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딸이 외손녀를 감춰두고 저를 멀리합니다, 어떡하죠? (2023.06.11.)

Buddhastudy 2023. 9. 25. 19:57

 

 

저에게는 시집을 간 딸과 아직 미혼인 아들이 있습니다.

시집을 간 딸이 외손녀를 낳고 나서 어렸을 때 저한테서 상처받았던 일을 들먹이며

저를 원망하고 만나주지 않고 있습니다.

사위와는 한 번씩 전화로 소통하면서 지내는데,

딸이 외손녀를 감춰두고 저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외손녀가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잊어버릴까봐 두렵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모두 감내해야 할 업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와 딸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가면 좋을까요?//

 

 

딸이 어렸을 때 본인이 딸에게 한 행동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본인의 외손녀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네요.

아빠한테 상처를 입어서 더 이상 아빠를 보기 싫다고 하니까

이제는 딸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어릴 때 원하는 대로 못 해주었으니까, 지금이라도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알았어, 어릴 때 너한테 마음의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어릴 때 못해 준 것을 해줄 수도 없고

지금이라도 사과할게.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네가 만나러 오고 싶으면 전화해 주고

만나러 오고 싶지 않으면 안 와도 좋다.

아빠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고 딸과의 관계를 바삭하게 정리하는 게 좋겠다 싶습니다.

지금 나이가 70살이나 된 사람이

손녀를 보고 싶다고 징징대고 있는 것보다는

바삭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게 좋아요.

 

질문자는 딸을 키운다고 본인이 고생한 것만 생각하지

딸이 상처 입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도 안 날 거예요.

딸이 아빠한테 상처를 받아서 만나기 싫다고 하니까

우선 그래, 내가 그때 너의 어린 마음을 못 살폈구나. 미안하다하고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못 해줬지만,

지금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아빠는 네가 행복한 게 중요하니 아빠 걱정하지 말고 너 좋을 대로 살거라하고

딸을 놓아주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다음에 너의 상처가 풀리거든 연락해라. 그때 우리 다시 만나자

이렇게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딸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스무 살이 넘어서 독립을 했고,

스스로 알아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자꾸 부모에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깔끔하게 딸과의 관계를 정리해 주고

이제는 자기 인생을 사세요.

복학교도 열심히 다니시고, 행복시민 활동도 부지런히 하시면 됩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고 싶으면 유치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든지 하면 되잖아요.

내 손녀가 보고 싶다하고 생각하니까 징징거리게 되는 거예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나이가 칠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고 있는 꼴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딱 정리를 하세요.

젊었을 때 자기 성질대로 산 과보(果報)를 받아야지

그걸 피해 가려고 하면 됩니까?

질문자가 애걸복걸하면 더욱더 딸한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니 딱 끊으세요.

 

 

자꾸 변명을 하면 안 돼요.

내가 너 잘 되라고 그랬지, 상처 주려고 그런 얘기를 했겠니?’

이런 얘기는 딸에게 변명처럼 들릴 뿐입니다.

 

딸이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그래, 내가 미안하다이렇게 얘기를 해야죠.

그게 상처받을 일이냐? 그럼, 아빠가 그 정도 야단도 못 치냐?’ 이렇게 말하면

더욱더 악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딸이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미안하다. 어릴 때 내가 너의 마음을 두루 못 살펴서 미안하다하고 말해줘야 해요.

큰 죄를 지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린 마음을 내가 헤아리지 못했다는 뜻이에요.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아빠는 네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아빠하고 대화가 필요하면 그때 서로 연락을 하자.

아빠도 지금 행복학교 다니면서 많이 변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변화된 아빠를 볼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말하고 딸을 놓아주는 게 좋습니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부부든 부모자식이든 친구든

바싹하게 쌀 과자처럼 끊어줘야 합니다.

끈적끈적 엿처럼 붙어 있으면 갈수록 인간관계가 시끄러워져요.

 

동물들을 한번 보세요.

새끼가 어릴 때는 어미가 입에 있는 것도 먹여줄 정도로 챙기다가도

다 자라면 관계를 딱 끊고 삽니다.

이것이 자연 생태계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계속 끈적거리는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맨날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