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맞추어 사는 것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저는 아내와 5개월 된 아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사회에 도움을 주는 보살 같은 아기가 되었으면 해서
아기 엄마에게 ‘예’하고 맞추겠다고 말하고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아내가 집에 뭔가 많이 있는데 그릇이나 옷을 더 사려고 하거나
저에게 물티슈를 써서 닦으라고 할 때 마음속으로는
‘이게 다 소비 중독인데’
‘이게 다 환경오염인데 괜찮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에게도 딴지 거는 업식이 있는 것 같아
그저 ‘예’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데요.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중도의 가르침 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질문자는 입이 가벼워서 탈이에요.
남자가 입이 좀 무거워야죠.
부인에게 ‘예’하고 맞추겠다는 얘기를 뭐하려 했어요?
부인에게 맞추겠다고 얘기를 해서 이런 고민이 생긴 거예요.
수행은 그런 얘기를 상대에게 하면 안 됩니다.
혼자서 기도를 하면서
내가 아내에게 ‘예’ 하고 맞추는 것이 되는지 안 되는지
연습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안 되어도 그만이고, 되면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수행을 해야죠.
덜렁 상대에게 그렇게 얘기하면
하루만 칭찬을 듣고 평생 욕을 얻어먹게 되는 거예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이미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이왕 일을 저질렀으니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라도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
그런데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물티슈는 상대가 쓰라고 해도
‘알았어’ 하고 안 쓰면 됩니다.
상대가 무언가를 먹으라고 해도
‘알았어’ 하고 안 먹는 것은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상대에게 ‘너 왜 그랬니?’ 하고 나무라는 것은
질문자가 하고 있는 수행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내가 안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저녁을 안 먹기로 정했는데
부인이 밥을 먹으라고 하면서 당장 내 말을 들으라고 하는 경우
이때 ‘예’하고 말하는 것이 복종의 의미는 아니에요.
내가 상대의 마음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예’하고 그냥 나의 일을 하면 되는 거예요.
상대가 ‘왜 한다고 해놓고 안 해?’라고 물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럼, 상대가 거기에 적응하게 돼요.
아내가 유모차를 사고 싶어 하는데 못 사게 하면 갈등이 생기지만,
내 의견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너무 비싼 물건인데 안 사면 안 될까?’ 하고 의견을 냈는데 상대가
‘왜 내 말을 안 들어?’ 하고 말하면
다시 ‘예’라고 하면 됩니다.
아무 의견 없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은
잘못하면 노예근성을 심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수행이 아니에요.
수행은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가능하면 부인이 하자는 대로 해주고
내 의견을 고집하지 말라는 겁니다.
부인이 물티슈를 쓰라고 하면
‘당신이 쓰는 건 괜찮지만
나는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행주로 닦을게’
이렇게 얘기하면 되는 거예요.
그것에 대해 상대가 성질을 내면 그냥 놔두면 됩니다.
말다툼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지
모든 것을 다 맞춰주어야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러나 질문자가
잔소리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걸 고치려고 하는 수행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돈이 아무리 손해가 나도 무조건 ‘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행을 하기 위해 백일출가를 했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백일 동안은 무조건 ‘예’하는 연습을 해봐야 해요.
그러나 질문자의 경우는
평생 아내와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더군다나 아내의 요구는
질문자가 계율을 지키는 문제와도 관계가 있는 일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기가 세 살 때까지만 그렇게 하고,
그 이후부터는 아내에게 명확하게 내 뜻을 말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당신이 하자는 대로 맞추었는데,
이렇게 지나친 낭비는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
당신이 그렇게 하는 것은 간섭하지 않지만
내가 검소하게 살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 소신대로 하겠다.’
이렇게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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