두며

반란군이 오합지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부장 서영에게 주력 부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총공격을 명했습니다.

 

서영은 대병력을 이끌고 진군하던 중 형양 변수에서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조조군과 만났는데

병력 차이가 너무 큰 나머지

단순한 머릿수 차이만으로도 조조군을 압살할 수 있었습니다.

 

조조는 죽을힘을 다해 서영군에 맞서 싸웠지만

아무리 베어도 끝나지 않는 압도적인 대군 앞에서는

그저, 소수의 병사들은 계속해서 죽어 나갈 뿐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조를 후원해 주던 위자가 전사하였고

포신의 동생인 포도도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조의 부대는 서영의 부대로부터 앞뒤로 포위되어

서로 돌볼 겨를이 없었고,

제아무리 싸움에 능했던 조조 또한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는데

서영의 부대가 조조를 죽이려 벌떼처럼 몰려올 때

앞에서 빠져나갈 길을 트고 있던 조홍이 급히 달려와

자신의 말을 조조에게 내주며, 피하라 권했습니다.

 

조조는 그럴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조홍은 이때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게 됩니다.

천하에 이 조홍은 없어도 되지만

귀공 같은 웅걸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조조는 부끄러우면서도 감격한 마음으로

조홍의 말을 타고 전장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고

조홍은 적병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아, 조조의 뒤를 도보로 쫓아갔습니다.

 

참고로, 반동탁연합군 전투 중

정사 삼국지에서 조조의 목숨을 몰아붙인 장수는 서영이지만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여포로 각색되었습니다.

 

이때, 하후돈이 여포를 상대하다

날아오는 화살에 왼쪽 눈을 맞았을 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눈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자신의 눈알을 뽑아 먹었다고 묘사되었지만

이 역시 나관중의 각색이며

하후돈의 눈은 감염으로 인한

자연적인 실명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밤이 되자 적병의 추격은 뜸해졌고

조홍은 어두운 데서 강가를 탐색해 쪽배를 구한 후

조홍과 조조 두 사람은 함께 물을 건너갔습니다.

 

연합군에서의 첫 출전에서 패배를 경험한 조조는

비참한 심정이 들었지만, 정신을 가다듬어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병사들을 모으기로 결심합니다.

 

한편, 조조군을 물리친 서영은 원래대로라면

산조에 모여있는 반란 세력을 모조리 휩쓸어 버릴 생각이었으나

조조의 군대가 끈질기게 반항하는 것을 경험하며

본진을 공격하는 데는 신중을 가하기로 하여, 말을 돌렸습니다.

 

전장에서 겨우 살아남아 고향 쪽으로 길을 가던 조조는

완전히 궤멸한 부대에서 살아 돌아온 하후돈과 합류하여

조홍과 함께 양주(揚州)지방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양주자사 진온은 한 때 조홍의 상사로, 둘은 가까운 사이였고

이에, 조홍이 조조를 설득하여 진온에게서

동탁 대항을 위한 병력을 모을 수 있다고 설득했던 겁니다.

 

양주에 도착한 조홍은 진온을 만나

조조와의 만남을 주선하며 뜻을 내비치자

진온은 단양태수 주흔과 함께

흔쾌히 4천 명의 군사를 내주었습니다.

 

주흔은 박식하고 경전에 밝은 인물로

동생들인 주앙과 주우가 여느 다른 사대부들처럼

원씨 가문을 추대할 때

주흔은 원술에게서 엉뚱한 야심이 있다고 판단하고

잔인하고 포악한 성정을 싫어했기 때문에

원술과는 왕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조는 4천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연합군의 본진으로 돌아가던 중 날이 어두워지면서

예주 패국 용향현에서 숙영지를 마련했습니다.

