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퇴직하면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없어서 걱정입니다. (2024.12.31.)

Buddhastudy 2025. 1. 7. 19:52

 

 

저는 34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5년 뒤에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직하면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솔직히 두렵습니다.

지금까지 제 삶을 돌아보면

학생 때는 그냥 공부했고 졸업한 뒤에는 그냥 직장에 다녔고

이렇게 항상 어디에 다닐 곳이 있었고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퇴직하면 제가 뭔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고

아직 그걸 찾지 못했습니다.

또 그걸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두렵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특별히 좋아하는 일 없이

그냥 세월 따라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학생 때는 그냥 공부했고, 간호대학을 다녀서 졸업 후에는 간호사로 취직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간호사로 일하고 있고 이제 곧 퇴직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지금까지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면서도

직장에 다니며 잘 사셨잖아요?

그러면 퇴직하고 나서도

무얼 좋아하는지 모른 채 논다고 해서 힘든 일이 있을까요?

 

질문자는 인생을 살면서 시간이 늘 부족했나요?

아니면 시간이 남아서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사셨나요?

 

그렇게 시간이 늘 부족하다가

이제 시간이 남을 것 같아서 고민이라면

저한테 오세요.

지금까지 제게 질문하셨던 분들은

시간이 늘 부족한 분들이었지

시간이 남아서 고민인 분은 별로 없었어요.

혹시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그것처럼 질문자의 고민은 걱정거리가 전혀 아닙니다.

실제로 퇴직하고 한 일 년만 지나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바빠져요.

그래서 이런 말이 생긴 거예요.

시간이 남을까 봐 고민이라면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노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시간이 남는다면서

왜 또 시간이 아까울까요?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면 허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걸 찾고 싶어요.)

 

담배는 피우는 게 쉬울까요? 안 피우는 게 쉬울까요?

 

질문자는 그러시죠?

그러면 여기 청중 중에 담배 피우는 분께 물어보겠습니다.

담배 피우는 분은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어떠세요?

 

저분은 담배를 피우는 게 더 쉽다고 해요.

아마 저분께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아주 힘들어하실 거예요.

질문자는 반대죠.

 

그러면 객관적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담배를 피우려면 우선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만큼 일해야 하고요.

또 담배를 사려면 가게에 가야 합니다.

또 포장지를 뜯고 입에 물어야 합니다.

피우고 나면 남은 재도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

저분은 담배를 안 피우는 게 더 어렵다고 하세요.

 

이렇게 우리가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

담배를 피우는 건

피우지 않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담배에 중독된 사람은

피우지 않는 게 더 어렵습니다.

피우는 일이 더 쉽죠.

담배를 피우는 게 더 쉬운 사람은

습관 때문에 그런 겁니다.

 

만약 그게 직장이라면 어떨까요?

직장 일은 하지 않는 게 더 쉽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직장에서 퇴직하는 걸 두려워해요.

이것도 다 습관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것도 변해요.

담배도 1, 2년 계속 피우지 않으면

그 습관이 점점 없어집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무척 힘듭니다.

이걸 명현현상이라고 하는데 직장도 마찬가지예요.

 

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면

초기에 그런 현상이 생깁니다.

관성이라는 물리법칙을 봐도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고

멈추어 있던 물체는 계속 그대로 있으려고 하죠.

직장도 이처럼 계속 다니던 사람은

관성이 있어서 멈추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한번 멈추면 다시 나가는 게 힘들어지죠.

 

퇴직하고 놀면 그게 더 쉽습니다.

왜 사회에서 정년제도를 두었을까요?

어려운 일을 하기보다 쉬운 일을 하라고 만든 겁니다.

나이가 들면 일하기 어려우니까요.

이제 쉬어도 된다는 뜻에서 정년제도를 둔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쉬셔도 됩니다.

그게 어렵다면 직장에 다니셔도 되고요.

 

...

 

그건 어렵지 않아요.

첫째, 질문자는 아직 정년퇴직하려면 시간이 남았어요.

예를 들어 질문자는

젊은 사람보다 그전에 죽을 확률이 높죠.

