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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카오스 이론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Buddhastudy 2024. 12. 5. 19:09

 

 

우리의 삶은 불확실함으로 가득합니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혹시

이번 주에 무슨 큰 사고를 당하진 않을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불확실성은 멀리 내다볼 수록 커집니다.

몇 년 후에 또다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팬데믹이 또 한 번 불어 닥치지 않을까?

 

불확실성은 우리의 삶뿐만 아닙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불확실성은

입자의 기본 속성이기도 합니다.

수없이 많은 입자들의 상호 작용 끝에 나타나는 날씨는

불확실성의 끝판왕쯤 됩니다.

 

이처럼 질서가 없고 혼란스러워서 예측하기 어려운 물리계를

설명하는 과학이

흔히 카오스 이론으로 불리는 [혼돈 이론]입니다.

 

혼돈 이론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못지 않게

현대 과학에서 중요한 분야로 평가받습니다.

 

놀라운 점은

불확실성을 수술하는 [혼돈 이론]

질서와 예측 가능성의 대표적 사례인

[행성의 운동]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입니다.

 

, 오늘은 질서 뒤에 숨은 혼돈의 세계

[카오스 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뉴턴의 방정식을 이용해

행성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행성의 위치와 속도와 힘을 알면

임의의 시점에서 행성의 위치와 속도가 결정됩니다.

초기값을 알면 결과값이 결정되는 것

뉴턴의 물리학을 결정론적이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뉴턴의 결정론에는 일종의 트릭이 숨겨져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움직임에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긴 하지만

작게나마 달의 중력

심지어 목성의 중력도 작용합니다.

 

힘을 주고받는 물체가 3개 이상으로 많아지면

운동 방정식은 비선형으로 둔갑하는 계산이 아주 복잡해집니다.

 

비선형이란

일반적으로 입력과 출력이 정비례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복권 당첨 금액이 두 배 세배 커진다 해서

기쁨의 정도도 정확히 두 배 세배 커지지 않는게

비선형입니다.

 

뉴턴도 이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뉴턴은 태양계를

태양과 행성 한 개만 존재하는

초간단 모델로 단순화시켜서 방정식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니까 2개의 전체만 가정하면

하나의 공식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고

3개 이상의 전체가 상호 중력을 행사하는 문제는

여러 개의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가 바로 악명 높은 n체 중력 문제입니다.

 

뉴턴은 n2인 경우만 고려한 것입니다.

그 후로 과학자들은 N3 이상인 3체 문제를 풀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스웨덴의 국왕 오스카르2세는

n체 중력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거액의 상금을

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스웨덴에서 주는 상이니

현대로 치면 3체 문제를 풀면 노벨상을 타는 셈이겠죠

 

상금 수상자는 금방 나왔습니다.

파리 소르본느 대학의 수학자 앙리 푸엥카레가

곧바로 3체 문제를 해결한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해결했다기보다

“n체 문제를 서술하는 하나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밝혔다는게 맞습니다.

 

방정식을 풀었다면서 해당 정식이 존재하지 않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4개의 전체가 100만 년 동안 서로 중력을 행사하는 궤적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대식 컴퓨터를 총 동원하면

하나의 공식으로이 궤적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기간을 200만 년으로 늘리면

어느 시점에서 궤적이 붕괴됩니다.

어렵게 어렵게 방정식을 보완해 200만 년짜리 궤적을 그린다 해도

시뮬레이션 기간을 300만 년으로 늘리면

궤적은 또다시 붕괴됩니다.

보안해서 400만 년으로 늘리면 또 붕괴되고

이런 식으로 적은 계속 붕괴됩니다.

 

정리하자면

특정기간 동안 n체 궤적을 서술하는 하나의 공식은 만들 수 있어도

전체 기간을 서술하는 하나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푸엥카레가 얻은 결론입니다.

푸엥카레는 결정론의 대명사인 행성의 운동을 분석하다가

[혼돈]이라는 현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브라질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나비 효과]로 유명한 이 말을 한 사람은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로렌즈입니다.

로렌즈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 전선에서 작전 기상 통보관으로 활약하다가

전쟁이 끝나고

MIT ES 물리학에 기반한 일기 예보 모형을 연구했습니다.

이 시기에 로렌즈는 [로렌즈 끌개][혼돈 기하학]을 발견하면서

혼돈 이론의 선구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날씨를 예측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3체 중력 문제의 불확실성과 동일한 문제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변수의 수입니다.

행성의 운동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인 행성은

많아봐야 수십 개 정도이지만

날씨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인 대기 속 입자는

수조 개 X 수조 개 다랍니다.

날씨는 무수히 많은 입자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교환한 결과입니다.

그러한 날씨를 설명하려면

방정식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로렌즈는 단 3개의 변수와 3개의 방정식만으로

유체의 운동을 서술하는 로렌즈 방정식을 만들었습니다.

 

로렌즈 방정식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대신 비선형 형태를 취합니다.

이 때문에 초기값들은

처음에 비슷한 패턴으로 가다가

나중에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을 간단히 설명한 게

바로 [나비 효과]입니다.

이제 나비의 날개짓이

어떻게 혼돈 이론으로 발전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XYZ 축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3차원 공간이 있습니다.

XYZ 각각의 값이 주어지면

하나의 좌표가 결정되고

여기에 선형 방정식을 도입하면 기하학적인 형태가 그려집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물리계입니다.

