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 정말 있나요?
저는 그것이 제일 궁금합니다.//
질문자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남한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힘들게 살고 있어요.
제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해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요?)
나뭇잎에 작은 벌레가 붙어 있습니다.
질문자가 사는 게 힘들까요?
아니면 벌레가 사는 게 힘들까요?
그러면 질문자는 벌레보다도 못하단 거네요.
본인의 인생이 벌레보다도 못하다면
전생을 따졌을 때
벌레가 질문자보다 전생이 좋았단 거네요?
정말 본인이 전생에 벌레보다도 못했을까요?
그렇다면 전생에 못된 짓을 해야
다음 생에 벌레가 아니라 사람이 된다는 거네요?
본인이 벌레보다도 못하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에요.
벌레가 나보다 나으면
벌레로 태어나는 것보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더 나쁘다는 얘기 아닙니까.
만약 전생이 있어서 그 과보를 받는 것이라면
질문자의 논리대로 하면
‘전생에 좋은 일을 하면 벌레로 태어나고
전생에 나쁜 짓을 하면 사람이 된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
산에 가면 가끔 다람쥐를 봐요?
다람쥐가 사는 게 힘들까요? 사람이 사는 게 힘들까요?
그런 다람쥐도 사는데
사람인 질문자가 왜 못 살겠어요?
(살기야 살겠지만 나쁜 짓도 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데도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어떤 게 힘들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봐요.
갑자기 전생 얘기를 하지 말고요.
얼마나 사는 게 힘들면 전생 얘기를 할까요?
어떤 사람이 스님에게 와서
‘스님, 우리 부부는 전생에 어땠을까요?’
이렇게 묻는 사람은
현재 부부관계가 좋은 사람일까요, 나쁜 사람일까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부부관계가 안 좋으니까 물으러 온 거겠죠.)
제가 그 사람에게 ‘전생에 둘이 나빴지!’ 이렇게 얘기하면
그 사람은 ‘맞아요! 그랬을 겁니다’ 이렇게 얘기해요.
왜냐하면 이미 스님에게 와서 묻는 이유가
둘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질문자가 스님에게 전생을 묻는다는 것은
질문자가 지금 사는 게 좀 힘들다는 얘기예요.
(똑같은 일을 해도 다른 사람이 하면
‘너 힘들었지? 참 잘했어’ 이렇게 얘기를 해주는데,
제가 일을 하면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잖아’ 이렇게 말하거든요.)
누가 그렇게 얘기해요? 남편이 그렇게 얘기해요?
그 경우를 한번 봅시다.
질문자가 얘기한 대로 A라는 사람이 10이라는 일을 하면
‘오, 너 대단하다. 잘했다’ 이렇게 말하고,
내가 일을 하면 똑같이 10이라는 일을 했는데도
‘뭐, 그것밖에 못하나’ 이렇게 말해서
본인이 기분 나쁘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만약 질문자가 평가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봐요.
똑같이 10을 일했는데 A에게는
‘너 잘했다’ 이렇게 말한다면
A에 대해서 기대가 컸다는 거예요, 작았다는 거예요?
당황해서 말귀를 잘 못 알아듣네요.
여기 어떤 한 분이 스님에게 텀블러를 갖다 주었다고 합시다.
그럼 제가 ‘이걸 갖다 주다니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떤 다른 사람이 이 텀블러를 갖다 주면
제가 ‘이걸 왜 이제 가져오나, 아까 좀 가져오지!’ 이렇게 야단을 칩니다.
그러면 첫 번째 사람은 스님과 친한 사람이에요, 친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뒤에 사람은요?
그럼 친한 사람이 좋아요, 안 친한 사람이 좋아요?
친한 사람이 좋지요.
그럼 질문자에게
‘이것밖에 못 했나’ 하고 말하는 사람은
질문자와 친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친하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친한 게 좋다면서요? 이제 말귀를 알아들었어요?
그래요. 만날 때마다 자꾸 나를 야단치는 사람은
나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대가 크기 때문에 자꾸 나무라게 되는 겁니다.
내가 일은 잘하지만
그 사람 이 가지는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까
그 사람의 기대에 내가 못 미치는 거예요.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니까 자꾸 나를 나무라는 겁니다.
그런데 똑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자꾸 칭찬을 해요.
그러면 내가 볼 땐 기분이 나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기대가 작은 겁니다.
‘저 사람이 뭘 하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하면 칭찬을 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는 칭찬을 하고, 나한테는 비판을 많이 한다면
그건 남편이 그 여자는 좋아해서 칭찬하고
나는 싫어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에요.
인간의 심리로 보면
그 여자에게는 별 기대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일을 해줘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나에게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해준다고 했는데도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비판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다는 거예요? 적게 지었다는 거예요?
(복을 많이 지었다는 거네요.)
그래요. 이미 복을 많이 지었는데
왜 스님한테 물어서 복을 적게 지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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