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불교대학 수업에서 상대방이 틀리고 내가 옳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상대방과 나 둘 중에
한 명이 완전히 틀린 경우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유럽의 나치 지지자들이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노약자들이 많이 죽으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인구가 줄어들어서
균형을 맞추게 되어 좋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그들이 틀리지 않고 단지 다르다고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서로 다를 뿐’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듭니다.
스님께 현명한 가르침을 구합니다.//
지금 기후 위기가 이렇게 심각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약에서 탈퇴했잖아요?
또 그린란드나 파나마를 미국이 가지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자들을 다 체포해서 추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움직임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옳다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의 과반수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습니까?
이걸 다르다고 보지 않고 틀렸다고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전쟁, 즉 내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틀린 건 고쳐야 하니까요.
틀린 것에 대해서는 말로 해서 안 고쳐질 경우
때려서라도 고치려고 합니다.
이렇게 상대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하면서
똑같이 폭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상대를 틀렸다고 하면
상대도 나를 틀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로
‘네가 틀렸다’, ‘잘못된 것이니까 응징해야 한다’ 하는 쪽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유럽에서는
종교 재판을 해서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나치도 유대인들을 나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이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틀렸기 때문에
응징하거나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르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자신이 어느 쪽을 지지하고 선택하는 것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나는 평화를 더 중요시하고, 인권을 더 중요시하며, 평등을 더 중요시한다’ 하고
내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해도 됩니다.
내 가치관을 확대하기 위해서 힘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해도 됩니다.
그러나 타인을 죄악시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을 죄악시하는 것은
결국 ‘타인을 죽여도 된다’라는 논리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 집회에 참석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틀렸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오늘날 영국과 아일랜드 땅에는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유럽 대륙에서 켈트족이 건너가
원주민들을 다 죽이고 그들을 지배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앵글로색슨족이 들어가
그들을 죽이고 지배했습니다.
결국 켈트족들은 북쪽으로 도망가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 이후 노르만족이 건너가서 다시 영국을 지배하게 되었어요.
마찬가지로 유럽 사람들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많은 인디언을 죽이고 미국의 주인 행세를 했습니다.
그걸 인디언 입장에서 보면
유럽 사람을 다 죽여 복수하고 자기 땅을 되찾아야 하겠지요.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해한 행동은 말하지 않고
언제나 자기가 받은 피해만 생각해요.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을 침략해서 저지른 일은 생각하지 않고,
미국이 원자 폭탄을 터뜨려 자신들이 피해 본 것은
엄청나게 국제 사회에 알리고 강조합니다.
자기들이 겪은 손해는 엄청나게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자기가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본다면,
모든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해요.
나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않고
무슬림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이 나와 다른 종교인인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요.
이런 마음을 가져야
내 마음속에 증오나 미움, 분노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중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더 맛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중에 무엇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다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틀렸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르지만 내가 거기에 동의할 수는 없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생각을 알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아주 크게 자각하신 것 같네요.
이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릅니다.
내가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나는 거기에 반대한다고 얘기해도 됩니다.
한 예로
남녀가 다르다고 말하면서
남자는 위고 여자는 아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는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는 없다’라는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그러나 ‘너는 틀렸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예요.
자기는 그렇게 믿는다는데 어떡하겠어요?
상대가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지만
상대가 그렇게 믿는 것은 인정할 수가 있는 겁니다.
때로는 성차별에 대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나는 행동할 것이고,
이 문제로 너하고 부딪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면 돼요.
그러나 ‘너는 틀렸고 나쁜 놈이다’ 하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탄핵 국면에도 찬반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내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느껴지지만,
그들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데 내가 어떡하겠어요?
어떤 유튜브의 주장을 듣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돈도 내고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유튜버들은 본인이 그렇게 믿기 때문에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면은 잘 생각하지 못해요.
그들이 어리석다고는 말할 수는 있지만
‘나쁜 놈이다’, ‘틀렸다’ 하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리석은 행위는 자비로 깨우쳐야 합니다.
그런데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면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폭력을 동반하게 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나쁘다’라고 하지 않고 ‘어리석다’라고 말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단죄할 대상이 아니고
사랑으로 깨우쳐서 맑은 정신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러나 나쁜 놈은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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