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부탄도 결국 개발이 되면
TV 또는 유튜브와 같은 문명에 노출될 것입니다.
그러면 욕망을 좇아갔던 기존 문명국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부탄을 지속 가능한 개발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스님은 어떤 방안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해보자는 제안은
결국 ‘이대로 살자’가 아니라 ‘개발해 나가자’는 제안입니다.
사람이 생존을 유지하려면
물을 끌어와서 마시고 씻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전깃불이 들어오도록 해야 합니다.
먹을 음식이 있어야 하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이 되어야 하고, TV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개발은 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주택, 도로, 학교시설의 개량이 필요합니다.
농지에 파이프로 물을 끌어와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고,
창고를 만들어서 농산물을 일 년 내내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생산지에서 수확하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가공해서 관광객에게 판매할 수도 있도록 해야 해요.
또 지질조사를 해서 시장성이 있는 과일나무를 심어서
인도에 수출하는 방법도 마련해 볼 수 있겠죠.
이런 방법들을 찾아서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욕망을 부추기는 일은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스님들이 정토회처럼 일주일마다 법회를 열어서
공동체성과 전통을 지켜나가는 교육을 해야 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실천도 겸해 나가야 합니다.
개발이 전혀 없어도 안 되겠지만
일단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 욕망이 적정수준을 넘어서서
무한대로 갈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없이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 부탄의 정부 관료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젊은 층은 유튜브를 통해 이미 물질문명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욕구가 올라오는데 부탄 내에서는 해소가 안 되니까
틈만 나면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어느 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서
제한적으로나마 문호 개방을 하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만큼 물질문명의 욕구가 강하다고 해요.
지금은 부탄이 아름다운 관광지 위주로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만약 지속 가능한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면
인류의 미래에 대한 대안으로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수도 있습니다.
가령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체험하기 위해
한 달 살아보기 방식의 관광이 생길 수도 있고
한 달 살아보고 나면 일 년 휴가를 부탄으로 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부탄 사람들이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 가서 살아봐도
‘여기서 사느니 고향에 가서 사는 것이 더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북한처럼 개방을 막고 눈을 가리는 임시방편적인 방법으로는
지속 가능한 대안 문명의 모델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은 생활수준을 조금 높이는 정도의 개발이에요.
그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세세하게 조사해서
맞춤형으로 개발해 나갈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마을은 도로 개발이 먼저이고
어떤 마을은 농업생산이 먼저이고
어떤 마을은 교육이 먼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설계하도록
지도자가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한 개의 모델이 만들어지면
또 다른 지역도 닮아가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인류가
‘이런 정도면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비수준이 되겠다’ 하는
대안적 문명의 모델로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모델을 우리가 한번 실험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이것은 극빈자 구호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문명 전환을 위한 대안적 모델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토회가 새롭게 투자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이미 부탄은 국민 총 행복 지수(GNH)를 중요시하는
국가정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보고 제가 답사를 해본 것입니다.
부탄 왕의 어머니와 얘기해 보고, 경제부 차관과 얘기해 보고,
총리 후보자와 얘기해 보니까
저의 제안에 대해 모두 다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라고 대답했습니다.
본인들의 고향에서부터 이 일을 시작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본인이 총리가 되면 이 일은 꼭 해보겠다고 말했고
부탄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공감했습니다.
이렇게 일단 가능성에 대해 확인만 해본 겁니다.
앞으로 하나씩 추진해 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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