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말씀처럼 신랑한테
‘네, 알겠습니다’하면, 신랑도 저를 존중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랑은 ‘진작 이럴 것이지’하면서 오히려 더 존중받으려고 합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여자가 남자를 받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제가 오히려 그 생각을 강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에는 신랑이 인정받고 싶어서 저러나 싶어 안쓰럽기도 한데
가끔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나만 이런 노력을 해야 하나’ 싶고
내가 왜 배려도 못 받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힘든 건 신랑에게 자꾸 바라는 제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신랑 하고는 중매로 결혼했어요, 연애하다가 결혼했어요?
신랑의 어떤 부분이 좋아서 결혼했어요?
결혼해서 보니까 감정 기복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없는 사람이었어요?
감정의 기복이 없으면 크게 문제도 없지만 또 같이 사는 재미도 없잖아요?
남편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잖아요. 누가 그런 사람을 선택했어요?
그처럼 지금 이런 남편과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남편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 문제입니다”
비가 올 때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바랄 수는 있어요.
그런데도 계속 비가 많이 오면,
비가 온다고 화를 내는 게 나아요, 비를 대비하는 게 나아요?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잘 빠질 수 있게끔 준비를 하고,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비가 오면 집도 버리고 일단 피신을 가야죠.
그처럼 다른 사람도 내 마음대로 바뀌어 주면 좋지만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인정을 받고 싶어 하든,
어쨌든 이런 남편과 같이 살려면 길은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내 뜻대로 안 해주면 이혼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질문자가 남편한테
‘이런 부분은 바꿔라. 안 바꾸면 이혼이다’ 이렇게 말했을 때
남편이 무서워서 벌벌 떨 정도라면 효과가 있겠죠.
질문자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건
지금 남편이 질문자보다 조금 더 조건이 좋다는 뜻이잖아요?
질문자가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을의 입장이 된 거예요.
나보다 돈도 많고, 나보다 인물도 좋고, 나보다 지식도 많은 사람이 좋아서
그런 사람을 선택하는 순간
나는 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헤어지면 내가 손해니까 을이 되는 선택을 합니다.
그런 선택을 하면 갑으로 살기는 어렵습니다.
갑으로 살고 싶으면 나보다 못한 사람을 택하면 돼요.
내가 같이 안 살면 어디 가서 제대로 살기 어려운 사람을 선택하면
내가 갑으로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결혼을 할 때
대부분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기 때문에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도 을이 되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첫 번째 선택지는 선택할 수가 없는 입장입니다.
둘째, 같이 안 사는 길입니다.
어차피 상대방을 바꾸지는 못하니까
‘그럼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이렇게 헤어지는 거예요.
이 길은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이 길을 선택하면
그만큼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도망가는 길은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계책 중에 가장 마지막인 서른여섯 번째 계책이
도망가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36계 줄행랑’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 길도 선택지이긴 한데, 아직은 선택할 필요가 없는 선택지입니다.
셋째, 내가 적응하는 길입니다.
조건을 따져보면 내가 적응해야 하는 게 맞는데
적응하기가 싫기 때문에 고민을 하는 거예요.
비가 오면 내가 피해야 해요.
피하지 않고
‘내가 비를 피해? 까짓 거 그냥 물에 떠내려가서 죽지’
이렇게 생각하고 고집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나입니다.
저는 질문자가 처한 조건을 보고
남편에게 ‘맞춰줘라’라고 말하는 거예요.
비굴해지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살기에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비굴하게 사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겁니다.
상대가 칭찬을 원하면 칭찬을 해주는 겁니다.
남도 아니고 남편을 칭찬하는 건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그래 봤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남편이잖아요.
뭘 좀 줘도 내 남편이니까 괜찮고
미안하다고 해도 내 남편이니까 괜찮잖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렇게 마치 적군과 싸우듯이 남편과 대립합니다.
그렇게 해서 남편을 이기면 남자가 기가 죽겠죠.
그렇게 내 남편을 기죽여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요?
남편도 자기 아내를 기죽여서 자기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요?
오히려 너무 기죽으면 우울증 환자가 되거나
사회에 나가서 맥도 못 추는 사람이 되면
결국 나에게도 손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남편과 더 이상 다투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라는 거예요.
남편이 ‘이렇게 하자’하면
‘그래’ 하고 해보는 거예요.
설령 그 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라도 ‘그래’ 하는 거예요.
