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을 도운
영웅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든 행인이나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남편을 구한 임신부 아내까지.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이 발달한 것일까?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감 능력에 관한 뇌과학적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인간이 항상 다정한 것만은 아니다.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도
모르는 척하는 이웃도 존재한다.
어째서 세상 곳곳에는 타인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다정함은 결코 뇌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으며
우리 안에 내장된 다정함의 회로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오늘은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 과학적 비밀을 밝힌 책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남을 도우려는 욕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인 면모는
오직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생리심리학자 윌리엄 윌슨크로프트는
어미 쥐가 갓 태어난
자기 새끼를 회수하는 동기에 관해 연구했다.
어미 쥐는 보상으로 먹이를 받지 않을 때도
같은 시기에 태어난 다른 쥐의 새끼까지
책임감 있게 보금자리로 옮겨놓았다.
우리는 유인원과 인간이
유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유전적 또는 외형적으로 겹치는 부분만이
잠재적 공통점의 전부가 아니다.
인간은 심지어 호박과도
유전적으로 75%나 연관되어 있다.
갓 태어난 새끼에게 반응하는 성향은
공통 조상을 둔 다양한 포유류 종의
뇌와 행동 속에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과학자들은 그런 포유류의 성향에서
이타적 욕구가 직접 진화했다고 믿는다.
설치류의 새끼회수 행동과 인간의 영웅적 행동은
비슷한 뇌 내부 메커니즘에 의존한다.
특히 새끼회수와 이타적 행동 모두
같은 뇌 영역이 관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포유류와 본능을 공유한다는 것은
우리가 쥐와 똑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려는
고도로 적응된 필수적 욕구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그 욕구가 때때로 이타적인 도움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항상 남을 돕지 않는 이유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더라도
접근하기를 주저할 때가 종종 있는데
바로 구경꾼 효과로 설명되는 현상이다.
목격자인 인간은 고통스러운 상태에 처한 낯선 유아를 발견하더라도
더 능력이 있거나 친숙한 사람이 있으면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상관할 바 아닌 일에 개입해서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신경계 회피경로의 지원을 받는 이런 두려움 탓에
우리는 피해자를 걱정하더라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공감이 항상
이타주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아기나 낯선 사람을 구해준 후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대체로 구조 행위에는 이타주의 행위자와 수혜자 사이에
친밀하고 편안한 접촉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놀이터 그네에서 떨어져 울고 있는 아이를 일으켜 세울 때
대부분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그런 접촉이 엄마와 아이 모두를 진정시켜준다.
원시 신경생리학의 수준에서 볼 때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에게 접근해
도와주며 얻는 내적 보상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는 피해자가 무력한 상황에 처한 아기의 모습과 비슷할 때
상대가 진실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뿐만 아니라
목격자가 즉각적으로 상대를 위험해서 구하는 일이
합법적이라고 느낄 때 도움을 제공한다.
반대로 목격자가 자신의 반응이 효과가 없으리라 예측하면
새끼 돌봄 시스템에 ‘회피’회로가 개입하여
도움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가 항상 고통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고 유감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특성은
행동이 느리거나 상황을 혼동한 사람이
물살이 거센 바다나 불타는 건물 안으로 뛰어들지 않도록 막아주는
신경계의 중요한 설계를 나타낸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웅적 행동
영웅적 행동은 대체로
자신과 무관하고 호의에 보답할 수 없는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행해지므로
이타주의에 관한 진화론적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영웅적 행동을 보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에게 공감이나 동정심을 느끼거나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달려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영웅적 행동은
공감 기반의 이타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
영웅들이 용감한 행동에 대한
칭찬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보상이
우리가 이타적 반응을 보이는
주요하고 1차적인 동기는 아닐 것이다.
단적인 예로 영웅에게 수여하는
카네기 영웅 메달의 4분의 1가량이
사후에 수여되고 있다.
메달 수상자들은
누군가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영웅이며
그중 90%가 남성이다.
