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중학생 아들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했는데... (2024.04.03.)

Buddhastudy 2024. 4. 11. 20:39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했었는데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주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어 하지만 성적이 나빠서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자꾸 자책감에 빠지는 것 같아요.

화도 많이 나는지 가족에게 못되게 굽니다.

아침에 학교에 나갈 때와 저녁에 집에 들어올 때

가족에게 인사도 하지 않아요.

자기가 원하는 것만 툴툴거리면서 표현하는 등

아주 예의 없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이런 아이를 가만히 봐야 하는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지도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대화하는 태도도 좋지 않고

자기를 왜 귀찮게 하느냐라고 짜증을 냅니다.

무척 고민이 되어 스님께 질문드리게 되었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할 때 아이가 정상적으로 보이나요,

아니면 약간 비정상적으로 보이나요?

 

...

 

제가 볼 때 아이는 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우선 병원에 가서 아이의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아이는 지금 자기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해도

잘 안되는 상태입니다.

 

부모는 '왜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만 하느냐?'라고 하지만

아이는 책을 보면

답답해져서 숨통을 트기 위해 게임이라도 하는 거예요.

 

그러니 첫째,

신경정신과에 가서 심리적 병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병이라면 공부보다 치료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팔이 부러지거나 몸이 아픈 것은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신적으로 아픈 것은 병이라고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정신 좀 차려라. 너만 정신 차리면 괜찮을 텐데!'라고 말하죠.

굉장히 어리석은 말이에요.

 

마음의 병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치매도 마찬가지죠.

치매 환자를 모셔보면 진짜 힘들어요.

그래서 환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도 그렇게 행동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신에 고장이 났을 뿐이에요.

그러니 먼저 아들이 검진을 받도록 해서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내 아이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 자격이 없는 거예요.

부모들은 자꾸 '어릴 때는 머리가 좋았다'라며 과거를 생각합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학원 선생을 할 때

학부모를 만나면

대부분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했는데!',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는데!'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왕년에 내가!'

이런 얘기하고 똑같은 거예요.

이런 말은 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이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좀 있어 보이면

먼저 의학적으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신경정신과에도 가보고

상담센터에도 가보고

그래서 어느 정도로 심리가 불안한지 검사를 먼저 해봐야 합니다.

병이 있으면 그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병이 있는 아이에게 자꾸 성적을 논하면 안 돼요.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면

학교를 다니도록 하고

학교에 다니기 힘들다고 하면

학교를 쉬고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병이 생겼을 뿐이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리를 다쳐서 잘 못 걷는 아이에게 게으르다고 말하면 안 되잖아요.

 

신경정신과는 한 군데만 가지 말고

적어도 두 군데는 가보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도 병원을 다녀봐서 알겠지만

나에게 맞는 병원이 있고 잘 안 맞는 병원이 있잖아요.

의사가 자질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의사마다 병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경정신과에서 검사를 하고

심리상담을 했는데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의학적인 검진도 필요합니다.

우리 몸에 약간 균형이 깨져도

심리 불안이 일어날 수가 있거든요.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명되면

아이와 대화가 필요합니다.

대화를 거부하면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에요.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고 본인의 의사가 뚜렷해서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치겠다’,

나는 노동 현장에 가겠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도

이게 병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인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병이 없고

아이가 맑은 정신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어린아이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수용해 주어야 합니다.

 

부처님도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집을 나가버렸잖아요.

요즘 말로 문제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윤리나 도덕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통념적으로 접근하면 해결하기 어려워요.

 

병 때문에 생긴 문제라면 병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러니 먼저 검진을 해 보세요.

'아이가 나쁘다' 하고 바라보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불신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불신하면 아이와 관계가 멀어집니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우리 아이가 갑자기 저럴까?' 하고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성적이라는 기준은 버려야 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뭐 해요?

 

...

 

여기 계신 분 중에서 학교 다닐 때

자기가 만족할 만큼 성적이 나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저도 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온 적이 없어요.

누구나 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하고 살아요.

그래도 다 살아갑니다.

내가 기대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온다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어요.

 

옛날에는 남편이 죽었다고 따라 죽으면

열녀라고 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 정신질환입니다.

열녀가 아니라 편집증이에요.

 

그러니까 먼저 정신 건강을 검사해야 합니다.

질환이 있으면 먼저 치료를 하고

질환이 없으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버지와 대화가 안 되면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상담을 받고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내가 심리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가 욕심에 눈이 멀어서

이런 생각을 못합니다.

지금 입시가 코앞인데’,

정신만 조금 차리면 되는데

이렇게 접근하면

눈이 어두운 사람이에요.

 

항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즉문즉설에서

어떤 질문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애인을 선택할지, 남편을 선택할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저는 질문자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 두 남자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다'라는 관점에서 보지

윤리와 도덕으로 그 사람의 고민을 평가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떻게 하면

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입니다.

 

질문자는 자꾸 어떤 목표나 답을 정해놓고 접근하니까

아들과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 먼저 아들과 정신과에 가서 검사를 하고

이상이 있으면 치료를 받고

이상이 없으면 전문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