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순환이 안되는 것 같다고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 혈액 순환이 안되는 것 같다는 것은 참으로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혈액이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혈액의 문제인가?
아니면 혈관의 문제인가?
우리 몸의 구조에 비추어 짐작해 보면,
다음 3가지 정도의 상황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 혈관이 좁아졌다는 뜻.
혈관이 좁아지면 순환하기가 어려울 테니 말이다.
둘째), 혈관에 때가 끼었다는 뜻.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때가 끼여 있으면 순환이 어려울 것이다.
셋째), 혈액이 끈끈하다는 뜻.
끈적거리면 아무래도 순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은 각각 그에 해당하는 병들이 있다.
첫째), 혈관이 좁아진다는 것은
혈관저항상승을 뜻하고
어떤 경우는 고혈압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혈압이 있으면 고혈압을 치료하면 된다.
둘째), 혈관에 때까 끼었다는 것은
동맥경화를 뜻하고 동맥경화를 치료하면 된다.
셋째), 혈액이 끈끈하다는 것은
혈소판이 엉겨붙는 것
또는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뜻하는데
왜 그런일이 생겼는지 파악해서 그것을 치료하면 된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상황들은 전부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혈관에 때가 끼었다거나 끈끈하다거나 하는 것들은
우리가 느낄 수 없다.
결국, 혈액순환이 안된다는 것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가상의 증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이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 같다고 하시면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어떤 증상이 있길래
혈액 순환이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손발저림?, 시림? 만성피로? 무기력? 기억력감퇴?
하나하나가 따로 접근해야 하는 증상들이다
애매하게 하지 말고
구체적인 문제를 찾아서 그걸 해결해야 한다.
의사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문제를 구체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쭤봐도 상당히 애매한 경우가 많다.
정확하게 표현을 못하고
뭔가 몸이 안좋은 것 같은데
혈액 순환이 안되서 그런 것 같다는 분들이 많다.
이것은 결국 혈액 순환에 좋다는 것을 처방받아 드시고 싶다는 것인데
보통 처방하는 것은
"은행잎추출물 (ginkgo = 기넥신)"이다.
은행잎추출물에는 2가지 성분이 있는데
-플라보노이드 (flavonoid) 성분은 항산화작용을 하고
-테르페노이드 (terpenoid) 성분은 약간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
혈소판의 끈적거림을 약간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좋은 약 같다.
거의 모든 사람이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뜯어보자면
첫째), 항산화효과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진짜 아니다.
좀 더 연구가 되어야 한다.
지금 어떤 단계냐 하면
항산화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우리가 필요한 곳에 항산화를 효과적으로 할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러니까 은행잎추출물이 항산화효과는 있지만
은행잎추출물 먹는다고 우리 몸이 항산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terpenoid에 의한 혈관 이완, 혈소판 효과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효과를 보고 싶다면 차라리 혈압약(amlodipine)이나
아스피린을 먹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훨씬 연구도 많이 되어 있고, 근거도 많고, 확실하다.
애매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혈액순환개선제란 마케팅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흥행에 상당히 성공한)
그래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들이 엄청 많다.
오메가 3, 감마 리놀렌산.. 은행잎추출물..
어휴 다 부질없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걸 먹는다고 몸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걸 먹는다고 순환이 잘될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나는 꼭 혈액순환을 어떻게든 개선시키고 싶다고 하면 방법이 있다.
1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있으면 그 병을 치료한다.
2번, 적당한 운동
3번, 건강한 식사
4번, 금연, 금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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