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별로 사람에게 화를 내는 편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 이직을 해서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화를 자주 내게 됩니다.
인생에서 두 번째로 굉장히 화나게 하는 분을 만나서
매일 같이 일하는 것이
조금 고통스러워지고 있습니다.
화를 내지 않고 이 사람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가 화를 낸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질문자를 화나게 한다는 거예요?
질문자는 왜 화가 납니까?
네. 우선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그 사람의 행동이 달라집니까?
화가 나면
그 사람에게 나쁩니까? 나한테 나쁩니까?
그 사람이 남의 말을 끊고 얘기하는데
질문자가 왜 화가 나요?
다시 물어볼게요.
사람마다 말할 때 조금씩 다른 버릇을 갖고 있죠.
그 사람은 제 버릇대로 말하는 것인데
왜 질문자가 화가 나느냐는 거예요.
화를 내서 나한테 돈이 생긴다면 괜찮아요.
화를 내서 건강에 좋다면 괜찮아요.
하지만 화를 내면 나한테 나쁘다고
방금 질문자가 얘기했잖아요.
그 사람은 습관대로 말을 할 뿐인데
거기에 대해 내가 화를 내서
나를 나쁘게 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한 거예요?
내가 그를 보고 화가 나는 거예요?
제가 그럼 하나 물어볼게요.
어떤 사람이 보름달이 뜨는 것을 보고
‘오늘은 달마저도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이렇게 시를 읊었어요.
좋은 시죠.
그런데 조금만 한번 살펴봅시다.
달이 나를 슬프게 했습니까?
내가 달을 보고 슬퍼했습니까?
그 사람이 말을 길게 하는 걸 보고 내가 화를 냈습니까?
그 사람이 말을 길게 해서 나를 화나게 했습니까?
그래서 무슨 이익이 있었습니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 왜 그렇게 합니까?
내가 다른 사람을 해치면 [나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해치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지금 자기를 해쳤으니까 어떤 사람이에요?
예. 그럼 '나는 바보다' 이렇게 세 번 외쳐보세요.
우리는 이렇게 나도 모르게 바보짓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한테 아무런 이익이 안 되고
손해가 되는 짓을 나도 모르게 할 때가 많습니다.
나도 모르게 하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거예요.
나도 모른다는 것은 무지하다는 것을 뜻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지금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차려야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알아차림’입니다.
이것을 빨리어로는 ‘사띠’라고 합니다.
'내가 지금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 하고
자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즉, 화가 일어날 때
'화가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화를 안 내겠다' 하고
각오를 하거나 결심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화를 안 내겠다고 결심하면
화를 내버리고 나서 자책감이 듭니다.
'나는 안 돼' 이런 자책이 들어요.
이것은 화를 참는 것입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참지 말고 그냥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화를 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지금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만 하면
점점 화가 사라집니다.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 또 해보고, 알아차리고
알아차리는 것을 부지런히 연습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화가 날 때마다
'어, 화가 나네' 이렇게 알아차리세요.
화를 내면 내가 나를 해치게 됩니다.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하니까
화를 정당화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한 게 아닙니다.
내가 그 사람을 보고 화를 내는 거예요.
그러니 내가 나의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뭘 해야 된다’, ‘뭘 하지 말아야 된다’
이렇게 각오하고 결심하는데
그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수행이란
편안한 가운데
다만 알아차리는 겁니다.
'화가 난다'
이렇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그러니 화가 나는 줄 알아차리기만 해도
뇌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알아차림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어리석은 행동으로 가버립니다.
'화를 안 내야지!' 하고 각오하지 말고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세요.
계속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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