 

동탁군에게 첫 패배를 맛본 조조는 새로운 병력으로

앞으로 동탁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며 잠들었는데

양주 병사들 중에서는 갑자기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

살아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지휘하에

전쟁터로 끌려가는 사실에 불만이 있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른 병사들에게 접근하여

이대로 전장터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 없다고 선동하였고

어둠 속에 잠들어 있는 조조를 죽이자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양주 출신의 병사들은 조조의 장막에 불을 질렀고

소란이 일자 깊은 잠을 자고 있던 조조는 벌떡 일어나

칼을 손에 들고 장막에서 나와보니, 상황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병사들은 조조를 향해 칼을 휘둘렀지만

수십 명 정도의 일반 병사들과의 싸움에서

조조의 검술은 전혀 밀리지 않았고

이 상황을 두고 정사 삼국지 위서에서는

조조가 손수 검으로 수십 명을 죽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숙영지에서의 혼란이 크게 일자, 마침 하후돈이

수하 병력을 이끌고 도착하여 군영을 빠져나왔는데

조조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500여 명의 병사와 함께 패국으로 향했습니다.

 

조조는 패국에서 1,000여 명의 병사들을 모집한 후

적은 병력으로 연합군의 본진인 산조로 돌아갔지만

연합군의 제후들은 10만이 넘는 대군을 거느리면서도

여전히 동탁 토벌에 대한 의지는 없고

매일같이 회의라는 명목으로 술과 연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조는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반동탁 연합군의 지도부들은 전투 대책에 더불어

좀 더 다른 목적도 함께 있었는데

사실상, 이번 일이 끝나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친목을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동탁이 자신들의 반란을 막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만약, 황제의 칙명을 구실로 자사와 태수들을 경질하고

군대 해산을 명했을 때, 이를 거역한다면

공식적으로 반역 행위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황제가 어린아이에 허수아비일지라도

다수의 사대부들과 백성들이 생각하기에

황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높이 받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연합군에 모여있는 자들은

동탁을 물리친다면, 공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패전한다면 죄를 물어 잡혀 죽을 수도 있어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안위도 지키면서도

동시에 정통성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계산을 고민하고 있었던 겁니다.

 

조조는 연합군 10만 대군을 분산하여 낙양 주변의 험한 요지를 장악 후

동탁 주위를 포위하여, 굳게 지키면서 장기전을 펼친다면

충분히 동탁을 제압할 수 있다고 제후들을 설득하였으나

동탁 토벌에 대한 조조의 이러한 열정은

이미 동탁에게 겁을 잔뜩 먹은 장막 등

산동 연합군의 그 누구에게도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조조는 이러한 연합군의 행태에 질려

산조를 떠나, 원소가 있는 하내로 떠났고

원소는 조조군을 받아주며 하내에 주둔시켰습니다.

 

한편, 동탁은 더 이상 자신들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반군을 분열시킬 목적으로 회유 작전에 들어가

조정의 고관들인 한융, 음순, 호모반 등

여러 인사들에게 조서를 주어

원소와 원술을 찾아가 반란군을 해산하도록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원소는 이들이 찾아오면 연합군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것을 우려해

길목을 지키고 있던 하내태수 왕광에게

파견된 인물들을 모조리 죽여 효수형에 처하라 명하였고

원술 또한, 자신의 군영을 찾아온 음순을 죽여

동탁의 반란군 회유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원소를 회유하러 간 인물 중에는 호모반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왕광의 매부로, 누이의 남편이었기에

죽이라는 명령에도 차마 죽이진 못해 투옥시켰고

감옥에 갇히게 된 호모반은, 왕광에게 책망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우리가 동탁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리 모질게 대하고

자네들은 연합군이라는 말로 의를 내세우는데

잔인함에 있어, 동탁과 뭐가 다른 것인가?

내가 죽으면 두 딸은 시체를 보지 못하게 하라

 

왕광은 편지를 본 후, 조카딸들을 안고 펑펑 울었지만

만약, 자신이 호모반을 죽이지 않는다면

원소로부터 동탁의 첩자라 여겨지는 상황에 처해

어쩔 수 없이 옥중의 호모반을 죽이게 됩니다.

 

 

오늘은 삼국지 42번째 시간으로

조조가 서영에게 패배한 내용과

반동탁 연합군에서의 분위기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