그럴 때 ‘그래’ 하면 남편이 좋아하잖아요.
남편이 좋아하는 데 왜 그걸 보고 내가 기분 나빠해요?
적이 기분 좋아하면 내가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남편과 질문자는 적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다고 선택해서 한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자는 사람인데
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고 내가 기분이 나빠져요?
만약 내가 남편한테 잘 안 해줄 때
오히려 남편이 나에게 잘해준다면
그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그런데 내가 잘해주든, 안 해주든
남편이 나에게 늘 잘 안 해준다면
그것도 잘 살펴서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내가 맞춰주면 남편도 나에게 맞춰주겠지’ 이렇게 남편과 거래를 하고 있어요.
'내가 양보하면 상대도 양보하겠지’
이렇게 접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나에게 끌어올 것인가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방법이 문제가 아니에요.
남편이 나한테 잘하든 안 하든 그건 남편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나한테 어떻게 하든, 내가 그에게 잘하는 게 나한테 좋으니까 잘하라는 거예요.
남편과 언쟁하는 것보다는
‘알겠습니다’ 하는 게 내가 편하니까
나는 ‘알겠습니다’ 하는 겁니다.
이건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내가 맞춘 대가를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남편이 뭐라고 할 때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건
돈 드는 일도 아닌데 뭐가 힘들어요?
남편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아, 남편이 평소에 이런 걸 원했구나’ 하고 알 수 있잖아요.
그렇게 원하는 걸 좀 해주면 됩니다.
누가 어떤 반찬을 맛있어 하면
다음에 그 반찬을 더 해주잖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을 더 해주는 것처럼
말도 좋아하는 말을 더 해주면 됩니다.
음식은 만드는 데 돈도 들고 힘도 들지만,
말하는 건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드니까 수월하잖아요.
그래서 ‘립 서비스’라는 말이 있잖아요?
립 서비스를 하려니 꼴 보기가 싫어요?
...
어떻게 하는 게 무시받는 거예요?
내가 ‘알겠습니다’ 하면
상대방도 ‘알겠습니다’ 해야 내가 존중받는 거고,
내가 ‘알겠습니다’ 할 때
상대방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무시받는 거예요?
음식을 해줄 때 ‘잘 먹었습니다’ 하면 존중받는 것이고,
아무 말 없이 먹으면 무시받는 거예요?
만약 그렇다면 질문자는
상대방의 말과 반응에 놀아나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의 얼굴표정에 따라 나의 희로애락이 달라진다면
그게 바로 내가 노예라는 말입니다.
그게 곧 을의 인생입니다.
옛날에 후궁들은
임금이 눈길을 어떻게 주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아랫사람들은
주인의 태도에 따라 전전긍긍했어요.
그게 곧 노예근성이에요.
상대방이 어떻게 하는지는 그 사람의 문제이고
나는 내 인생을 살면 됩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남편이 칭찬받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칭찬받기를 원하고 있어요.
이런 걸 ‘사랑고파병’이라고 합니다.
나를 좀 위로해 주고
나를 위해 주면 기분이 좋아지죠.
사실 누구나 나를 위해 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게 노예의 길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따라 내 삶이 왔다 갔다 하게 돼요.
결국 상대방이 내 목줄을 쥐게 되고
나는 목줄을 찬 것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왜 이런 인생을 살려고 해요?
도대체 뭐가 못나서 노예 인생을 살려고 합니까?
여러분은 이런 인생을 ‘사랑받는 인생’ 이라고 말하죠.
그건 노예의 삶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자가
남편의 목줄을 쥐고 사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남편을 웃게 만들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너 왜 그래?’ 해서 상대방을 짜증 나게도 할 수 있고
결국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강아지를 키울 때도
맛있는 걸 계속 줘야 주인을 따릅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남편이 좋아하는 말을 계속해 줘서
목줄을 쥐고 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런 걸 다 떠나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남편이 기분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데
왜 그걸 아니꼽고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요?
그건 좋은 일이잖아요.
여러분을 보면 부부가 영원한 경쟁자 사이 같아요.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는 못 살고,
영원히 승부를 보려고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그런 자세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옛말에 ‘전생의 철천지 원수가 이생에 부부로 만난다’는 말이 있는 거예요.
...
남편과 ‘네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경쟁하고 갈등하는 건
아이에게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비록 남편이 잘난 체 하더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래, 너 잘났다, 인정해 줄게’ 하고
마음을 탁 놓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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