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고생만 하다 갑자기 죽은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요. (2024.03.31.)

Buddhastudy 2024. 4. 9. 20:32

 

 

아내가 췌장암으로 두 달 만에 죽고 25개월쯤 지났습니다.

한 푼도 없이 결혼해 아내가 더 고생하며

집을 장만하고, 퇴직금과 보험금도 남겼습니다.

아내는 즐길 틈도 없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저는 아내 대신 가지 못한 미안함과

아내가 남긴 재산 때문에 지금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도 다니고 상담도 받고 있지만

모두 제 마음의 문제라고 하네요.

이런 상황이 성벽처럼 굳어져서

이사도 못 가고, 맛있는 것도 못 먹고,

난방도, 에어컨도 못 켜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해주신 죽음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아내를 대신해 죽지 못한 미안함과

아내가 남긴 것들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스님께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 지금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

 

보통 이런 일을 겪으면

처음엔 충격 때문에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1, 2, 3년이 지나면

점차 잊히고 마음이 안정되며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게 되죠.

 

부모를 잃은 자식이

계속 부모가 돌아가신 그때의 마음이면 어떻게 살겠어요?

자식 잃은 부모가 계속 자식이 죽은 그때의 마음이면 어떻게 살겠어요?

못 살죠.

남편이나 아내를 잃은 그 순간의 슬픔에 갇혀 있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겠어요?

죽을 것 같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웃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 정신이 건강하면 이렇게 살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죽은 사람이 잊히지 않고 더 괴로워진다면

정신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사랑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신 질환이 어떤 충격에 의해 발병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미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니

치료가 쉽지 않더라도 계속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정신 건강이 악화되어

자살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자녀가 있나요?

 

...

 

살아있는 자녀를 생각하면

아빠라도 건강하게 사는 게 낫겠어요?

아빠가 병들거나 죽는 게 낫겠어요?”

 

...

 

지금은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있죠.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다가

할 수 있는 일을 놓치면

또 다른 후회를 불러올 겁니다.

 

만약 아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지나간 일은 내려놓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가 남긴 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것은 아내와 함께 낳은 자식에게 물려줄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아내가 나에게 준 것이라기보다는

엄마가 자신의 아들에게 남긴 유산으로 생각하고

싹 정리하면

생활에 부담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

 

옛날에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는 아내를

열녀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행위를 심리학적으로 정신질환에 속한다고 봅니다.

 

어떤 충격을 받고 정신질환이 발병해서

자기를 해치는 자살을 하는 거예요.

자살 행위는 살인 행위와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저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죽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면

제가 뭐라고 대답할까요?

 

아이고, 그러면 안 돼요, 살아야 해요라고 할까요?

저는 , 살고 죽는 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럼 죽어도 돼요?‘라고 물으면

저는 하지만 죽으면 당신은 살인자가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왜 제가 살인자죠?’라고 묻는다면,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처벌받지 않겠지만

사실상 살인자입니다.

범죄자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합니다.

 

이러한 대화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글로 쓰면

제가 엄청나게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상대가

죽고 싶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아무리 위로를 해도 다른 이야기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대화의 주제를 바꿔서 얘기해야

약간 자극이 되면서

'? 내가 범죄자라고요?'

이렇게 나오거든요.

 

정신질환은 어떠한 것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예를 들어,

자살하려고 산에 가서 밧줄을 나무에 매달고 목을 매려고 하는데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합시다.

아이고, 잘 됐다.

어차피 죽으려고 했는데 나를 죽여라

이렇게 나올까요?

사람 살려!’ 하고 도망을 가겠죠.

 

한 생각 사로잡히면

순간적으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사로잡힘의 상태입니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어요.

그런 위험이 있는 사람이

극단적인 충동이나 선택을 방지하게 하기 위해서

정신과 약을 먹는 거예요.

 

대부분 충동적인 행동은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약을 복용하면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순간이 올 수 있으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서 살아가도록 하세요.

 

그리고 재산이 부담스러우면 아들에게 넘기면 됩니다.

법적으로 즉시 넘기지 않더라도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엄마가 자식에게 남긴 것으로 받아들이면

부담감이 줄어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