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

[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고기 먹으면 소화 안 되나요? 이걸 드셔보세요.

Buddhastudy 2020. 4. 10. 20:00


돼지고기 보쌈집, 족발집에 가면 꼭 새우젓이 나오죠.

이거 왜 나오게 되었을까요?

새우젓 찍어 먹으면 뭐가 좋을까요?

오늘은 새우젓의 비밀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새우젓은요, 새우가 살아서 펄떡펄떡 뛸 때 소금을 칩니다.

그리고 뚜껑 닫고 서늘한 곳에 두세 달 놔두면 그게 새우젓이 됩니다.

 

새우가 죽으면 썩어야죠.

하지만 새우에 소금을 치면 썩지 않아요.

새우가 짜지라고 소금을 치는 게 아니라

썩지 말라고 소금을 치는 거예요.

짠 걸 원하면 그냥 소금을 먹으면 되지, 왜 거기다가 쳐요, 그죠?

 

소금을 치면 새우의 시체를 부패시키는 잡균은 억제되고

우리가 먹어도 되는 착한균들은 잘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그 착한 유산균들이 박테리오신이라는 항균물질을 뿜으면서

잡균의 세력을 약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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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우젓의 비밀이 뭔가요?

 

새우젓을 담을 때 새우살만 발라서 만들지는 않습니다.

통째로 담그죠.

, 새우 내장까지 같이 담급니다.

새우젓의 첫 번째 비밀은 바로 새우 내장입니다.

 

새우도 먹고 살려면 자기가 먹은 먹이를 소화시키기 위해서

효소를 만들게 되는데요

그게 바로 내장 속에 들어있거든요.

 

새우의 내장 속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불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다 들어있죠.

 

그런데 새우를 소금에 절이면 새우는 죽지만 그 효소는 살아있습니다.

새우가 살아있을 때는 먹이를 분해시키던 것이

새우가 죽자 그 죽은 새우의 육체를 분해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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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그럼 두 번째 비밀도 있나요?

 

두 번째 비밀은 미생물입니다.

새우젓 담글 때 새우를 뭐 살균해서 담그는 게 아니거든요.

살아서 펄펄 뛰는 새우에다가 그냥 바로 소금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새우의 안팎에는 미생물들이 붙어있습니다.

이게 새우젓을 만들어 냅니다.

 

이 녀석들은 새우의 육체,

즉 단백질과 지방질을 먹기 위해서 그걸 분해하는 효소들을 막 만들어 냅니다.

 

새우의 육체를 이루던 고분자 단백질은

쪼개져서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이 되고

지방질은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해체됩니다.

그리고 핵산도 만들어지고요.

 

새우젓의 감칠맛과 향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거죠.

새우 자체의 효소, 그리고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발효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세균들은 딱딱한 새우껍질의 키틴을 분해시켜서 키틴올리고당을 만들고요.

박테리오신이라는 항균물질도 만들어냅니다.

이 성분들은 우리의 면역력을 북돋아 주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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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돼지고기에 새우젓은 왜 나오는 건가요?

 

그렇죠?

싱겁다면 간장, 된장, 소금이 나오면 될 텐데 어째서 새우젓이?

그리고 닭고기나 소고기 먹을 때는 새우젓이 안 나오는데

왜 꼭 돼지고기 먹을 때만 나올까요?

 

, 흔히 돼지고기는 찬 성질이 있다고 표현하는데요,

아니 돼지고기가 차다는 게 이게 뭔 소리래요?

돼지고기의 온도가 차다는 건 아니죠.

 

, 보통 한의사들이 어떤 음식의 성질이 차다, 덥다라고 할 때 말이죠,

이게 효과 측면에서 말할 때가 있고, 부작용 측면에서 말할 때가 있어요.

 

뭔가 먹었을 때 그 음식이 변을 무르게 하고 설사를 잘 유발한다 그러면

그 음식의 부작용 측면에서 그 성질이 차다고 말하는 겁니다.

 

돼지고기는요, 먹고 나면 배가 부글부글하고 묽은 변이 나오기가 쉬워요.

? 닭고기나 소고기에 비해서 돼지고기에는 지방질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방분해효소가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쓸개에서 담즙을 제때 충분히 방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요

돼지고기 먹고 나서 배가 부글부글하고 지방변을 보게 됩니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그렇게 돼요.

 

그런데 조금 전에 설명해 드렸듯이 새우젓에는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프로테아제,

또 지방질을 분해시키는 리파아제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요.

그 효소가 우리 뱃속에 들어와서 돼지고기의 소화를 도와줄 수 있는 겁니다.

 

돼지고기 먹고 속 불편해하던 사람들이 새우젓 찍어 먹으니까 편하더란 말이죠.

그 경험이 쌓여서 돼지에는 새우젓이라는 음식문화가 만들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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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새우젓은 돼지고기에만 효과가 있나요?

 

아뇨.

물론 다른 고기를 먹을 때도 좋습니다.

 

예전부터 고기 먹고 체했을 때 새우젓을 먹이는 민간요법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뭐 닭고기도 튀겨먹으니까 거기 지방 많아요.

소고기도 요즘 사람들이 마블링 많이 된 걸 좋아하니까

소도 뚱뚱하게 키워요.

그래서 하여간 고기 드실 때는 새우젓을 조금씩 드시면 참 좋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고기를 양껏 맘껏 먹어도 소화 잘 시키지만요

나이 좀 들어봐요.

대부분은 소화 효소의 분비량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노인들은 고기 먹으면 더부룩하고 안내려가는 분들이 많아요.

잘 씹지 못해서도 못 먹고, 또 씹어 넘겨도 소화도 잘 안 되고.

 

이런 분들은요,

고기 드실 때 새우젓을 조금씩 꼭 챙겨 드세요.

그러면 한결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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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을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어도 효과가 있나요?

 

맛을 위해서 새우젓을 넣는 거면

뭐 국이건, 찌개건, 계란찜에 넣건 그 맛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러나 소화 잘되라고 먹는 거라면 그냥 드셔야 합니다.

이 효소는요, 열을 가하면 그 활성이 없어지거든요.

 

펄펄 끓는 순대국에 넣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익어버리면 효소는 그냥 끝납니다.

고기 먹을 때는 새우젓을 그냥 찍어 드세요.

 

젓갈은 나트륨이 많다고 해서 나쁜 음식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물론 고혈압 환자들은 주의가 좀 필요하기는 하지만요

이 젓갈 찍어 먹을 때 많이 먹으려도 많이 먹을 수가 없어요.

이건 너무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나트륨은 다른 데서 좀 줄여보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 새우젓은 그저 양념이 아니라

소화를 돕고, 배탈을 방지해주고, 면역력을 북돋아 주는 위대한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