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명화를 보면서 수학이야기 풀어가겠습니다.
살펴볼 작품은 르네상스 3대 천재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이죠.
라팔로의 ‘아테네 학당’입니다.
바티칸 미술관에 있는 프레스코 벽화이네요,
아테네 학당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그림에는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총출연합니다.
아테네 학당에는 학자들을 배치하는 원칙이 있는데요
우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와 같은 인문학 위주의 학자들은 상단에 그렸고
피타고라스나 크톨레마이오스와 같은 자연과학을 연구한 학자들은 하단부에 그렸습니다.
그림의 중심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는데요
붉은 옷을 입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은 이상론자
푸른색 옷을 입고 손바닥으로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론자입니다.
플라톤은 수학자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수학을 현실에서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학이 영혼을 진리와 빛으로 이끌어 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라고 갈파했습니다.
왠지 목사님 설교를 연상시키죠.
플라톤의 왼편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산파법의 원조죠.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예를 보면
소크라테스는 노예 소년에게 정사각형의 넓이를 2배로 하려면 한 변의 길이가 얼마여야 하는지 묻습니다.
노예 소년은 변의 길이를 두 배하면 된다고 대답했는데
그러면 넓이는 4배가 되잖아요.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그 답이 모순임을 깨닫게 합니다.
실제 소크라테스는 아무것도 직접 가르쳐 주지 않은 채 일련의 질문을 통해 답을 알아내도록 안내합니다.
그게 바로 산파법이죠.
산파는 아이를 직접 낳는 게 아니라 산모가 아이를 낳도록 도와주는 거죠.
마찬가지로 학습 과정에서 교사는 지식을 외부에서 주입하는 게 아니라 그 지식을 구성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산파법입니다.
피타고라스는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데요, 앉아서 무언가를 적고 있네요.
피타고라스는 우주 삼라만상을 수와 연관 지어서 ‘수는 만물의 척도’라고 했습니다.
All is number
다리 부분에 테트락티스가 보이는데요, 테트락티스는 삼각수와 관련됩니다.
삼각수는 점을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했을 때 점의 개수입니다.
첫 번째 삼각수는 1,
두 번째 삼각수는 1+2=3
세 번째 삼각수는 1+2+3=6
네 번째 삼각수는 1+2+3+4=10
이걸 보면 생각나는 게 있죠?
볼링!
볼링에선 10개의 핀을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하는데, 4번째 삼각수, 테트락티스가 되겠죠.
또 포켓볼은 15개의 볼을 5번째 삼각수 형태로 배열해 놓고 시작합니다.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은 피타고라스의 오른쪽 위에 있는데요
흰옷을 입은 가녀린 여인은 라파엘로가 사랑했던 여인이라는 설도 있지만
최초의 여성 수학자인 히파티아라는 설이 더 유력합니다.
2009년 영화 아고라. 히파티아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다뤘습니다.
히파티아는 4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는데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기에 수많은 청혼을 받았지만
“저는 이미 진리와 결혼했어요” 라며 거절하고,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고 합니다.
결국 히파티아는 젊은 나이에 이교도들의 모함을 받고 잔인하게 살해되었는데요
그녀의 죽음을 그리스와 로마 지성의 종말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 허리를 구부리고 컴퍼스로 도형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유클리드입니다.
유클리드는 유명한 수학책 원론을 통해 기하학의 토대를 세웠는데요,
장장 1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Q1. 원론을 읽었다는 사람을 못 봤는데, 어떻게 베스트셀러죠?
원론 자체가 많이 팔렸다기 보다는 원론의 아이디어를 담은 수학책이 많이 팔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인쇄술이 발명된 초기에 성경과 더불어 가장 일찍 인쇄된 책이기도 합니다.
원론의 내용 중 대표적인 게 논증기하인데요
중학교 때 배우는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거 그게 바로 논증기하입니다.
Q2. 중학교 기하 증명이 수학을 포기하는 지점이 된다고 하던데요?
일부 학생들은 기하 증명 때문에 수학에 매료되고, 또 상당수의 학생들은 증명 때문에 수학에서 멀어지기도 하죠.
기하 증명은 계산을 해서 수치적인 답을 내는 것과 좀 다른 성격의 사고를 요구합니다.
요즘에는 엄밀한 증명보다는 그림을 이용해서 성질을 확인해 보는 식으로 많이 쉬워지기는 했지만
자녀가 중학교 2학년 때, 넘어야 할 산이 바로 기하증명이라는 거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명화 ‘아테네 학당’에 출현하는 수학과 관련된 학자들 살펴봤습니다.
따뜻한 감성의 미술과 냉철한 이성의 수학의 만남이었습니다.
다음에도 기대해 주세요.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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