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20평대 아파트를 사고 15년째 빚을 갚아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저 몰래 아파트를 담보로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저는 제 이름으로 신용대출을 받아 빚을 모두 갚았습니다.
남편이 술을 마시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집을 나가겠다’ 하고 큰소리를 쳐서 부부싸움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한테 큰돈을 한 번도 준 적이 없어 화가 났지만
이혼은 할 수 없어 그냥 살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남편과 저를 닮은 사랑하는 아들 둘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는데
아이들이 남편처럼 알코올 중독에 사기꾼이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됩니다.
저처럼 바보같이 살게 되는 것도 걱정이고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려요, 배가 열려요?
개가 새끼를 낳으면 고양이를 낳아요, 강아지를 낳아요?
그러면 질문자 부부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질문자 부부를 닮을까요? 다른 사람을 닮을까요?
그럼, 뭐가 걱정이에요? 그게 자연의 원리인데요.
질문 내용이 벌써 어리석은 질문이에요.
내 아이가 부모를 닮지 않는다면
내 아이가 아니고 남의 아이이지 어떻게 내 아이입니까?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질문자가 남편을 부정적으로 보고,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내 아이는 엄마 아빠를 안 닮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안 닮는 게 더 이상하고 잘못된 일입니다.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닮는 건 좋은 일이에요.
나를 닮아야 내 아이이지, 나를 안 닮았는데 어떻게 내 아이예요?
질문자가 애를 낳았는데
내 얼굴하고 아무 데도 닮은 게 없다면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잖아요.
아이는 뭐든지 다 나를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변함없는 자연의 법칙이에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도 있는 그대로 괜찮은 사람입니다.
술을 마시거나 돈 씀씀이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 정도는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니에요.
“나도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우리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아이에 대해서도 엄마와 아빠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랄 게 아니라
가능하면 엄마와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기도한다면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우리 남편은 좋은 사람입니다.”
남편에게 몇 가지 안 좋은 모습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나쁘게 보지는 말라는 겁니다.
남편이 나와 의논도 없이 대출을 받고, 술도 자주 먹는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자는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그 말은 그 외에는 남편에게 괜찮은 점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질문자는 꼭 남편을 위해서 희생하면서 사는 게 아니잖아요.
남편에게도 괜찮은 점이 있기 때문에 같이 살고 있는 겁니다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까 그래도 같이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난 거예요.
‘우리 남편은 좋은 사람입니다’ 하는 말은
남편은 나쁜 사람인데 억지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이미 남편을 괜찮은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같이 살기로 마음을 먹은 거예요. 그러니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닮아도 괜찮습니다.
물론 안 좋은 모습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몇 가지 안 좋은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남편과 계속 살기로 했으면 문제가 좀 있더라도 남편을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항상 ‘저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우리 남편은 좋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돼요.
우리가 어떤 물건을 쓰면서 괜찮다고 말할 때 100퍼센트 만족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겁니다.
...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나중에 손해가 더 많아지면 이렇게 스님한테 다시 물으러 올까요?
아니면 스스로 이혼을 할까요?
손해가 훨씬 많아지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혼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스님한테 물으러 안 옵니다.
반대로 손해가 조금 있지만 이익이 확실히 많은 경우에도 스님한테 묻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손해가 나긴 나는데 이익도 있기 때문에 손익이 반반쯤 되는 거예요.
그래서 스님한테 질문하는 겁니다.
이익이 있긴 있지만 손해가 확실히 많다면 스님한테 안 물어요.
질문자가 알아서 이혼해 버립니다.
이익과 손해가 반반이니까 같이 살아야 할지, 헤어져야 할지, 고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고민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계속 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1퍼센트라도 이익이 더 많다고 계산을 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질문자가 착한 사람이어서 남편과 같이 사는 게 아닙니다.
계산해 보니 그래도 이익이 있으니까 같이 사는 겁니다.
앞으로 살면서 손해가 더 많아지면 이혼할 생각을 다시 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질문자가 계산해 보고 같이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질문자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남편을 위해 사는 자비심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굉장히 영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아이들이 엄마를 닮으면 바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잘 챙기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겁니다.
다시 말하면 1퍼센트라도 질문자에게 이득이 되니 같이 사는 것이니까
‘남편이 이혼 안 하고 계속 살아주면 또 나쁜 짓을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남편을 좀 위로해 주세요.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마음이 답답하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바가 뜻대로 안 되고
아내한테 말해 봐야 언쟁만 높아지니 답답한 마음을 술로 푸는 거예요.
그리고 내면에는 아내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 앞에서 폼을 잡고 싶은 마음에 몰래 빚을 내서 투자를 한 거예요.
그런데 그런 투자는 대부분 대박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쪽박을 차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압박을 받게 되면
‘내가 이런 사람이다’ 하는 것을 보여 주려는 마음에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죠.
주식, 코인, 복권, 이런 행위들은 잘 되려고 하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문제는 대박의 유혹이 큰 곳은 대부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데에 있어요.
그래서 질문자가 남편의 행위에 대해 어리석다고 핀잔을 주면 줄수록
남편의 기는 더 꺾입니다.
그러니 남편이 술을 먹고 오면 싸우지 말고 오히려
‘남편이 많이 힘든가 보구나’
‘어디 가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는가 보구나’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불평과 잔소리를 내려놓고 자식을 대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되어서
남편의 등도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마음을 활짝 열어서 얘기도 들어주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대박을 치지 못해도
‘내 아내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 신뢰감이 쌓이면 한탕주의에 젖지 않게 되죠.
남편과 같이 살기로 했다면
남편을 이해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남편이 사고도 덜 치게 돼요.
사고 치지 말라고 싸우고, 약속받고, 도장 찍고 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남편은 지금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기 때문에
한 번의 대박을 꿈꾸며 자꾸 잔머리를 굴리는 거예요.
남편을 다독거리고 포옹해 주고 격려해 주면 조금 안정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함께 살 이유가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면
이혼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같이 살려면 그렇게 하고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배우는 거예요.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없으면
아이들도 아빠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엄마가 아빠를 좋게 생각하면 아이들도 아빠를 좋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의 행위를 자꾸 비난하면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아빠를 미워하게 되고
심지어 나중에는 아이들 자신도 아빠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일단 아이들 걱정은 하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질문자 자신과 남편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저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남편은 좋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남편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남편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말고
엄마의 마음이 되어서 남편을 좀 더 보듬어 주다 보면
남편의 불안한 심리도 조금씩 사라질 거예요.
그래야 한탕주의 사고를 하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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