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과연 어떤 교과서로 배울까, 궁굼하시죠?
짜자자 짠~
이게 남한과 북한의 수학교과서입니다.
상당히 비슷하죠?
작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패러디하면
“다르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그런데 좀 더 들어가서 보면 상당히 다른 수학 용어도 눈에 띕니다.
그러니까 같다고 말하믄 안 되갔구나! ㅎㅎㅎ
자, 오늘은 남한과 북한의 수학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남한 용어는 한자어가 많은데 반해 북한 용어는 한글인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은 전반적으로 한글화를 추구하는데, 수학 용어도 예외는 아닌 거죠.
대표적으로 예각, 둔각을 들 수 있습니다.
남한의 예각은 북한에서는 뽀족각, 둔각은 무딘각이라고 합니다.
학창시절을 떠 올려 볼까요? 중학교 첫 단원 집합, 고등학교 첫 단원 집합과 명제
심기일전하고 수학 공부를 시작해도 매번 집합까지만 열심히 하게 되죠.
그래서 그 부분만 책이 너덜너덜 해진 기억이 새로우실 텐데요
이제는 그 집합이 중학교에서는 빠지고 고등학교에서 처음배웁니다.
여하튼 그 집합(集合)을 북한에서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원소가 아무것도 없는 공집합(空集合)은 ‘빈모임’이 되겠죠.
이번에는 한글화된 북한 용어를 맞춰 보실까요?
등식(等式)은 같을 등(等)자를 쓰니까 ‘같기식’이 되겠죠.
부등식(不等式)은 ‘안같기식’
항등식(恒等式)은 ‘늘같기식’이 됩니다.
북한 용어 중 저에게 가장 재미있는 건 ‘사귄다’는 표현입니다.
두 평면이 만날 때 ‘사귄다’. 평행할 때는 ‘사귄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죠.
그리고 두 선이 만나는 교점을 북한에서는 ‘사귐점’이라고 한답니다.
옹골차다는 표현 아시죠? 정수 Integer는 1, 2 또는 -1, -2 와 같은 수를 말하는데요,
분수나 소수 부분이 없이 옹골차기 때문에 ‘옹근수’라고 합니다.
1과 1/2같은 분수를 대분수(帶分數)라고 하죠? 북한에서는 ‘대림분수’라고 합니다.
분수가 정수 부분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죠.
포물선(抛物線), 중학교 때는 포물선을 이차함수의 그래프로,
고등학교 기하에서는 포물선을 이차곡선으로 배우는데요,
포물선의 한자는 던질 포(抛), 물건 물(物),
그러니까 물건을 던질 때 만들어지는 곡선이라는 뜻이죠.
북한에서는 팔매질 할 때 얻어지는 곡선이라 해서 예전에는 ‘팔매선’이라고 불렀습니다.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죠.
잘 알려진 대로 ‘노동’이 아니라 ‘로동’으로 표기하죠.
수학용어도 마찬가지에요.
‘연립방정식’을 ‘련립방정식’
‘누적도수’를 ‘루적도수’
‘영(0)’을 ‘령’이라고 하는 것도 소소한 차이입니다.
Q. 남한 용어가 북한 용어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한의 용어 중 베스트를 말하라면 저는 양수와 음수를 꼽겠습니다.
음양오행설에서 양과 음을 차용해서 양수음수라고 한건데요.
0을 기준으로 반대 방향인 수이면서 짝을 이룬다는 의미 전달이 잘 되죠.
북한과 중국과 일본에서는 양수를 정수, 음수를 부수라고 합니다.
여기서의 정수는 앞서 말씀드린 옹근수에 대한 정수와는 다른 한자를 씁니다.
그리고 부수는 질 부(負)를 쓰는데 양수가 이익이라면 음수는 빚, 부채니까 그렇게 명명한 거죠.
Q. 북한 용어가 남한 용어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예를 들어주세요.
북한 용어 중 ‘씨수’는 신의 한수라고 생각합니다.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소수’를 북한에서는 ‘씨수’라고 하는데요
모든 자연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그걸 소인수분해라고 하죠.
예를 들어 30이라면 2x3x5로 소인수분해할 수 있죠.
즉, 30은 2, 3, 5라는 세소수의 곱으로 타나낼 수 있습니다.
자연수중에서요, 소수는 극히 일부지만 이 소수만 있으면 어떤 자연수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소수는 자연수를 만들어내는 씨가 된다.
그래서 ‘씨수’ 멋지지 않나요?
Q. 북한에서도 ‘플러스’ 마이너스 같은 영어 외래어를 사용하나요?
북한은 영어 용어도 쓰지만 러시아어 발음을 따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플러스 대신 풀루스 마이너스 대신 미누스라고 하고요
삼각함수인 사인을 북한에서는 시누스, 코사인은 코시누스, 탄젠트는 탕겐스라고 한답니다.
올해 남북관계가 더 잘 풀려서 비핵화, 종전선언, 남북경협에서 큰 성과가 있기를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통일이 되어 남과 북이 동일한 수학 용어를 쓰는 날이 하루속이 오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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