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번 결혼했습니다.
처음에 국산품으로 시작했다가
이혼 후에 ‘수입품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국인과 두 번째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일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입품도 11년을 쓰다 보니
민감한 성격들이 보이고 있어요.
국산품에 너무 호되게 당해서
두 번째 결혼 상대자에게는 제 기대치를 아주 낮추었습니다.
‘수입품은 설거지는 해 주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11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나이가 들고 힘이 드는지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조차 안 하려 듭니다.
아이들이 5살과 7살인데
‘아이들한테 왜 설거지를 안 시키느냐’ 하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내려놓고 사는 덕분에
가끔씩 남편의 잔소리를 듣고 있을 때마다
‘아, 오늘도 이렇게 지랄을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생각하며 넘깁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질문자의 사연이 얼마나 복잡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거지를 안 해주는 정도만으로는
같이 못 살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남편이 자기 아이들한테 잔소리하는 것에
질문자가 관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편이 5살과 7살 아이들한테
설거지를 시키려는 생각은
아이들의 장래에 좋습니다.
설거지나 방 청소를 어려서부터 배우면
커서 자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질문자가 그렇게 해야 되는데
질문자는 아이들을 마치 애완용 동물처럼 키우니까
남편이 그렇게 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소소한 문제를 시비해서
같이 못 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큰 틀에서 별문제가 없으면
그냥 내 주장을 내려놓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 있는 돈을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서 다 날려버렸다
마약을 한다, 매일 술을 먹고 행패를 피운다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돌아다닌다
이런 경우에 비하면
질문자의 남편은 그리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남의 눈의 티끌을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끌은 본다’ 하고 말씀하신 거예요.
티끌 같은 사소한 것을 자꾸 대들보인 양 과장해서 쳐다보지 마세요.
남편이 자녀들을 나무라는 것에 대해서도 간섭하지 말고
‘너희들끼리 잘 노세요’ 하고 내버려두세요.
질문자는 그냥
‘설거지를 큰아이가 하든 작은아이가 하든 남편이 하든 누가 하든
설거지만 하면 된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
어떻게 잔소리를 하는데요?
아이들한테 설거지를 시키라고 잔소리를 해요?
남편의 제안은 환경적으로 아주 좋은 제안이에요.
농담이 아닙니다.
정토회는 설거지를 3단계로 해요. 물을 세 통 받아놓고 그릇에 남은 지저분한 것을 버린 후,
첫 번째 통에서 씻고,
두 번째 통에서 헹구고,
세 번째 통에서 마지막 헹굼을 해요.
그렇게 하면 100명이 먹은 식기도 다 청소할 수 있는데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면
물 소비량이 5배가 넘고 화학 세제도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남편이 옳고 질문자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남편의 관점이 옳을 수도 있다는 얘기하는 겁니다.
질문자가 볼 때는 남편이 문제지만
남편이 볼 때는 질문자가 물을 너무 낭비한다고 볼 수 있어요.
남편은 질문자에 대해
‘너무 편리함만을 쫓는다’,
‘아이들에게 일을 안 시키고 혼자 다 하려고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남편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한번 물어보세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질문자가 자기의 생각에 빠져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거예요.
...
“남편의 입장에서는 잔소리를 할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지요. 남편이 어떻게 잔소리를 하는데요?
도저히 같이 못 살 것 같은 잔소리인지 한번 들어봅시다.
...
사용했으면 그릇을 치워야지 그대로 두면 안 되죠.
남편 말이 맞네요.
...
질문자는 알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속으로는 ‘남편이 좀 치우면 안 되나’ 하는 반발심이 있는 거예요.
질문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제가 미처 못 봐서 못 치웠습니다’ 하고 말하면 되지
반발할 이유는 없어요.
그러고 나서
‘내가 미처 치우지 못하고 내버려두면,
당신이 좀 치워주면 좋겠어요’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먼저 상대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
요청을 해보세요.
10년을 같이 살아 놓고 아직도 요령을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
남편을 또 바꾸려고 하면 힘들어져요.
...
저처럼 출가를 하면 부모와 갈등이 생겨요.
부모가 시골에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고등학교 다니다가 절에 들어가니
부모님의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것처럼 내가 선택한 인연이 아닌 사람들과도
인연을 끊기가 어려운데
내가 선택한 인연을 버리고
또 새로운 인연을 지으려는 분들을 보면
저는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선택을 했으면
그 결과를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헤어지는 문제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선택을 해놓고 자꾸 도망가려고 하면 어떡해요?
늙으면 늙을수록 남편과 맞추기가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외국인하고 살면
늙어서 헤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회귀 본능이라는 것이 있어서
늙을수록
어릴 때의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젊었을 때는 이국땅에 와서
빵 먹고 사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나이가 육십을 넘어가면
자꾸 된장찌개나 김치가 먹고 싶어져요.
남편은 거꾸로 자기 어릴 때 습관으로 복귀하려고 하죠.
젊을 때는 된장찌개를 끓여줘도 같이 잘 먹었지만
늙으면 ‘된장 냄새 맡긴 싫다’ 하고 밥투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독일에 간호사들이 가서
외국인들과 많이 결혼해서 살았는데
늙어서는 밥을 같이 못 먹는다는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된장찌개 먹고 싶어서 끓였는데
냄새난다고 고함을 치니까
베란다에 가서 밥을 먹어야 된다고 해요.
그래서 늙어서 이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사는 이유는
개는 잔소리를 안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러분도 상대방에게 잔소리만 안 하면
사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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