그래서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둘째, 우리 사회에서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퇴직 나이를 좀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질문자가 지금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다면

5년 안에 퇴직 나이를 연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정년은 최소 65세로 하고

노인의 나이를 70세부터 하자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대한노인회에서는

노인의 나이를 75세로 높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만약 노인을 75세부터라고 한다면

퇴직 나이도 70세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정년이 10년 정도 늘어나게 되겠죠.

그래서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셋째, 퇴직하고 나서 놀아보고 그게 훨씬 좋다면

그냥 노셔도 됩니다.

심심하면 다시 일하면 되고요.

지금 수준의 월급은 아니더라도

근무 시간이 좀 적고, 급여가 낮은 일자리는 금방 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받던 수준의 월급을 포기하시면 돼요.

그렇게는 하기가 싫다면, 퇴직하고 심심할까 싶어서 생긴 걱정이 아니라

돈 때문에 생긴 걱정입니다.

 

직장에는 얼마든지 다닐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고집하면 좀 어려울지 몰라도

다른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람이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요즘 시골에 가면 마늘 심는 일이 한창입니다.

그 일을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데

일당으로 12만 원씩 준답니다.

또 그 일은 가을에 단기로 하는 일인데

일손이 부족하면 3만 원을 올려서 15만 원까지 준다고 합니다.

또 밤농사 짓는 분은

밤 줍는 일도 하루 일당을 15만 원씩 준다고 해요.

 

기후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 중에서

밤 줍는 일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서툴다면

일당을 좀 덜 받으면 됩니다.

12만 원 받을 걸 8만 원만 받겠다고 하면 됩니다.

일손이 이렇게 늘 부족한 곳에는

그냥 가기만 하면 일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할지 고를 필요도 없고요.

 

지금 우리나라에는 외국인노동자가 200만 명 정도 들어와 있어요.

계절근로자처럼 봄에 와서 8개월간 일하고

그해에 다시 돌아가는 외국인노동자만 몇십만 명이 됩니다.

그래서 봄에는 한국으로 오는 항공권이 엄청나게 비싸요.

그 시기에는 한국으로 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질문자는 또 퇴직금이 나올 테니

퇴직하고 저한테 와서 자원봉사를 하실 수도 있어요.

제게 오시면 일감이 엄청나게 많아요.

오늘도 입구에서 접수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셨죠?

행복학교 수료하고 행복시민이 되면

일감이 무지무지하게 많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일하면 내가 행복해져요.

그걸 사람들이 잘 모르죠.

 

질문자는 좋아하는 일이 없잖아요.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걸 못하면 괴로워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없는 것은 좋은 거예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괴로울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질문자는 직장생활을 잘하신 거예요.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 괴롭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첫째, 질문자는 정년퇴직 전에 죽을 가능성이 있어서 괜찮고요.

둘째, 우리나라의 퇴직 나이가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퇴직하고 나서 놀아보고 노는 게 좋으면 계속 노셔도 됩니다.

심심하면 일하셔도 되고요.

일 좀 하다가 다시 노셔도 됩니다.

이것도 저것도 재미가 없으면 자원봉사를 해보셔도 되고요.

 

퇴직 후에 이것저것 해보다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그걸 하시면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뭔가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은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그 일을 못 하면 괴로우니까요.

그래서 질문자처럼 좋아하는 게 없다는 것은

무지무지한 복이에요.

 

마찬가지로 이성에 대해

특별히 취향이 없는 사람도 복이에요.

어떤 사람과도 결혼할 수 있고, 헤어져도 됩니다.

 

그런데 취향이 분명한 사람은 인생이 피곤해요.

우선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또 그런 사람과 헤어지거나 사별하더라도 힘들어요.

 

그래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직장이든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는 건

엄청난 복입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도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뭔가 좋아하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착각이에요.

좋아하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보시면 좋아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지금은 다른 데에 신경 쓸 일이 없어서 한 가지 일만 해왔지만,

퇴직하고 여러 경험을 해보시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농사를 지어봐도 좋고, 행복시민이 되어 자원봉사를 해봐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걸 발견하면 좋은 일이고요.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좋아하는 일을 일부러 찾으려고 하면

못 찾게 되었을 때 괴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