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부모님은 언제 외롭다고 느끼시나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워요.
모든 사람들이 다 외롭다고 느낄텐데
이제 나이드신 분들의 입장을 미루어서
나는 아무래도 어르신들 하고 이야기 할 기회가 많으니까
그분들을 종합해 보면은
인정받지 못할 때,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라는 노래가 있는데
존재의 이유를 위협받을 때가 아닌가?
나이가 드신 어른들을 모시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그것도 효도인데
이런 문제까지 어르신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 불효다.
우리끼리 해결하자. 이런 마음일 거예요.
그런데 어르신들 입장에서 보면은 소외당하는 기분이지.
다 입장이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서운하고, 젊은 분들은 효도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어른들은 왜 서운하냐? 알아주지 않는다.
내가 얼마 전까지 집안을 이끌어가고, 집안을 주도했던 입장이었는데
아, 이제 내가 점점 소외되어 가는구나.
그래서 오죽하면, 그 성현 중에 성현이신 공자님도
논어의 세 번째 구절이 그거 아니에요.
人不知而不慍인부지불온이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不亦君子呼불역군자호아
(또한 군자라 할 만하지 않은가)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데도 서운한 마음이 없으면
그 사람이 군자가 아니겠는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 말씀을 하셨겠냐고.
인생사 알고 보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는 거예요.
부부 간에도 왜 싸우느냐?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나는 그동안 가정을 위해 일했는데 당신은 알아주지 않느냐?
여보, 내가 집에서 그냥 노는 게 아니야.
애 키우고, 청소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서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
모든 노사 관계도 그렇고,
모든 부부관계, 친구관계, 인간관계라는 게 뭐냐?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서운한 거거든.
어르신들 입장도 마찬가지고, 젊은 분들 입장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나를 그냥 도외시 하는 것이냐?’
‘나는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구나’ 하는 그런 서운함이 있는 거지.
인간이시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 집안 이야기인데
우리 집사람 여기 있지만,
한 10년 전에 내가 너무 마음속으로 고마운 때가 있었는데
생채, 무생채, 가을에 무생채 맛있잖아요.
고춧가루 버무려서 생채를 하는데, 우리 집사람도 음식에 관한 한은 내가 팔불출.
우리나라에서 없어져야 할 속담 중에 제 1호가 ‘아내자랑은 팔불출이다’인데
음식 잘해요.
우리 친구들도 ‘맛있는 음식 하신다’ 칭찬도 받고 했는데
또 그 음식이 맛있기까지에는 이유가 있었지.
내가 워낙 깽깽거리니까.
나는 맛이 없는 음식은 안 먹어 버렸으니까. 하하하.
근데 그게 일희일비라고 그런 점 때문에 음식을 잘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한데
언젠가 우리 어머님이 방에 계시고
우리 집사람이 생채를 무치면서 물어보는 거예요, 우리 어머님한테.
“어머니, 생채를 무칠 때에는
소금으로 무치는 게 나아요? 간장으로 무치는 게 나아요?” 물어보더라고.
부인도 알아요. 알고 있다고.
30년 동안 음식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하우가 있었겠냐고.
그런데도 어머님께 여쭤보는 거예요.
소금이나 젓갈로 원래 버무리는 거라고.
소금으로 버무려서 생채를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한테 여쭤보는 거예요.
어머니도 알아요.
“얘가 알면서도 나에게 묻는다” 얼마나 고맙겠냐고.
난 이 한마디로 외로움을 달래드리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문 투의 말을 많이 써서 죄송하긴 한데
凡諸卑幼범제비유는 事無大小사무대소하고
(무릇 손아래 사람들은 일의 크고 작음이 없이)
必咨禀於家長필자품어가장하라 라는 말이 있어요.
(반드시 집안 어른께 여쭈어 보고서 해야 한다)
무릇 아랫사람은 그게 크고 작은 일이던 간에
그 말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반드시 아뢰고 여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어르신들한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어르신들에게 물어보고,
또 그 일이 끝난 다음에는
“이러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뢰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데
바로 그런 외로움을 달래드리는 방법은
부모님을 인정을 해 드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그것이 외로움일 덜게 하는 방법이고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이제 조금 놓아버릴 필요가 있다.
그 집착이 있기 때문에 애들이 나를 그렇게 대한다고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서운한 거거든.
이제 우리 아이들이 좀 편하게 지내라고 하나보다 이렇게.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혼자 있으면 외로워서 싫고
둘이 있으면 거추장스러워서 싫다. 이게 아니고
혼자 있으면 혼자 있는 대로 좋고
둘이 있으면 둘이 있는 대로 좋다. 이런 것처럼
어르신들도 ‘나도 그동안 가정사에 신경을 많이 썼으니까
이제 우리 아이들이 편안하게 취미생활 하라고 그러는구나’
이런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난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는
아뢰고 여쭌다.
必咨禀於家長필자품어가장한다.
반드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아뢰고 여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병조_시래기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래기톡] 가족묘 납골당 모시는 방법에 대해서 (0) | 2019.04.23 |
---|---|
[시래기톡] 부모님은 왜 똑같은 말을 계속 하실까요? (0) | 2019.04.22 |
[시래기톡] 손주들에게만 자상한 우리 아버지 (0) | 2019.04.15 |
[시래기톡] 신년인사 (0) | 2019.04.12 |
[시래기톡] 왜 부모님은 딸 보다 아들을 원하시나요? (0) | 2019.04.11 |