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포정이라는 백정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았습니다.
우연히 소 잡는 광경을 본 문혜군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칼을 잡은 포정의 모습이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문혜군은 귀신에 홀린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포정에게 물었습니다.
“아! 대단하구나.
그대는 어찌 기술을 배웠길래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단 말인가?”
“제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그래,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아라!”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우두커니 소 앞에 서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소의 전체 모습은 눈에 띄지 않게 되었지요.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 보는 법은 없습니다.
단지 감각을 멈추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소 전체의 모습을 꿰뚫고 이해하게 된 것이죠.”
그러자 문혜군이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기막히군.
백정이 도락(道樂)을 논하다니!
가히 놀랍도다!”
이어서 포정이 말했습니다.
“소인이 보기에 소 잡는 기술자는 세 부류로 나눠집니다.
첫째, 흔한 백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이는 칼로 뼈를 건드리고 힘줄을 억지로 자르려고 하니
칼날이 쉽게 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뛰어난 백정은 1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는 요령이 생겨 뼈와 힘줄은 피할 줄 알지만
아직 살을 억지로 손질하려고 하니 칼날이 무뎌지는 것입니다.
셋째, 신의 경지에 이른 백정은
칼을 뼈와 뼈 사이, 뼈와 살 사이, 살과 살 사이로 지나게 하니
칼날이 상할 일이 없습니다.
소인이 지닌 이 칼은 현재 19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잡은 소가 수천 마리인데도
칼날이 마치 숫돌에서 막 새로 갈아낸 것 같습니다.
소인이 하나의 칼을 이토록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소를 잡을 때, 뼈와 근육이 얽히고 설킨 곳을 만날 때마다 어려움을 헤아리고는
두려워하며 경계하고 시선을 멈춰 칼 놀림을 세심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와르르 소의 골육은 조용히 갈라지고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듯 우수수 흩어집니다.
그제야 저는 칼을 잡고 우두커니 서서 사방을 돌아보며 머뭇거리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칼을 닦아 간직합니다.”
포정이 말을 마치자, 문혜군은 다시 한번 탄성을 지르며 말했습니다.
“정말 훌륭하구나.
나는 지금 그대의 말을 듣고 양생(養生)의 도(道)를 터득했다.”
문혜군은 주어진 자기의 삶을 온전히 하는
근본 원리를 터득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장자의 양생주편에 나오는 ‘포정해우’라는 설화입니다.
포정해우는 포정이 뛰어난 솜씨로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으로
뛰어난 기술을 지녔거나 신기한 솜씨를 가진 이를 칭찬할 때 비유하여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포정이 칼날의 예리함보다
소의 빈틈을 보고 그 사이로 칼날을 집어넣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뼈와 살 사이에 실제 미세한 틈새가 있는 것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포정처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 틈새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파악하고
큰 흐름에서 사물을 이해한 것입니다.
포정은 이를 두고 눈으로 보지 않고 신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즉, 마음으로 사물을 본다는 것은 그 사물과 일체가 된다는 뜻입니다.
주체와 대상의 거리감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양생의 지혜입니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 집중하다 보면
도리가 훤히 트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된다고 합니다.
소의 이치를 알면 소를 잘 잡을 수 있듯
사람의 이치를 알면 잘 살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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