 

한편 로렌즈의 물리계는

비선형적인 로렌즈 방정식을 도입하기 때문에

아주 특이한 궤적이 그려집니다.

이 궤적을 [로렌즈 끌개] 부릅니다.

 

끌개 나타내는 것은

예를 들어

브라질의 나비가 날개짓을 했을 때

오른쪽 날개는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왼쪽 날개는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초기값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대략 작은 고리 안 어딘가에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고리를 초기 고리라고 부르는데

고리의 크기가 클수록 초기값이 불확실하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초기 고리가 다른 쪽 날개로 옮겨갔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고리의 면적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옆쪽 날개에서 결과값이 결정되는데 있어서

불확실성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면 나비가 날개짓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토네이도는 100% 확률로 발생합니다.

이 정도면 결정 론적 방정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 조금 다른 위치에서 출발한 초기고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메랑 모양으로 길쭉해졌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결과값이 오른쪽 날개로 옮겨갈 확률이 40% 되었습니다.

40% 확률에 나비의 날개짓이 얼마나 기여 했을까요?

 

이번에는 초기고리의 불확실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쯤 되면 토네이도의 발생 여부는

정말로 나비의 날개짓에 달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결정론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틀린 결론에 도달하기 십상입니다.

 

로렌즈 끌개를 간단히 설명한 이 그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초기 조건의 불확실성이 0에 수렴할 정도로 아주 미세할 때

선형 방정식에서는 결과값의 차이가 없지만

비선형 방정식에서는 막대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조건에는

사실 미세한 불확실성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불확실성이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누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눈앞에 나타납니다.

 

큰 사고가 갑자기 터지는 이유도

허리케인이나 금융위기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도

우리의 물리계가 아주 작은 불확실성을 내포한 혼돈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혼돈 이론으로 돌발 상황을 사전에 예측할 수도 있을까요?

 

영국의 기상학자 팀 파머는

독특한 위력을 가진 과학자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스티븐 호킹의 연구팀에 초청받을 정도로

총망받던 블랙홀 전문가였지만

졸업과 동시에 돌연 영국 기상청에 취직하고 맙니다.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와 연구할 기회를 포기하고

평범한 과학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10년 동안 기상청에서 일을 하던 팀 파머는

당시에 결정론적 일기예보 시스템의 한계를 발견합니다.

 

파머는 다시 물리학자로의 능력을 발휘해

세계 최초로 [혼돈 이론]에 근거한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때까지 날씨 예측 가능 기간은 2~ 3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파머의 [앙상블 예측 시스템] 덕분에 그 기간이 보름까지로 늘었습니다.

 

앙상블 예측 시스템은

일종의 날씨 시뮬레이션 모델입니다.

불확실한 초기 조건을 조금씩 바꿔가며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고

그에 따라 얻은 결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시뮬레이션의 초기 조건은 거의 동일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개짓 만큼씩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 차이를 반영해 여러 다른 결과값을 예측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날씨 앱을 열었더니

다가오는 금요일 오후 6시에 7시 사이에

우리 동네 비가 내릴 확률은 80%”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이는 우리 동네를 표본으로 하는 50개의 앙상블 예측 시스템이

각기 다른 초기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그중 40번이

오후 6시에 7시 사이에 비가 온다고 예측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요즘 스마트폰의 일기 예보에 뜨는 강후 확률은

파머의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의 모든 계절 예측 시스템은

앙상블 예측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갑작스럽고 예외적인 날씨도

사전에 경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앙상블 예측 시스템은

날씨 외에 여러 분야에서 예측 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작물 수확량과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발생률을 예측하기도 하고

-코로나19의 확산 패턴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추적 때

앙상블 기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혼돈 이론은

천문학, 기상학, 생태학, 화학, 공학, 생물학, 사회과학 등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혼돈이론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못지않게

현대 과학에서 중요한 분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팀 파머는 자신이 평생을 걸쳐 연구한 내용을 책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에 담아 출간했습니다.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과학 대중 교양서와 학술지의 성격을 모두 갖춘 책입니다.

 

대중들을 위해 기존의 혼돈 이론을 잘 정리해 소개할 뿐만 아니라

혼돈 이론의 적용 범위가 파격적으로 넓어질 수 있음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돈 이론의 내용과 역사를 설명하는 일부와

실생활에서 혼돈 이론이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보여주는 2부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혼돈 이론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3부입니다.

 

3부에서는 현대물리학의 오랜 숙제인 양자역학의 관측 문제를

혼돈 이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려 합니다.

 

내친김에 인간의 자유의지와 의식의 본질까지

혼돈 이론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마치 결정론의 한계에 직면한 과학에

혼돈이론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파격적이고 참신한 해석에

여러 유명 과학자와 유명 과학저널이 추천을 보냈습니다.

노벨 물리학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와 마나베 슈쿠로도

찬사를 보냈습니다.

 

기존의 현대물리학 외에

또 다른 물리학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입니다.

 

 

불확실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불확실성 자체가

아주 사소한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원인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려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에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생긴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미래 닥칠 일을 훤히 내다보는 존재가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창조적이고 활기찬 종으로 남아 있을까요?

 

우리의 삶은 불확실함으로 가득하지만

그 불확실함 때문에

우리의 삶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