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을 살 때 아버님의 돈 오천만 원을 몰래 사용하고
나중에 아버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서
시간을 주시면 이후에 갚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후 시간이 좀 지났는데
최근에 자꾸 아버님이 그 돈을 달라고 하셔서 불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여력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셨고, 대학 다닐 때부터 제가 자립해서 생활했고,
지금도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드리고 있습니다.
마음 한쪽에서는 ‘부모님이면 이 정도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빌린 돈을 드려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력이 안 되다 보니 불편한 마음이 계속 생깁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질문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첫째,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아버지 몰래 돈을 가져갔다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것은 계율을 어긴 것이고, 도둑질한 죄를 지은 것이에요.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가져간 것이니
만약 아버지가 고발했으면 최소 삼 년은 징역을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집안 돈이라고 해도 그건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부모와 자식 관계 때문에 고발하지 않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합니다.
둘째, 돈을 갚기로 해놓고 약속한 시간에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아버지가 독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어릴 때 아버지한테 서운한 것이 있습니다.
이런 걸 보고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불편하니까 자꾸 옛날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사고가 자기 방어를 하도록 되어 있어서
그렇게 반응하게 되는 겁니다.
변명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자꾸 변명거리가 생각나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어 했나? 내 사정이 이러니 그랬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겁니다.
겉으로는 수긍한다고 해도 항상 자기 내면에서는
‘그래도 그렇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게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잘못한 것을 수치로 10이라고 합시다.
5 정도 야단을 치면 아이는 약간 미안해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10 정도로 야단을 치면 아이는 억울해합니다.
본인은 5 정도 잘못했다고 생각하니까
동의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지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을 봐도
하마스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이고 납치한 것은 잘못된 것이에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은
자기 나라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상대방을 아예 멸족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세는 누가 봐도 지나치잖아요.
그런데도 이스라엘에서는
항상 팔레스타인의 비인간적인 납치를 주장합니다.
일본도 일제 식민지 때
한국인 20만 명을 위안부로 끌고 가고
20만 명을 군대에 끌고 가서 죽고
100만 명을 강제로 징용했지만
예전에 한일회담 때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그 문항만 끊임없이 주장하잖아요.
북한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 열몇 명을 납치했다는 사실만 계속 얘기합니다.
그런 주장이 자신들을 방어하는 수단이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본인을 한번 관찰해 보세요.
무언가 잘못했을 때 자신에 대해서는 항상
‘뭐 잘못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식으로 방어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판사가 잘못했을 때는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판사는 사람 아닌가?’
이런 식으로 자기 방어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죠.
이런 모습을 나쁘다고 여기기 쉬운데
사람의 뇌 구조가 다 그렇습니다.
자기를 방어하려는 속성을 누구나 갖고 있어요.
누가 가까이 오면 몸이 자기를 방어하듯이
사고방식도 자기를 방어하려는 성질이 있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버지의 허락도 안 받고 돈을 썼기 때문에
죽을죄를 지었다고 하면서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는 거죠.
아버지의 돈을 얼른 갚기라도 해야 하는데
‘어릴 때 이혼해서 내가 힘들지 않았냐’,
‘대학 다닐 때 내가 벌어서 다니지 않았느냐’,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본인이 아직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다는 반증입니다.
돈을 가져올 때는 어른의 마음으로 가져와 놓고
갚을 때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부모가 그럴 수 있느냐’ 하고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첫째, 당장 내일이라도 빚을 내서 곧바로 돈을 갚는 게 좋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둘째, 아버지께 제안을 드려서 계약서를 써야 합니다.
‘제가 은행 대출을 해서 그 돈을 갚으려면
은행에 최소 6%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일 년만 5%로 이자로 드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제안해서 계약서를 쓰고,
은행에서 대출해 주면 고맙다고 얘기하듯이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려야 해요.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부모가 그럴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자기를 방어하려는 정신 작용입니다.
본인은 그게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제삼자가 들으면 합당한 얘기가 아니에요.
더군다나 결혼해서 배우자까지 부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동조자가 생기니까 자기 생각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런 말은 들을 게 못 돼요.
질문자는 이제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처리해야 해요.
내가 만약 아버지한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아서
‘부모자식 간에 그럴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가족을 들먹거려도 되지만,
본인이 갚아야 할 때는 가족을 들먹거리면 안 됩니다.
그래야 번뇌가 안 일어나요.
‘아버지,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갚겠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옛날에 질문자가 어릴 때 겪은 것들은
그것대로 이 일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해요.
그걸 자꾸 이 일에 붙여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큰 잘못을 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사고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항상 사람은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모든 조건을 활용하는 습성이 있어요.
마치 유튜브 영상을 하나 틀면 비슷한 영상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자기 방어를 할 때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계속 생각이 떠올라요.
옛날에 내가 손해 봤던 것까지 다 떠올려서 자기를 방어합니다.
누구 한 사람을 미워하면
그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옛날 기억을 자꾸 떠올려서
그 사람이 나쁘다는 것을 합리화합니다.
이제 질문자는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합당치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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