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나이가 불혹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싱글입니다.
그래서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요.
요즘은 온라인 데이팅앱으로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이 굉장히 쉽습니다.
저도 데이팅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데이트를 많이 합니다.
제가 원하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을 만나서 좀 무겁게 데이트를 해야 되는데
데이팅앱으로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생기다 보니까
사람을 가볍게 만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사람들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 사람도 만나봐야 되고, 저 사람도 만나봐야 되니
진지하게 만나는 걸 꺼려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한 사람을 골라서 진지하게 사귀는 게 좀 어렵습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하듯이
진짜 어디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데이트만 하다가 흐지부지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을 제 짝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에요?
성격만 맞으면 나이는 자기보다 스무 살이 많아도 돼요?
자기보다 나이만 어리면, 흑인이든, 얼굴에 흉터가 있든, 눈이 안 보이든
외모는 전혀 상관없어요?
키가 130cm 정도 되는 사람도 괜찮아요?
욕심도 없고 그냥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원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컴퓨터에 넣어서 따져보면
40억 여성 인구 중에 질문자가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중간이라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니까요.
방금 나이가 스무 살 많으면 안 된다고 그랬잖아요.
그럼 질문자보다 스무 살이 적은 여자는 괜찮나요?
그건 괜찮다고 말할 것 아니에요?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보다 스물다섯 살 많은 여성과 결혼했어요.
학교 다닐 때 친구 집에 갔다가
친구의 엄마가 좋아 보여서 이혼을 시키고 결혼을 한 겁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부인이 영부인의 활동을 다 하고 있습니다.
스물다섯 살 차이가 나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스무 살 차이가 문제가 돼요?
그런 식으로 조건을 따지기 때문에 진지한 만남이 안 되는 거예요.
본인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상대의 조건만 따지면 결론이 나기 어려워요.
첫째, 질문자가 말한 대로 연애는 가능해도
결혼은 어림도 없습니다.
둘째, 결혼을 한다면 제일 성질 더럽고 이상한 여자를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질문자가 상대를 고르고 고를수록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낚시를 할 때 돔을 낚고 싶다면
돔이 좋아하는 미끼를 걸어요? 돔이 싫어하는 미끼를 걸어요?
쥐약을 놓을 때도
쥐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에 쥐약을 넣어요?
쥐가 싫어하는 물건에 쥐약을 넣어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은데' 하면서 사람을 고르다가
'이거다!' 하면서 딱 손에 잡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곧 쥐약이에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하는 원리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너무 많이 고르면 거의 90퍼센트가 쥐약입니다.
‘그냥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나 사귀어도 괜찮다’
‘나이가 아래위로 스무 살 차이가 나도 여자면 됐다’
이런 입장을 가져야 괜찮은 여자를 만날 수가 있어요.
많이 고르면 고를수록 쥐약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예 못 고르거나, 고르더라도 쥐약을 고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혼자서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을 고를까, 저 사람을 고를까?’ 이러고 있지만
상대편은 질문자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한 번 실험해 보세요.
지금 만나고 있는 세 명 중에 한 명을 딱 선택해서
오늘 당장 결혼 신청을 해봐요.
곧바로 거절을 당할 겁니다.
본인 혼자서 허황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귈 때 연애를 목적으로 접근하면 상대가 부담스럽습니다.
왜 사람을 자기 욕망의 대상으로 삼아서 접근을 합니까?
그냥 친구로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교감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잖아요.
나도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도 나를 좋아하고
양쪽이 모두 좋아해야 연애가 가능합니다.
나는 상대를 좋아하는데 상대는 나를 안 좋아하면 성추행이 돼요.
옛날에는 내가 좋아하는데도 상대가 안 좋아하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하는 생각을 갖고
막 쫓아다니면 연애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꽃을 들고 집 앞에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면
가끔 성공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그렇게 하면 비난을 받게 되고
심하면 스토킹 죄로 경찰에 잡힙니다.
사람을 만나다가
나도 좋은 감정이 생기고 상대도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는
확률이 25%밖에 안 됩니다.
내가 좋아하지만 상대는 싫어하거나
내가 싫어하는데 상대는 좋아할 확률이 50%입니다.
나도 싫어하고 상대도 싫어할 확률은 25%입니다.
만약 네 명을 만난다면
연애에 성공할 확률은 한 명입니다.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연애는 상대의 나이가 스무 살이 많든 적든 상관없습니다.
인종이 달라도 상관없고,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결혼은 가족 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에
내 부모님도 요구가 있고, 상대의 부모님도 요구가 있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도 주위에서 말이 많고,
인종이 달라도 주위에서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좋은 감정만 갖고 되는 게 아니고
가족 관계를 새로 맺고 생활을 같이 하기 위해 상호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결혼까지 가게 될 확률이 확 줄어들게 되죠.
