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보다 공부를 잘 하거나
발달이 빠른 애를 보면
‘쟤 엄마는 나보다 나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져요.
저도 잘 키우려고 노력하지만, 질투와 시기심이 생깁니다.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서천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사회는 조금 아이를
자신의 성적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교 문화의 영향이 있거든요.
유교 문화에서는 내 일부가 자식에게 넘어가고
내가 또 어떻게 키웠는지에 따라서
자식이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자식에게 부모가 영향을 많이 주는 건 맞아요.
하지만 부모의 의도가 전달되진 않고
부모의 삶의 모습만 전달되는 거 같아요.
‘아이가 굉장히 능력이 있는 게 부모의 덕인가’
우리나라는 그런 책이 참 잘 팔립니다.
아이를 어릴 때부터 열심히 가르치면 아이가 영재가 된다.
제가 막상 이렇게 진료실에서
또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영재라고 이야기되는 아이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본 적도 있거든요.
직접 인터뷰하면서 봤을 때, 제가 든 느낌은
“아, 얘는 누가 키웠어도 똑똑할 거 같다.”
이런 생각이 누가 키웠어도 똑똑할 거다.
또 저한테 오는 분들 중에는
부모님들은 너무 훌륭하고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분인데
아이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분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건
도대체 얘를 어떻게 키워서 애가 이 모양이냐 하는 손가락질,
주변의 어떤 부정적인 말들 때문에
제일 많이 상처를 받거든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얘는 원래 그런 애입니다.
사실 아이는 자기가 갖고 태어난 부분이 참 많아요.
아이가 굉장히 능력 있고, 성품도 온화하게 타고 태어나는 애가 있는 반면에
어떤 아이는 능력이 부족하게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으로 태어나는 애가 있어요.
전체 아이들 중에 10명 중 1명은
어느 부모가 키워도 힘든 아이가 있고요
한 50명 정도는
어느 부모가 키워도 적당히 그냥 잘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거는 부모가 그냥 마치 제비뽑기에서
좋은 제비를 뽑았느냐 나쁜 제비를 뽑았느냐하고 똑같아요.
좋은 제비 뽑으면 좀 겸손하게 살아야죠.
“난 운이 좋으니까, 딴 사람들이 부러워할 수 있으니까, 시기심도 생길 수 있으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되는데
우리나라 분위기는 그게 아니라 막 그걸 자랑을 합니다.
자랑을 하고 내가 잘나서 그런 거처럼 막 남한테도 얘기하고
심지어는 그런 걸 책도 쓰고, 그 책을 쓰면 그 책을 또 사 봐요.
사보면 우리 애에게 적용해 보며 안 되죠.
왜냐하면 애가 달라서 안 되는 거거든요.
그건 당연한 건데 ,그걸 또 과장해서까지 이야기 하면서
‘이런 방법이면 이렇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
그런 책들을 사본 분들은 대부분 다 실망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책을 보면 ‘아, 이건 좀 너무 겸손하지 않다.’
‘아, 이렇게 까지 자기를 애를 통해서 까지라도 내가 괜찮은 인간’이라는 걸 포장하고 싶어 하나
이런 생각밖엔 들지 않아요.
내가 정말 잘 키워서
애가 그렇게 된 게 아니거든요.
그분들에게 다른 아이를 맡기면 전혀 엉뚱하게 키우게 됩니다.
실제 그런 걸 경험한 경우가 있어요.
제가 만났던 분인데, 아이를 되게 훌륭하게 키우셨어요.
그런 다음에 되게 훌륭하게 키우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아이를 입양을 했어요.
그 아이도 내가 열심히 잘 키워보겠다고 했는데
입양한 아이하고 너무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안 좋고,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하려다보니까 안 되고
내가 입양한 아이는 이상하게 키웠다는 말을 들으면 되게 이상하잖아요.
입양하니까 별로 신경 안 썼다.
원래 아이들은 너무 잘 컸는데
‘입양한 아이는 신경 안 써서 애가 엉망이 됐다’는 말을 안 들으려고,
더 막 주초조하고 불안해 하면서도 노력을 했는데
결국 그 아이와의 관계는 그것 때문에 더 나빠졌어요.
이 아이가 가진 한계가 있었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려고 무리한 노력과 욕심을 가한 결과
아이와의 관계는 더 나빠지고
그 끝에 이제 저를 찾아오게 된 거죠.
제가 부모님이 그 전에 가졌던 아이와 이 아이는 상당히 차이가 있고
이 아이는 이 아이에 맞게 키워야 된다고
그리고 부모님이 잘못해서 이 아이가 이렇게 된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 하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와의 관계가 개선됐는데
그런 경우 참 많이 봅니다.
큰 아이한테 문제가 많아서
나는 엄마로서 부족한 엄마니까 더 이상 자식은 갖기 않겠다고 했는데,
막상 둘째를 낳으니까 둘째와의 관계는 너무 잘 되는 거예요.
아이가 갖고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아이가 갖고 있는 요소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인정한 다음에 노력을 해야지,
‘내가 뭐든지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지나치게 자만한 생각, 너무 교만한 생각이라는 게 제가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내가 굉장히 힘든 아이를 가졌으면
이왕 가졌으니까, 이 현실을 인정하고
이 아이에게 내가 도움이 될 방법은 무엇일까.
이 아이와 내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좀 더 집중해서 그 상황을 잘 이겨내고 견뎌내려고 노력하면
아이한테 그런 태도,
어려움이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성실한 모습,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그런 모습은
전달이 될 수가 있거든요.
아이를 뭘 가르쳐서 능력을 만들 순 없지만
부모가 삶을 사는 방식 자체는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그만큼 아이에게 많은 걸 부모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아이를
내가 어떻게 키워서 애가 훌륭해진다든지
또는 내가 잘못 키워서 애가 나빠졌다든지
이런 생각에 휩싸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별로 그렇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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