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0)

[2020 설특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수능 대폭망 여고생, 내 인생 최초 불합격

Buddhastudy 2020. 2. 13. 20:30


...

 

욕심이 조금 많네요.

자기 성적보다 높은데 냈다는 거 아니겠어요? 떨어졌다는 거는...

 

합격했느냐 안 했느냐는 실력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이건 높은데 내면 떨어지게 되어 있고 낮은데 내면 걸리게 되어 있는 거예요.

이건 운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떨어졌다그러면 좀 높은데 냈구나이렇게 생각을 하면 되고요

그래도 그곳에 가겠다그러면 한 번 더 해서 가면 되고

, 내가 너무 현재의 실력에서 조금 높은데 냈구나그러면

, 그럼 조금 낮은데 내야 하겠다이렇게 생각하면 되거든요.

어떻게 생각해요?

 

누구나 다 욕심은 있습니다.

그런데 떨어진 것은 내가 너무 현재의 성적보다 높이 내서 떨어진 것이지

이것은 운이나 내 실력이 없거나 이런 문제는 아니라는 것.

 

그래서 좌절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것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거에요.

 

...

 

불합격도 자주 경험해 보면 이력이 생겨요.

지금은 큰일 같은데, 만약에 한 2030년 지나서 나이 40 50이 되어서 이때를 돌아보면

사실 별일 아니에요.

지금은 이게 굉장히 큰일이죠.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구슬치기를 아주 잘했어요.

그래서 친구들하고 내기해서 구슬을 따서 얼마만큼 땄냐?

서랍 안에 넣을 정도를 넘어서 조그마한 단지에 가득 담아놓을 정도로.

 

그런데 지금 그 구슬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그때는 그것이 굉장히 소중한 것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소중한 게 아니에요.

 

내가 그때 그렇게 소중한 것이 아닌 줄을 알았으면

친구들과 구슬치기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하되

땄다 하더라도 끝날 때 친구들한테 나눠줄 수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지금은 방송국에서 우리 어릴 때 친구를 찾아가서

법륜스님이 어떤 사람이냐하면

법륜스님은 어릴 때부터 달랐다.

우리하고 구슬치기해서 구슬을 따서 갈 때는 우리한테 돌려줬다

굉장하지 않습니까, 그죠?

 

그게 바로 별거 아닌 줄 알았으면 그렇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건 뭐냐?

 

내가 어릴 때는 어리석었다.

지혜롭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면 지금의 제 삶에서는 또 이게 소중하다, 이게 소중하다이러지만

눈 감고 숨넘어갈 때 생각하면

지금 내가 소중하다 했던 것이 또 어릴 때 구슬 같은 게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겠죠.

 

그러니까 구슬만 별거 아닌 게 아니라

지금의 내 삶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내가 또 20 30년이 지나서 눈 감을 때

그 구슬 같은 게 무엇일까?

이건 정말 구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걸 내가 지금 늘 유념하고 살아가는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숨넘어갈 때

내가 쓸데없는 데 시간 보냈다이런 생각을 안 하겠죠.

 

그러니 여러분들도 너무 현안에 집착하지 마라.

충실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구슬치기를 대충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구슬치기는 최선을 다해서 하되

그 성과를 나눌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