처음부터 ‘너와 결혼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접근하면
상대는 내 욕구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그 누가 무조건 결혼하겠다고 덤비는 사람의 요구에 응하고 따르겠어요?
두려워하거나 웃기는 소리를 한다고 하면서 도망을 가버리겠죠.
그래서 연애를 하려고도 하지 말고,
결혼을 하려고도 하지 말아야 됩니다.
질문자의 나이가 마흔이 된 건 본인의 사정입니다.
‘저분은 나이가 마흔이니까 내가 빨리 결혼을 해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나이는 따지지 말고
상대의 나이가 오십이든 육십이든 따지지 말고
먼저 사람을 만나서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보고 둘 다 감정 교감이 되면
그때 연애를 해 보는 거예요.
감정 교감이 되는 사람 중에
상호 결혼까지 합의가 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요즘은 당사자들만 서로 합의되면
절반은 결혼이 성사됩니다.
물론 가족 관계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니까
결혼까지 가려면 좀 더 과정이 필요하긴 해요.
그러나 지금 당장 너무 목적 의식을 갖고 접근하면 안 됩니다.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목적 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을 모두 안 좋아해요.
...
연애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여러 사람을 알아가고 사귀면 됩니다.
친구를 사귈 때는 나이를 따질 필요가 없잖아요.
친구로 지내다가 사람이 괜찮아 보이면
나이가 스무 살이 많아도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가 둘 있어도 사람만 괜찮으면 결혼도 가능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미리 조건을 정해 놓으면
괜찮은 사람들이 전부 제외되어 버려요.
그래서 나이든 뭐든 조건을 따지지 말고
친구로 지내다가
감정 교감이 되는 사람하고 연애를 하고
그런 다음에 생활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때 결혼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그냥 눈 딱 감고 아무하고나 연애를 해버리는 거예요.
얼굴도 보지 말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람과 그냥 만나는 겁니다.
서로 사진도 주고받지 말고요.
조선 시대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냥 양가 부모님들의 의견만 일치하면 결혼을 해야 했죠.
그때는 결혼이 성공할 가능성이 너무나 불확실했고
한 번 혼인하면 헤어지지도 못하고
평생 같이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궁합입니다.
궁합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궁합이 좋다고 나오면 일단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궁합을 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미리 얼굴도 보지, 같이 생활도 해보지, 잠을 같이 자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면 몇 년 만에 이혼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반면에 옛날에는
얼굴도 안 보고 나이도 안 보고 이름도 안 보고 누군지도 모르고 결혼을 했지만
죽을 때까지 같이 살 확률이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상대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기대가 크기 때문에 살다 보면 그 기대에 어긋날 확률이 높고
그래서 헤어지게 되는 겁니다.
인기 연예인들이 자기들끼리 연애해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결혼을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원리입니다.
...
그 친구들이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니 쥐약을 먹게 되는 겁니다.
상대가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접근하는지
잠시 놀아 보려고 접근하는지
돈이나 빼먹으려고 접근하는지
그것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에요.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잖아요.
상대를 너무 의심해도 안 되지만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꽃뱀에게 물릴 확률이 높아요.
만약 30대 젊은 여성이 스님이 좋다고 접근해서
자기랑 결혼하면 자동차도 사주고 집도 장만해 주겠다고 하면
꽃뱀이거나 정신 이상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정신이라면 어떻게 스님을 좋아한다고 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누가 ‘스님, 좋아해요’ 하고 말하면
정신과에 가서 진단부터 받아보라고 합니다.
그것처럼 질문자가 여태 혼자 살아오다 결혼을 서두르게 되면
낚싯 밥을 물기 쉽습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옛날 같으면 급할 수가 있지만
요즘은 나이 마흔이라고 하면
나이가 많다는 축에도 안 들어갑니다.
한국도 점점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잊어버리고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야 서로 맞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를 만나서 이익을 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장애가 있거나 인종적으로 차별을 받거나
여러 가지로 생활이 어려운 여성이 있다면
내가 잘 보살피겠다.
혼자 사느니 그런 여성에게 도움을 주겠다.’
이렇게 좋은 마음을 내면
하늘이 선물을 주실지도 모릅니다.
질문자처럼 인물이 어떤지, 뭐가 괜찮은지,
이런 식으로 고르고 고르면
쥐약을 먹기가 쉽습니다.
여기 결혼한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볼까요?
쥐약 먹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쥐약 먹고 헤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쥐약 먹고 끙끙대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요.
내가 쥐약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 손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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