남성과 여성은 당연히 돕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남성이 더 명백하게 육체적으로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옥시토신보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즉 이타적 반응 모델에서는
신경계가 회피가 아닌 접근 회로를 활성화하도록
제어가 가능한 신체적 능력이 있는 남성이
긴급한 상황을 인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영웅적 행동은 그야말로
흔하지 않은 물리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이 어렵다.
적극적인 돕기행위가 어떻게 진화했고
뇌와 몸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다루는 이론을 세울 수 있다면
그동안 설명이 어려웠던 영웅적 행동에 관해
밝혀낼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고릴라가 인간 아이를 구한 이유
그때는 1996년 8월 16일
미국 일리노이주 브룩필드의 한 동물원에서
3살짜리 남자아이가
고릴라 울타리 안에 떨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자기 새끼를 돌보고 있었던 암컷 고릴라는
의식을 잃은 아이를 안아서 흔들어 깨웠고
나이 든 다른 암컷 고릴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이 예는
고릴라와 인간 사이에 벌어진 특별한 이야기지만
인간의 인명 구조나 돌봄행위와 분명 비슷한 점이 있다.
새끼회수와 인간의 영웅적 행동 사이에는
신중하게 숙고해서 내린 이성적 결정 대신
충동적인 욕구라는 유사점도 있다.
이처럼 강한 욕구는
새끼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강한 압박감을 해결하고자
진화한 메커니즘을 암시하고
그 메커니즘은 영웅적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자신과 무관한 사람이라도
위급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를 봤을 때 반응을 보이려는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과 일치한다.
이러한 동물과 인간의 행동은
실제로 비슷한 신경호르몬 과정에 도움을 받는다.
그러므로 설치류와 원숭이, 인간 사이에
사회적 행동에 공통점이 많은 것이다.
겉보기에 뇌 크기나 주름의 차이가 있더라도
뇌의 일반 영역이 사실상 모두 같으며
뇌 영역들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유사한 상호 연결을 포함한다.
심지어 쥐와 인간도
비슷한 종류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같은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을 사용한다.
쥐들도 인간처럼 피해자가 혈연관계이거나
비슷한 외상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고통에 공감할 때 동료를 도울 가능성이 더 크다.
인간과 다른 포유류에 뇌 시스템과 기능이 비슷하다고 해서
인간에게 고유한 성질이 있음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와 같은 유산은
인간의 많은 행동이 다른 종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즉흥적이지만
여전히 복잡한 계산을 통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힘든 감정을 숨기면 안 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뇌 영역은
오직 한 가지 행동만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이타주의를 담당하는 뇌 영역도 따로 없다.
뇌는 본래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연결하고
연상 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통합한다.
이런저런 정보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종종 무의식적으로 적응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타적 반응은 [본능에 따라] 일어난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분별없는 행동이거나
항상 똑같이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다수의 행동은
개인의 유전자, 생애 초기의 삶, 환경, 현재 상황 등에 민감하도록 설계된
정교한 신경계의 부호화되어 있는데,
그 방식이 유연하고 대체로 적응적이다.
사람들은 어린 새끼처럼 취약한 피해자에게
강한 이타적 동기를 느낀다.
또한 피해자가 지금 당장 보험을 요구할 때
가장 강하게 동기화된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일지라도
그 요구가 긴급하지 않다면
피해자를 생각한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다가
결국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명백한 고통에 반응을 보이도록 진화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면서 체면을 지킬 때
우리는 그들의 어려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와줄 수도 없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안다.
이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보통 창피하거나 동정을 받는 것이 걱정되어
증상을 감추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숨긴다.
치명적인 정신적, 육체적 건강 문제를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못한다면
분명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결과를 맞게 된다.
우리는 고통을 표현하는 행위가
특히 도와주고 싶어 하는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아무 관련이 없는 타인을 돕는다면
비록 욕구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를 실수나 오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인간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한
우리 몸과 뇌의 내적 과정을 통해 방출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종도 살피고
더 나아가 인류의 먼 과거까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 안에 선한 천사가
어떻게 진화하고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가?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와 함께한다면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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